지난 18일 샤이니 종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174건. 19일 오전 9시 기준, 사고 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포털 네이버에서 쏟아진 관련 기사 수입니다. 주목을 받아온 연예인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긴 하겠지만 이렇게 많은 기사가 필요할까요.

문제는 이 많은 기사 중 제대로 된 기사를 찾기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사건 장소와 사건이 일어난 방법을 구체적으로 쓰고, 동기까지 추측하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몇몇 작은 인터넷 언론’이 아닌 연합뉴스부터 어떤 물건을 통해 사고가 일어났는지 구체적으로 썼고 조선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와 같은 대형언론들도 경쟁적으로 문제적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언론보도가 나오자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는 자살의 도구가 된 물건의 이름이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그러자 이 검색어 유입을 노린 ‘클릭 장사’ 기사가 또 쏟아지는 식입니다. “샤이니 종현, ‘XXX 원인’ 추정 ‘XX’ 위험성은?” (조선일보) “XX 연소하면 죽음 부르는 위험 물질... ‘일산화탄소 중독’”(스포츠한국) “XX은 대체 무엇일까 ‘암갈색 띤...’”(한국스포츠경제) 등은 키워드 검색을 노린 기사로 보입니다.

▲ 18일 조선일보 보도.
▲ 18일 조선일보 보도.

언론보도를 보면 너무나 생생하게 당일 모습이 떠오릅니다. 가족에게 보낸 문자를 토대로 언론은 자살 동기를 단정합니다. 스포츠경향은 “숨진 샤이니 종현, 정오 XX 예약하는 등 자살 사망 준비한 정황” 기사를 통해 경찰 발표를 토대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자살을 준비했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어김없이 속보경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MBN은 “[단독] 유명 아이돌그룹 샤이니 종현, 쓰러진 채 발견”기사에 ‘단독’을 달았습니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단독’을 붙인 기사가 쏟아집니다. “[단독] 샤이니 종현, 건대 병원 만실로 서울아산병원”(YTN) “[단독] 샤이니 종현 조문, 19일 정오부터 가능”(뉴데일리) 이런 식입니다.

▲ 18일 스포츠경향 보도.
▲ 18일 스포츠경향 보도.

보도에는 육하원칙이 필수적이지만 자살 보도는 예외입니다. 유명인이 당사자일 경우 모방범죄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윤리강령은 “언론은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WHO 역시 자살 방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실제 2008년 배우 최진실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두달 간 자살자 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70%가량 급증한 바 있습니다. 언론의 섣부른 보도가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 샤이니 종현 사고 관련 언론의 단독보도. 위에서부터 뉴데일리, YTN, MBN
▲ 샤이니 종현 사고 관련 언론의 단독보도. 위에서부터 뉴데일리, YTN, MBN

EBS 다큐프라임 ‘33분마다 떠나는 사람들’을 연출한 김우철 PD는 2013년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재환 씨 자살 이후 자살 도구로 번개탄, 청테이프를 사용하는 게 많아졌다고 한다. 결국 사람들에게 자살 방법을 다 알려주는 것이다. (자살 소식을) 특종으로만 여길 게 아니라 (보도 후) 누군가는 이걸 따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생명이 달린 것 아닌가.”

유명인이 사고를 당할 때마다 같은 지적이 나오지만 언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개별 언론사가 당연히 지켜야 하는 일입니다. 그게 안 된다면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차원에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들 협회가 소속된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나서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포털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클릭 장사 악순환의 핵심에는 ‘실시간 검색어’가 있습니다. 자살에 쓰인 도구가, 장소가, 방법이 검색이 많이 된다고 해서 실시간 검색어에 그대로 노출하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문제 확산에 일조하는 것입니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19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관련 보도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언론에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생명이 달린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적 기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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