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망중립성 폐지가 결정되자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업체를 대변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망중립성을 둘러싼 국내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의 여론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인터넷 기업 200여곳이 소속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17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미국의 망중립성 폐기는 자칫 미국을 넘어 망 중립성 원칙을 지지하는 전 세계 다른 국가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급격한 통신 정책 변경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3:2로 망중립성 원칙 폐지를 결정했다. 광대역 인터넷 엑세스의 성격을 ‘공공서비스’에서 ‘정보서비스’로 변경하는 데 다수인 공화당 위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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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은 통신망을 갖고 있는 사업자가 망에서 서비스하는 사업자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개념이다. 미국의 통신시장 규제는 인터넷 환경을 감안하지 못한 상황에서 도입됐기 때문에 인터넷을 공적 영역으로 봐야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쟁이 오랜 기간 이어졌다. 논쟁 끝에 트럼프 행정부는 통신사업자의 자율성을 우선한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FCC의 결정은 그간 이루어온 인터넷기업들의 혁신과 향후 산업을 주도할 스타트업의 의지를 꺾어 인터넷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망중립성 원칙을 더욱 공고하게 유지하고 강화해 나감으로써 글로벌 경쟁이 가능할 것이며, 국내 인터넷 산업 발전을 통한 국가 미래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망중립성이 폐지되면 데이터를 많이 쓰는 경우 통신사에 더 많은 비용을 내게 되거나, 통신사의 판단에 따라 경쟁사를 일방적으로 우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 기업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넷플릭스, 구글 등 인터넷 기업들이 망중립성 폐지에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물론 사업자의 자율을 우선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망중립성 원칙이 지켜져왔고, 통신의 공적 성격이 강해 국가가 전반을 관리해온 만큼 망중립성이 폐지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럼에도 업계가 반발한 배경에는 제로레이팅(통신사가 제휴 사업자의 서비스 데이터 요금을 감면하는 제도)과 같은 망중립성 완화 또는 이에 준하는 규제완화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망중립성과 관련한 공론장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 오픈넷은 15일 성명을 내고 “미국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망중립성 정책을 논의하는 공론장이 중요하다는 점”이라며 “(한국의 경우)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협의체가 구성된 바 있지만, 논의자료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등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공론장의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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