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해직 노동자들이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SWAT(지역전담프로듀서)팀을 만들어 25명을 현업에서 배제한지 13개월 만이고, 지난 3월14일 회사가 18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통보해 다음날 OBS 사옥 앞에 천막농성장을 치고 OBS 정상화 투쟁에 돌입한지 9개월 여 만이다. 지난 1일 취임한 박성희 신임 사장이 온 뒤 첫 변화다. 

OBS는 지난 15일자로 교육발령을 받았던 편성 제작국 소속 PD 3명, 영상·카메라 담당 2명, 기술·엔지니어 1명, 아나운서 1명 등을 원 부서로 발령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는 18일 오전 경기도 부천 OBS사옥 앞에서 ‘해직자 복직 투쟁 보고대회’를 열어 이들을 맞이했다. OBS지부는 천막농성 279일차를 맞은 이날 농성장을 철수하고, 이날 오후 경영진과 임·단협 상견례를 진행하게 됐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는 18일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OBS 본사에서 '해직자 복직 투쟁 보고대회'를 열어 복귀하는 언론노동자들을 환영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는 18일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OBS 본사에서 '해직자 복직 투쟁 보고대회'를 열어 복귀하는 언론노동자들을 환영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2017년 한 해 동안 OBS는 노사갈등으로 채워졌다. 경영난을 이유로 회사는 예산삭감에 집중했다. OBS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정리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 안을 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30억원 증자·제작수준 유지 등을 조건으로 ‘조건부 재허가’했다. 지난 1월 회사가 외주화 등 구조조정 계획·임금 20% 삭감 수준의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 조합원 11명에 대한 징계를 위해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2월 19명에 대해 자택대기발령, 3월 14일 정리해고자 18명을 선정해 통보했고, 4월15일 13명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노조도 본격적으로 대응했다. 지난 5월 OBS지부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13명 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냈고, 지난 6월에는 해직자들을 중심으로 총 12일간 경인지역 41개 지역을 자전거를 타고 돌며 시청자들을 만났다. 경기지노위는 지난 7월 OBS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했고, 이에 OBS는 해고자 13명을 복직시켰다. 하지만 자택대기발령을 내렸다. 지난 9월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조 집행부 등 11명에 대한 징계를 부당하다고 판정했고, 이에 OBS지부는 김성재 부회장·최동호 대표 퇴진을 주장했다.

▲ 지난 3월15일 오전, OBS 사옥 앞에서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와 언론노조의 정리해고 규탄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3월15일 오전, OBS 사옥 앞에서 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와 언론노조의 정리해고 규탄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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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돼서야 가까스로 사태가 수습됐다. OBS는 지난 11월 자택대기자 13명을 교육발령으로 전환했고, 이 중 5명만 현업으로 복귀시켰다. 그리고 지난 15일자로 나머지 8명이 모두 현업으로 복귀한 것이다. 오동식 OBS지부 사무국장은 OBS의 투쟁경과를 설명하며 “혹자들은 노동조합이 이겼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우리는 조합원들을 지켰을 뿐이다. 이제부터 위기를 극복하고 경인지역 시청자들과 함께 OBS 발전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직자들을 맞이하는 행사 날, 이른 시각부터 눈이 내렸다. 유진영 지부장은 “눈이 오면 귀한손님을 맞이할 수 있다고 하더라”라며 해직자 복귀를 환영했다. 지난해 11월 겨울에 시작한 투쟁이 계절을 한번씩 거쳐 다시 겨울에 접어들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춥거나, 비가 내리거나(4월14일 정리해고 통보 하루 전), 엄청 뜨겁거나(6월16일 희망자전거 대장정 보고대회) 했던 기억이 난다”며 “단 한순간도 우리가 패배하리라 생각해 본적 없다”고 이들을 맞이했다. OBS지부는 이들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 유진영 언론노조 OBS지부장(왼쪽)이 18일 해직자들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맞이하고 있다. 사진=OBS지부
▲ 유진영 언론노조 OBS지부장(왼쪽)이 18일 해직자들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맞이하고 있다. 사진=OBS지부

복귀한 해직자들은 눈물로 화답했다. 편성제작국으로 돌아간 백민섭 조합원은 “해고당하고 투쟁할 때 두려웠다. 하지만 천막은 따뜻했고 동지들이 감사하다. 오늘은 참 행복한 날이다. 여러분들의 손길과 마음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느꼈다. 사과가 다 익어서 떨어지는 건 혁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떨어뜨리는 게 혁명이지. 그 말 잊지 않고 그간 따뜻하게 봐준 것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같은 국 소속 장기혁 조합원은 “지난 4월 ‘가족’이란 단어를 사용해봤는데 지난 사계절을 버틴 힘이 ‘가족’이 아니었나 싶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4개월(해직기간)을 겪으면서 정말 좋은 식구들을 많이 얻었다”며 “이제 절반의 성공을 했다. OBS 정상화를 위해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는 18일로 279일차를 맞은 천막농성장을 철거하고 노사 임단협에 돌입한다. 사진=OBS지부 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는 18일로 279일차를 맞은 천막농성장을 철거하고 노사 임단협에 돌입한다. 사진=OBS지부 제공

OBS 정상화에는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방통위에 재허가 조건을 심사받아야 하고, 새 사장이 왔으니 주요 간부에 대한 새 인사도 있어야 한다. 김환균 위원장은 “어떤 조직이 잘 되는가 못 되는가는 인사를 보고 알 수 있다”며 “보직을 맡은 사람이 작년에도 내년에도 계속 보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게 OBS의 오래된 관행이었는데 그러면 조직은 썩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새 사장이 왔으니 인사문제를 바로잡고 활기 넘치는 조직을 만들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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