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중국 국빈 방문 중 발생한 중국 측 경호원 한국 기자 폭행 사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책임론을 포함해 중국과의 마찰, 언론과의 관계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

청와대는 외교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중국정부에 즉각 유감의 뜻을 전하고 사건 진상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고민 지점은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가 이번 폭행 사태로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양국이 신중히 조율하고 경제파트너로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목표를 뒀지만 이번 폭행 사태로 인해 입지가 좁아졌다.

청와대는 현지 순방 기자단과 논의해 현지 공식 브리핑이 나간 후 사건을 공식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상회담 직전 벌어진 폭행 사태가 공식 입장 표명 없이 언론에 전면 보도될 경우 자칫 정상회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순방시 기자들이 폭행을 당한 것은 처음이다. 부상 정도나 폭행 수위도 심각한 수준이다. 외교 성과는커녕 폭행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고, 중국 측 대응에 따라 외교 문제로도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 중국 경호인력들이 이충우 매일경제 사진기자(가운데 모자이크 부분)를 둘러싸고 복도로 나가고 있다. 사진=CBS 제공 영상 캡쳐
▲ 중국 경호인력들이 이충우 매일경제 사진기자(가운데 모자이크 부분)를 둘러싸고 복도로 나가고 있다. 사진=CBS 제공 영상 캡쳐
▲ 10여명의 중국 경호인력들이 이충우 기자를 눕혀놓고 집단 구타하고 있다. 사진=CBS 제공 영상 캡쳐
▲ 10여명의 중국 경호인력들이 이충우 기자를 눕혀놓고 집단 구타하고 있다. 사진=CBS 제공 영상 캡쳐
▲ 한 중국 경호원이 이충우 기자를 발로 걷어찬 후 뒤로 나오고 있다.사진=CBS 제공 영상 캡쳐
▲ 한 중국 경호원이 이충우 기자를 발로 걷어찬 후 뒤로 나오고 있다.사진=CBS 제공 영상 캡쳐
우선, 청와대 경호실이 제대로 경호 업무를 수행했는지부터 질타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따르면 중국 측 경호원과 기자들이 마찰을 빚고 폭행을 당할 때까지 우리 측 경호 인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폭행 현장에서 춘추관 관계자가 우리 측 경호원을 호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통령 경호 수행 중이었다고 하지만 국빈방문 수행단에 포함된 취재 기자에 대한 기본적인 경호 임무가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지 취재 기자에 따르면 폭행 사태 발생 전 춘추관 관계자가 취재 과정에서 중국 측과 물리적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경호 인력에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경호처가 미리 대응하지 못한 ‘실수’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외교부를 통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강력한 대응 조치를 중국 측에 주문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중국 측이 내놓지 않을 경우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일고 화살이 우리 정부 측으로 향할 수도 있다. 일방적인 폭행 사태가 벌어졌는데 중국 측의 책임있는 답변과 사과를 받아내지 못할 경우 정부 무능론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루캉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번 행사는 문 대통령 방중에 맞춰 한국 측에서 주최한 자체 행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비록 한국이 주최했어도 중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큰 관심을 표한다”며 “더 자세한 관련 사항은 한국 주최 측에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중국 측 입장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 한국 측 책임 하에 벌어진 일이라고 선을 그은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폭행 주체가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국지사가 계약한 경호업체 직원들이라는 보고가 있어 파악 중이다. 다만, 해당 국가의 기관인 중국 공안 쪽에서 업체 직원들을 관리 감독을 하게 돼 있어 최종 책임은 중국 측에 있다는 게 코트라 측 설명이다.

언론의 시선은 싸늘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중 정상회담 성과는 묻히고 폭행 사태에 따른 한중 관계 경색이라는 보도가 주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

당장 폭행을 당한 기자 매체는 이번 사태를 ‘폭거’라고 규정했다. 매일경제는 “기자단의 정당한 취재활동마저 ‘무차별 폭행’으로 억압하는 중국 공권력에 대한 언론탄압과 국제 사회의 비난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라며 강력히 항의하는 내용의 보도를 내놨다.

언론의 취재를 가로막아 결과적으로 국익을 침해한 사안인 만큼 청와대가 어떤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청와대는 중국 측 답변에 따라 항의하는 수위를 결정하고, 경호실 문책에 더한 추가 조치 등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순방 기자단은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전속 취재 최소 인력만 남겨놓고 모든 취재 일정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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