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YTN 상무(사장 직무대행)가 지난 14일 ‘해직기자 간 불화설’, ‘우장균 기자가 사장 자리 등을 놓고 거래를 시도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입장문 내고 이를 YTN의 한 간부가 타사 기자들에게 퍼뜨렸다. 김 상무는 해당 글에서 자신이 적폐가 아니라 해직기자들과 YTN 노조가 적폐라는 주장을 펼쳤다.

우장균·노종면 등 이해 당사자들은 즉각 김 상무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며 반박했고, YTN 구성원들은 김 상무가 ‘진흙탕 싸움’을 만들고 있다며 비판했다.

YTN에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최남수 사장 내정자와 김 상무 등 현 경영진에 대한 퇴진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노조의 파업투표와 최 내정자에 대한 임시주총이 다음 주로 예정된 상황에서 김 상무가 YTN 구성원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해직언론인 출신 우장균·노종면 두 기자가 사장 선출 국면에서 갈등하며, 기존 경영진과 자리를 놓고 ‘나눠먹기’를 시도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상무 등 경영진이 ‘마타도어’를 통해 노조의 단합된 힘을 약화시키려 했다는 게 YTN의 다수 구성원들 생각이다.

▲ 지난 2014년 12월 YTN 해직기자 3인이 복직해 첫 출근하는 날. 가장왼쪽 우장균 기자, 오른쪽에서 두번째 현덕수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2014년 12월 YTN 해직기자 3인이 복직해 첫 출근하는 날. 가장왼쪽 우장균 기자, 오른쪽에서 두번째 현덕수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김 상무는 14일 올린 글에서 지난 8월1일과 10월9일, 우장균 기자가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현덕수가 미국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사장 출마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덕수가 말하기를 차기 사장은 노종면으로 가기로 했으니 양보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종면이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대법원 판결로 복직한 나와 해직 상태에 있는 종면이와 누가 더 경쟁력이 있겠나? 사장 후보는 내가 적격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내가 양보해줄 것을 거듭 설득하는 것이었다. 견디기 힘들었다.”

“YTN에 사장 지분 있는 사람 3명 있다. 선배와 나, 그리고 노종면이다. 1차 공모 때 선배는 중도 사퇴했고, 종면이는 낙마하지 않았느냐. 이제 남은 건 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나는 한번 양보한 사람이다. 선배가 도와주면 나는 100% 된다. 선배가 또 나오면 적폐로 낙인찍힌다. 내가 되면 선배는 살려드린다. 영향력 있는 인사를 통해 언론 관련 단체 등에 추천해줄 수도 있다. 그리고 내게 명단 5명 달라. 그러면 그들이 적폐일지라도 살려주겠다.”

“사장 입후보 한다. 나와 노종면은 결이 다르다. 지난 사장 선임 과정에서 선배와 노종면의 결이 ytn의 시대정신이 아니었다는 게 판명나지 않았나. 구성원들 다 안고 간다. 네거티브 안할 것이다. 그리고 결과에 승복할 것이다.”

김 상무는 “사장내정자 선임, 즉 경선결과에 불복하고 사장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 같은 혼돈 상황이 치밀한 계획 하에 실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실제로 의심을 넘어 우장균 사장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구체적 정황들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을 두고 파문이 커지자 당사자들은 15일 김 상무의 글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우장균 기자는 “현덕수 기자가 내게 ‘차기 사장을 노종면에게 양보하라’고 한 적이 없다”며 “노종면 기자가 1차 사장추천위원회에 출마했을 때 회사 안팎에서 ‘노종면 기자가 선배인 우장균 기자와 싸우고 출마했다’는 마타도어를 들었다고 했는데, 상식적으로 노 기자와 내가 사장이 되려는 욕심이 있어 싸웠다면, 둘이 함께 나오지 후보를 단일화해서 나왔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마타도어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김 상무의 글이 답을 해준다”고 덧붙였다.

