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위원장 김병기)이 탈원전 목소리를 내왔던 오피니언 리더와 시민단체 인사에 대해 형사고소를 하고 있다.

한수원 노조에 고소를 당한 일부 인사의 경우 한수원 노조에 관해 언급한 일이 없는데도 왜 고소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경주 지진 발생시 월성 1호기의 지진계측기 상태를 은폐했다고 비판한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한수원 노조의 고소로 지난 4일 경주경찰서에서 피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한수원 노조는 앞서 지난 9월21일 김 교수를 상대로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김 교수에 법적 조력을 한 탈핵변호사모임의 김영희 변호사에 대해서도 한수원 노조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탈원전 진영 전부를 고소고발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교수에 대해 한수원 노조가 문제삼은 것은 △지난해 경주지진시 문제가 된 월성1호기의 지진계측기 은폐 문제 △핵마피아라는 언급 △원전사고 가능성과 방사능 위험성에 대한 언급 등이다. 이 가운데 김 교수가 한수원 노조를 직접 언급한 대목은 없다. 그런데 왜 한수원 노조는 김 교수를 형사고소하고 나선 것일까.

한수원 노조는 경주지청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김 교수가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1호기의 원자로 건물 외부(자유장)에 설치된 자유장 계측기가 고장나 있었지만 당시 한수원은 이러한 사실을 숨겼다…2주 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경주 시민들은 원전 사고 발생 가능성에 대해 불안에 떨고 있다. 한수원은 지진계 고장에 관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말한 점을 들었다. 이들은 김 교수가 “굳이 그들을 핵마피아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마피아처럼 조직의 이해관계를 깰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점을 들어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수원 노조는 김 교수가 원자력안전위 위원이자 대학교수로서 지난 7월16일 TV조선을 비롯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원전사고 날 확률이 30%”라 말한 점과, 각종 강의를 통해 “앞으로 300년은 일본과 북태평양 산 고등어, 명태, 대구는 절대 먹지 마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4년 간 일본인 60만 명이 더 죽었다”, “한국에서 핵사고 나면 국민 전체가 이민가야 한다”, “사실 이거 해양투기 거든요, 방사능 해양투기를 허용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점을 들었다. 한수원 노조는 이런 발언이 범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한수원 노조는 지난해 경주지진 당시 월성1호기 지진계측기 문제 은폐 비판에 대해 “한수원이나 한수원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월성 1호기 지진계측기에 관해 숨기거나 거짓말을 한 사실이 없다”며 “월성 1호기 자유장(원자로 외부 부지-땅) 지진계측기는 2014년 11월에 설치 위치가 부적합하다는 규제기관(원자력안전위원회-KINS)과의 협의에 따라 지진발생 시 수동정지 여부를 결정하는 대표지진계에서 제외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후 관련 절차서의 개정(2014년 12월)을 통해 보조건물 기초에 있는 지진계측기를 대표지진계로 대체 운영하였으며 이러한 사실들은 국감에서도 소명된 바 있다”고 했다.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운영했는데 자유장계측기 고장을 숨겼다고 허위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한수원 노조가 왜 자신을 고소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가장 먼저 문제삼고 있는 경주지진시 월성1호기 지진계측기 고장 문제 은폐의혹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지진 직후 자신과 함께 국회의원들이 방문했을 때 한수원이 이를 보고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수원 노조가 아닌 한수원이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했는데 한수원 노조가 왜 고소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보였다.

▲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지난 2013년 10월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지난 2013년 10월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교수는 “작년에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당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국회의원들이 함께 방문했을 때 월성1호기의 부지 지진계(건물외부의 지진계측기)가 고장나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지진 측정은 부지 지진계와 건물내 원자로지진계를 대표지진계로 설정해서 이를 분석한 것을 근거로 원전을 중단해야 하는데, 이를 설명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런 사정으로 인해 대표지진계를 바꿨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은 것은 숨긴 것이라고 본다”며 “국정감사와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이런 사실을 한수원이 숨겼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이를 토대로 얘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한수원 노조에 대해 “나는 한수원 노조를 비난해 본 적이 없다”며 “한수원 노조가 대표지진계를 바꿨다는 사실을 내게 말해줄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책임이 있다면 한수원 경영진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현장에 방문했을 때 한수원 조합원이 곁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그런데 왜 한수원 노조가 고소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근거없이 마피아라는 표현으로 명예훼손을 했다는 한수원 노조 주장에 대해 김 교수는 “핵산업계를 얘기한 것이지 한수원 노조를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며 “노조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사능이 위험하며 원전사고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 한수원 조합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에 대해 “오히려 나는 노조를 도와주려 했다”며 “피폭노동자의 보상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피폭시 암에 걸리는 사람들에 대해 산재로 인정될 수 있도록 기준을 좀 낮춰야 한다고 보고 이를 위한 자료를 제공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4일 경주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강의내용과 인터뷰 내용이 다 사실이며, 사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근거와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일본통계청의 인구자료, 의학교과서인 ‘예방의학’에 나온 방사능건강영향 관련 대목 등이라고 그는 전했다.

▲ 박종운(왼쪽)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와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지난 3일 저녁 경주에서 경찰조사를 하루 앞두고 사진촬영을 했다. 사진=김익중 페이스북
▲ 박종운(왼쪽)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와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지난 3일 저녁 경주에서 경찰조사를 하루 앞두고 사진촬영을 했다. 사진=김익중 페이스북
김 교수는 “내가 인터뷰하거나 강의한 내용은 이미 유투브 동영상으로 5~6년 동안 올라가 있었고 꾸준히 강의해왔을 뿐 아니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최고위과정에서 두차례 강의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며 “그런데도 한수원 노조가 형사고소한 것은 내 강의 내용 문제라기보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는 한수원 노조가 고소하기 1~2주일 전쯤 한수원 노조위원장이 전화로 통보한 데 이어 그 다음날엔 한수원 새울노조 위원장이 전화해서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소하겠다고 해놓고 다음날 토론회를 하자는 것은 무슨 얘기냐“며 “토론회를 제안하는데 이렇게 무례하게 제안하는 게 어디있느냐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할 목적이라면 성공했는지 모르겠다. 난 이미 경찰서에도 끌려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으니”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수원 노조가 탈핵운동가 모두를 고소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이렇게 고소를 남발하는 것은 죄가 안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수와 함께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도 지난 4일 오전 경주경찰서에서 한수원 노조 고소에 따른 피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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