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이래 30년 간 개최된 ‘초록동요제(전 가족동요창작경연대회)’는 2015년 제30회 행사를 끝으로 중단됐다. 주최 측 서울YMCA는 2016년 후원금이 끊긴 후 동요제를 도와 줄 후원기업을 찾지 못했다. 동요제는 2년 연속 개최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았다.

마지막 후원금 규모는 ‘1억 5천만 원’. 1984년부터 2015년까지 30년 간 서울YMCA 동요운동을 지원한 후원사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15년 서울YMCA 측에 ‘삼성전자 사정이 어렵다’면서 잠정 후원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

서울YMCA ‘동요운동’ 담당 간사 김아무개씨가 18일 오후 열린 ‘삼성 뇌물 사건’ 항소심 14회 공판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이들의 후원금이 끊긴 2015년은 공교롭게도 삼성전자가 정유라씨 승마지원을 위해 최순실씨 차명회사 ‘코어스포츠’와 213억 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5억5천만 원을 지급한 해다.

▲ 2015년 5월5일 KBS에 방영된 제30회 '초록동요제' 영상 캡쳐.
▲ 2015년 5월5일 KBS에 방영된 제30회 '초록동요제' 영상 캡쳐.

김 간사는 후원이 중단될 당시 삼성전자로부터 “‘삼성전자 측 사정이 어렵다’ ‘어린이들이 동요를 부르지 않아 기업 홍보 효과가 적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후원 중단 이후 다른 후원사를 찾는 노력을 했으나 찾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가 어려우면 다른 기업은 얼마나 어려울까 이런 생각은 해보긴 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가 행사 주최로 함께 기재된 데 대해 김 간사는 “동요운동 쪽은 정부의 어떤 정책이나 예산에 반영이 안돼 있는데 YMCA가 30년 동안 이것을 했고 삼성전자가 30년 동안 이 지원을 했다”며 “그 부분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는 차원에서 주최로 넣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9월 코어스포츠에 10억8687만 원 용역대금을 지급했다. 10월엔 △영재센터 후원금 5억5천만원 △승마 차량 구입대금 2억4418만원 △살시도 구입 및 보험비용 8억3132만원 등을 최씨 측에 지급했다. 이어 11월엔 60억원을 미르재단에, 12월엔 11억3825만원을 코어스포츠에 송금했다.

김 간사는 특검이 삼성 측 피고인 변론을 반박하기 위해 채택한 증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 등 1심 재판부가 뇌물로 판단한 금전에 대해 공익적 후원금이었다는 변론을 펴고 있다.

서울YMCA와 삼성전자가 맺은 초록동요제 후원약정서엔 ‘명시된 항목 외 후원금을 사용할 경우 삼성전자 승인없이 쓸 수 없다’ ‘삼성전자가 요청할 경우 실적을 최종보고서와 함께 삼성전자에 제출해야 한다’ 등의 규정이 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경우 후원금 회계에서 3억여 원이 최씨 차명회사로 알려진 더스포츠엠, 누림기획 등에 건너 갔다.

김 간사가 계약을 위해 작성한 초록 동요제 사업 계획서엔 ‘참가 기념품비 3000원×800개=240만원’ 등 소액 세부 예산을 기재한 예산안이 포함돼있다. 김 간사는 “통상적인 사업계획안을 짤 때 하듯이 넣은 것”이라 말했다.

영재센터가 삼성전자 측에 전달한 후원제안서엔 비문, 오기가 다수 발견되며 구체적인 사업계획 내용도 누락됐다. 5억5천만 원이 지급된 ‘1차 후원’ 당시 사업계획서엔 영재센터가 문화교류사업 및 남북교류사업을 추진한다고 적혀있으나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나 상세 예산 내역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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