우 기자는 “‘내가 사장되면 선배는 살려드린다’라는 말도 사실이 아니”라며 “난 2차 사추위 면접과정에서 사추위원 한 명이 김 상무를 어떻게 할 것이냐 물었을 때 ‘본인이 사의를 표명했으니 본사 상무는 적절치 않고 제가 사장이 되면 YTN 자회사 임원으로 보내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또한 “김 상무가 언급한 ‘내게 명단 5명 달라. 그러면 그들이 적폐일지라도 살려주겠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라며 “난 적폐라는 단어를 쓴 적이 없고 어찌 인사권을 가진 사장대행 앞에서 일개 부장급 기자(우 기자 본인)가 누굴 살려 준다 만다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우 기자는 “난 자리에 연연해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향후 YTN 구성원들이 평가할 때 개혁완수에 더 나은 사람이 있다면 그 분이 사장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 12월11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1층에서 노종면 기자가 최남수 사장 내정자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노 기자 왼쪽이 현덕수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 12월11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1층에서 노종면 기자가 최남수 사장 내정자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노 기자 왼쪽이 현덕수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노종면 기자 역시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김 상무의 글 중 노 기자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며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저와 현덕수 기자는 표리부동한 위선자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지만 만약 거짓이라면 글쓴이가 위선자”라고 반박했다.

김 상무는 대선 전인 지난 4월 현덕수 기자가 YTN의 차기 사장을 노 기자로 정하고, 우 기자에게 양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는데, 이 대목을 두고 노 기자는 “대선은 5월9일, 조준희 전 사장 사퇴는 5월19일, 차기 사장 논란도 상무 주총 논란과 궤를 같이하며 5월에 확산됐는데 4월에 차기 사장 도전자로 노종면을 결정하고 출마 준비 중이던 우장균을 주저앉혔다? 영화 시나리오도 이렇게 쓰면 욕먹는다”고 비판했다.

YTN 노동조합에 따르면 김 상무의 글은 YTN의 한 간부가 타사 기자들에게 퍼트렸고, 소위 ‘지라시’ 형태로 널리 퍼졌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간부는 “김 상무 개인 성명이지만 기사가 가능한 곳이 있으면 도와달라고 했다. 뭐가 잘못됐나? 양심적인 사람으로 김 상무를 믿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노 기자는 “특정인에 대한 모욕과 사실관계의 왜곡이 담긴 김 상무의 개인 글을 YTN의 중요 간부가 외부로 확산시킨 행위는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반성한다면 스스로 수습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김 상무의 글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의 반발도 나왔다. YTN 한 구성원은 사내 게시판에 “더 이상의 추락을 막고 회사의 정상화를 염원하는 이들(노조)과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우다 심지어 혼란을 야기하는 글을 게재하는 저열한 방식으로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게 하는 자들(경영진)이 있다”며 “현 시점은 누가 사장이 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난 9년을 반성하고 다시금 정상적인 회사를 만들려는 의지 있는 자가 사장되는 게 중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 왼쪽부터 박진수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장, 김호성 YTN 상무,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 사진=미디어오늘
▲ 왼쪽부터 박진수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장, 김호성 YTN 상무,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 사진=미디어오늘

YTN 사내 게시판에는 최근 최 내정자 퇴진을 주장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YTN 7기들은 “지난 9년 우리의 행적과 너무도 다른, 공정방송 문외한인 최남수로는 개혁도 없고, 쇄신도 없고, 청산도 없다”며 “부디 22일(임시 주주총회) 전에 퇴장해서 YTN 구성원들의 메리 크리스마스에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5기들도 “애초 적격자가 아니었던 최남수 씨가 사장으로 내정된 순간 예고됐던 파국”이라며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 상무 글 이전에도 사내 게시판에는 언론개혁을 요구하고, 최 내정자 퇴진을 주장하는 구성원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며 “과연 최 내정자가 지금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오는 18일(월요일) ‘최남수와 적폐 퇴진 총력투쟁 선포식’을 열고 투쟁을 이어가겠다”며 “최 내정자는 22일 임시주총 이전에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의 글을 유포한 간부에 대해서는 “해사행위(김 상무 글 유포)를 자행한 간부에 대해 감사팀에 정식 감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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