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발생한 중국 현지 경호업체의 한국 기자 폭행 사건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폭행당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도를 넘은’ 보도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15일 오전 MBN은 “중국경호원 기자폭행 나눌 때 ‘김정숙 여사’는 스카프 나눠”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제목만 보면 기자 폭행 사태가 벌어질 당시 김 여사가 한가하게 스카프나 나누고 있었다는 내용으로 보인다.

해당 기사는 “김정숙 여사가 14일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한메이린 예술관에서 한메이린 작가와 재회의 기쁨을 나눴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사실상 이 내용이 전부인 ‘동정 보도’다. 기자 폭행 사건과 전혀 연관 없는 김정숙 여사 이름에 ‘따옴표’까지 붙여 오해의 여지를 만든 것이다. 현재 기사 제목은 “방중 ‘김정숙 여사’ 한메이린 작가 재회”로 수정됐다.

▲ 15일 MBN 보도. 해당 기사 제목은 <방중 ‘김정숙 여사’ 한메이린 작가 재회></div></div>
                                <figcaption>▲ 15일 MBN 보도. 해당 기사 제목은 <방중 ‘김정숙 여사’ 한메이린 작가 재회>로 수정됐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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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폭행 사태 원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적 무능’인 것처럼 호도하는 보도들도 있다. 한국일보는 이날 “중국서 혼밥 먹는 문 대통령… 폭행 사태까지, 연내 방중 무리수에 외교 참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노출했다. <p></p><p>해당 기사는 “출발 전부터 삐걱대던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이 폭행 사태라는 외교 참사로까지 이어졌다”며 “일정을 무리하게 추진한 우리 정부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사실상 ‘혼밥’을 거듭하는 등 알맹이 없는 정상외교 일정이 된 것도 논란거리”라고 지적했다.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해당 기사 제목 역시 “국빈 방문인데 홀대... 폭행 사건, 외교적 무례 도넘은 중국”으로 수정됐다. </p><p></p><div style=
▲ '혼밥'을 강조한 15일자 한국일보 기사 제목은 <국빈 방문인 데 홀대... 폭행 사건.. 외교적 무례 도넘은 중국></div></div>
                                <figcaption>▲ '혼밥'을 강조한 15일자 한국일보 기사 제목은 <국빈 방문인 데 홀대... 폭행 사건.. 외교적 무례 도넘은 중국>으로 변경됐다.</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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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div style=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발언을 인용해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운 15일자 동아닷컴 기사.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발언을 인용해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운 15일자 동아닷컴 기사.
15일자 동아일보도 비슷한 맥락이다. 상단에 폭행 사건 전말을 배치한 동아일보 2면 하단에는 “세끼 연속 따로 밥먹은 ‘국빈’”, “왕이, 文 대통령 팔 툭툭 치며 인사…결례 논란” 등의 기사를 배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측에 무시를 당했고, 이것이 기자 폭행 사태로 비화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동아닷컴의 경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날 아침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한 발언을 인용해 “김성태 “기자폭행, 길거리 개 걷어차듯… 文 대통령은 ‘혼밥’이나 먹고””라는 제목을 달았다.

▲ 기자 폭행 사태가 예견된 일이며 중국의 뜻을 보여줬다고 주장한 15일자 조선일보 사설.
▲ 기자 폭행 사태가 예견된 일이며 중국의 뜻을 보여줬다고 주장한 15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오버의 정점을 찍었다. “文 대통령 박대와 韓 기자 집단폭행, 이것이 ‘중국몽’”이라는 15일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박대와 기자 집단 폭행은 우연이나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시진핑 주석은 공산당 당대회를 통해 집권 2기를 열면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시대를 열겠다며 그것을 ‘중국몽(夢)’이라 했다. 지금 중국이 한국 대통령 일행을 불러놓고 벌이고 있는 이 무도한 행태가 바로 ‘중국의 꿈’의 본질이다”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꿈’은 시진핑 주석이 자국 국정운영을 위해 내세운 슬로건이다.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주석님의 지도하에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의 꿈’을 이루어 나가길 바란다”는 축전을 시 주석에게 전한 바 있다. 새로운 논리를 만들기 위해 무리한 ‘관심법’ 을 자행한 셈이다.

기자 폭행 사건 관련 보도들에 대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속셈과 ‘어뷰징(언론사가 의도적으로 검색을 통한 클릭수를 얻기 위해 동일한 제목이나 인기검색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처장은 이번 사태가 “국내에서만 문제가 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언론의 신중함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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