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징역 25년이 구형됨에 따라 공범인 파면 대통령 박근혜씨에 대한 구형량에 관심이 쏠린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 등 최씨보다 더 많은 혐의를 가진 데다 최근 드러난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 사건에도 연루된 정황이 있어 징역 25년이 최저 구형량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1년 2개월 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수사 및 공소 유지를 맡아 온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4일 최씨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1185억원 및 수뢰액 추징금 77억9735만원을 구형했다. 형량이 가중되지 않을 경우 유기징역 최대형은 30년이다.

검찰은 “최씨에게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사건으로 이미 징역 7년이 구형된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분리된 사건에서 이미 별도 구형이 내려졌기 때문에 구형량을 낮췄다는 취지로, 실질적으로 징역 30년 구형을 염두에 뒀다는 뜻이다.

▲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 비선실세로 불린 최순실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 비선실세로 불린 최순실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검찰은 △특가법 뇌물죄 형량이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인 점 △취득한 사익이 수백억원에 이른 점 △허위진술, 증거인멸 등으로 진실 규명 방해한 점 등을 지적하며 “법정형 중 가장 낮은 구형을 할만한 어떤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한 “피고는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과 끝”이라며 “”무분별한 재산 축적 사욕에 눈이 멀어 온 국민을 도탄에 빠뜨렸기에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엄벌을 요구했다.

최순실 징역 25년, 노태우 무기징역 구형… 박근혜는?

이에 따라 공범으로 기소된 박씨의 구형량은 자동적으로 징역 25년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씨도 최씨와 마찬가지로 범죄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다 최씨보다 더 많은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검찰이 기소한 박씨의 18가지 범죄 사실 중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관련 직권남용 △문체부 실장 3명 및 문체부 국장 인사조치 직권남용 △청와대 문건 47건을 유출한 공무상 비밀누설 △CJ그룹 부회장 퇴진 강요미수 혐의 등이 포함돼있다. 이를 제외한 14가지 혐의가 최씨와 공모관계로 이뤄진 사건이다.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 사건을 고려하면 박씨의 범죄 사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기소된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 지시로 국정원 특활비를 대통령에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공무원이 나랏돈으로 제공한 뇌물을 박 전 대통령이 사적으로 썼다는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며 “통상 부패사건 처리로 볼 때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35개 기업체로부터 2838여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에게 징역 22년6월과 추징금 2838억96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은 1997년 4월 징역 17년에 추징금 2628억원을 확정했다.

벌금 1185억원, 최씨 뇌물 총액 592억원 두배값… 노역 가능성도

검찰이 최씨에게 적용한 벌금 1185억원은 최씨가 대기업들로부터 받거나 요구했던 뇌물 총액 592억원에 두배를 병과한 값이다. 최씨에게 적용된 특가법 상 뇌물죄의 경우 뇌물로 받은 금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최씨 공소장에 따르면 최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433억 원을 뇌물로 받거나 받길 약속했다. 여기에 최씨가 삼성전자로부터 실제로 받은 77억9735만원과 최씨가 대통령과 공모해 롯데로 하여금 K스포츠재단에 출연하게 한 70억 원이 더해졌다.

벌금은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 내에 납입해야 한다. 1심 재판부가 검찰의 벌금 구형을 받아들이고 최씨가 이를 기한 내 납입하지 못했을 경우엔 최씨는 금액을 완납할 때까지 노역장에 유치될 수 있다.

최씨는 지난 11월14일 ‘이대 학사비리’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사건과 별도의 범죄로 기소된 것으로, 이 경우 형량은 누적된다. 이대 학사비리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된 상태로 2018년 초 최종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최씨의 이번 사건 선고 공판은 내년 1월2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