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를 관리·감독하고 연합뉴스 사장 추천 권한을 갖고 있는 뉴스통신진흥회(연합뉴스 대주주·이하 진흥회) 새 이사진 구성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연합뉴스 안팎에서는 진흥회 이사장으로 강기석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내정설이 퍼져있다. 

올해 임기를 마치는 진흥회 이사진 총 7명 가운데 차기 이사로 5명은 결정됐다. 허승호 현 진흥회 이사(신문협회 추천), 진홍순 전 KBS 이사(방송협회 추천), 윤재홍 전 KBS 제주방송총국장(자유한국당 추천), 김동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장(더불어민주당 추천), 박종열 가천대 교수(국회의장 추천) 등이다. 청와대가 추천해야 할 2명만 확정되지 않았다.

▲ 이주영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장이 지난 6월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연합뉴스 1층, 임원실 앞 등에서 박노황 사장 퇴진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지부 제공
▲ 이주영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장이 지난 6월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연합뉴스 1층, 임원실 앞 등에서 박노황 사장 퇴진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지부 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지부장 이주영)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 못하는 진흥회 구성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강 전 국장 내정설에 대해선 “특정 대선후보 캠프에 몸담았고 현재까지 대통령 추모재단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인물이 진흥회 수장이 된다면 어떻게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라며 “강씨는 과거 고위공직 내정설이 나돌다 석연치 않게 무산된 바 있어 철저한 검증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기석 전 국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청와대 추천 인사는 이사장을 맡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의 이사장 내정설에 대해 인정했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도운 것과 관련해 그는 “당시 후보가 발판도 없고 해서 특보단을 꾸리지 못했는데 언론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자문을 위한 멘토단에 들어갔을 뿐 특보단에 들어가 직접 정치행위를 한 건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치성향이 어떠하다는 것만으로 예단해서 그쪽에 유리하게 할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당시 강 전 국장의 ‘국정홍보처장 내정설’이 보도된 바 있었지만 없던 일이 됐고 그는 훗날 신문유통원장으로 임명됐다. 강 전 국장은 “임기 마지막 1년은 이명박 정권 때 했는데 정권에서 날 쫓아내려고 신문유통원에 감사반이 한 달 동안 뒤집어놨지만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며 검증된 인사라고 주장했다. 강 전 국장은 노무현재단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그는 이에 대해 “존경하는 정치인을 추모하기 위한 것일 뿐 돈 받는 자리도 아니고 정치활동을 하는 자리도 아니”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지부도 강 전 국장이 개혁적 성향의 언론인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그의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앞으로 추진할 연합뉴스의 중립성·독립성을 강화하는 노력들에 대해 정치적인 논란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주영 지부장은 지난 15일(농성 44일차) 서울 종로 연합뉴스 사옥 1층 로비에서 진행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편향 인사로 이사진이 물갈이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선 안 된다”며 “안 그래도 보수진영에서는 권력의 방송장악 프레임을 펴고 있지 않느냐”고 우려했다.

KBS·MBC 공정방송 파업 국면에서도 논의된 것처럼 정치권이 공영언론 이사회·사장 임명에 개입할 여지를 없애도록 방송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역시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선출에 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KBS·MBC 등과 달리 연합뉴스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상임위도 다르고, 연합뉴스 문제에 전문성이 있는 교문위 소속 의원도 없다.

▲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지부장 이주영)가 박노황 경영진 퇴진 등을 주장하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5일 농성 44일 차 '공정방송 텐트'의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지부장 이주영)가 박노황 경영진 퇴진 등을 주장하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5일 농성 44일 차 '공정방송 텐트'의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이 지부장을 비롯해 연합뉴스지부 조합원들은 지난달 2일부터 연합뉴스 본사 1층 로비에서 “박노황 사장 퇴진”, “정치적 독립과 언론 공정성을 담보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 구성” 등을 주장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1~3명까지 희망자들로 당번을 정해 24시간 자리를 비우지 않는 릴레이 농성이다. 회사에선 “새 입주자 유치 어려움” “단협위반” 등을 이유로 두 차례 공문을 보내 농성장 철수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정상화를 위해 바꿔야 할 지점은 한 둘이 아니다. 이 지부장은 “박노황 경영진이 들어서서 수습기자 채용을 중단하고, 새로운 임금체계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수습 채용이 중단된 연합뉴스 편집국은 ‘늙어가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문·영문·다국어 부문에서 20대 기자는 각 1명뿐이다. 저연차 기자들의 피로만 누적되는 상황이다. 공채가 시급한 상황이다.

▲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농성장은 24시간 릴레이로 진행된다. 한 조합원이 야간에 농성장을 지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지부 제공
▲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농성장은 24시간 릴레이로 진행된다. 한 조합원이 야간에 농성장을 지키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지부 제공

박노황 경영진은 수습기자를 뽑는 대신 호봉제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신연봉제’를 만들어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신연봉제에선 예를 들어 10년차 기자를 채용할 때 보통 경력을 반(5년)만 인정하고, 임금 수준도 호봉제 5년차의 85%만 준다”며 “이렇다보니 신연봉제로 입사한 경력기자들의 박탈감이 매우 심하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신연봉제를 적용받는 이들은 호봉제의 75% 내외 임금을 받았지만 노조가 꾸준히 불평등 해소를 주장해 85% 수준으로 올려놓은 것이다.

기자직군이 아닌 기술·행정 등 직군에서는 이런 연봉제가 적용된 지 10년이 넘었다. 박노황 경영진이 들어서 기자직군으로도 이를 확대한 것이다. 이로 인해 기자들은 경영진의 눈치를 더욱 볼 수밖에 없는 상황. 

이 지부장은 “경영진은 사내에서 성과연동형연봉제를 경영목표로 삼았다”며 “곳곳에서 연봉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이를 성과라고 선전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임협을 통해 연봉제와 호봉제 간 격차를 없애고, 단협에서는 편집권 독립을 위한 ‘편집총국장제’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 공정보도쟁취 100일 파업의 성과물로 얻은 편집총국장제는 박노황 사장이 취임하면서 일방적으로 폐기됐다. 

이 지부장은 무엇보다 “박노황 경영진은 임기를 채워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새 진흥회 체제에서 뽑힐 차기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에 시작한다. 연합뉴스지부는 지난 10월 박 사장이 노조를 부정·폄훼하고 노조 현·전임 간부들을 부당 징계·보복성 지방발령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지부장은 “연합뉴스를 망가뜨려 놓은 사람을 우리가 쫓아내지 못하면 언론사로서 정체성에도 문제가 있는 거고, 구성원들도 자괴감에 빠질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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