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로부터 징역 25년을 구형받은 최순실씨가 최후변론에서 ‘특검의 악행’ ‘검찰의 사회주의적 발상’ ‘살기 힘든 수난’ 등의 날 선 용어를 써가며 자신의 14가지 범죄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최씨는 14일 오후 열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혐의 등에 대한 결심 공판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나에게 정경유착을 뒤집어 씌우는 검찰과 특검의 악행은 그야말로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라면서 “고영태 일당들이 내 약점을 잡고 국정농단을 기획한 것이라고 명확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죄송합니다”라며 진술을 시작한 동시에 울음을 터뜨렸다. 최씨는 “세상에 이런 모함과 검찰의 구형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을 보면서 사회주의보다 더한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격해지는 울음 때문에 재차 말을 삼켰다.

▲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 비선실세로 불린 최순실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 비선실세로 불린 최순실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검찰은 이날 최씨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고 뇌물 수수로 인정된 77억9735만원에 대해선 추징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씨는 천억 원대의 벌금 구형에 대해 “사회주의 재산 몰수보다 더 한 일”이라 비난했다.

최씨는 “대통령 의상실을 CCTV로 촬영하고 유출한 건 역대에도 없던 일이고, 역적에 해당하는 음모라고 생각하는 데도 검찰과 특검은 고영태와 그 일당들에게 책임을 전혀 묻지 않았다”며 “어느날 독일에서 JTBC가 ‘태블릿 PC’를 터뜨렸다는걸 처음 접하고 너무나 놀라 사실을 밝혀야겠다고 결심해 (한국에) 왔는데 이미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경제공동체와 대통령 뇌물수수 프레임으로 수사를 시작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태블릿PC를 여러 차례 보여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면서 “그것을 문제로 국정농단으로 몰고간 것은 너무나 힘이 들고 인간으로서 살 수 없는 일”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씨는 이어 “실제로 이익을 본 사람들은 억대 연봉을 받고 실행한 고영태 등 그 일당들”이라며 “검찰은 그들의 죄는 묻지 않고 한번도 이득을 본 적 없는 나를 (국정농단 피의자로) 몰고갔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한 “안민석 의원은 늘 파파라치 같이 저희 가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며 “딸 아이는 실력으로 국가대표가 됐다.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님에도 한 가족을 파멸시키고 사회를 혼돈 속에 밀어넣었다”고 주장했다.

“고형곤 검사님, 신자용 검사님, 윤석열 검사님, 그러시면 안됩니다. 한 개인과 가족을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하시면 안되는 겁니다!”

최씨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자신을 수사했던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신자용 특수1부 부장검사,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이름을 직접 호명했다. 그는 “내가 검찰에서 받은 수난은 사람으로서 살 수 없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검사님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건 훗날 역사에 그 이름이 기록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 밝혔다.

그는 파면 당한 대통령인 박근혜씨와 공범으로 지목된 데 대해 “내가 대통령과 같이 산 연인이라는 것이냐. 도대체 말도 안되는 것으로 박 전 대통령과 나를 엮고 있다”며 “젊은 시절 그 분의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강한 모습에 존경과 신뢰를 가졌기 때문에 그분을 …(울음)… 40년 동안 지켜본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구형 후 신체 이상 증세를 호소한 최씨는 최후 진술을 마친 후 퇴정했다. 최씨 진술 동안 법정 방청석에 앉은 서너명의 방청객들도 함께 울음 섞인 소리를 내며 울었다. 이 방청객들은 최씨가 퇴정할 때 “힘내세요” “함께 할게요” 라고 소리쳤다.

최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1월26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