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는 나무를 베어 만들지 않는다. 버려진 신문지를 수거해 물에 녹여 만든다. 재활용이다. 이 종이를 폐지라고 한다. 올해부터 폐지 가격이 뛰었다. 신문협회에 따르면 제지업체 국내 폐지 수입가격은 올 1월 대비 9월 현재 32.4%(117원→152원) 인상됐다. 제지업계에서도 30% 이상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서울의 한 종합일간지 신문지국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1kg에 120원이었던 폐지가격이 지금은 160원대”라고 말했다.

폐지는 왜 갑자기 크게 오른 걸까. 제지업계는 골판지 때문이라고 말한다. 폐지는 신문지폐지와 골판지폐지로 나뉜다. 신문지폐지는 신문지를 만드는데 쓰이고, 골판지폐지는 박스를 만드는데 쓰인다. 폐지업체는 신문폐지와 골판지폐지를 둘 다 판매한다. 그런데 골판지 수요가 증가하며 골판지폐지가격이 올랐다. 우리가 모바일로 쉽게 상품을 주문하고 받는 과정에서 예전에는 없었던 박스 수요가 늘어나며 골판지가 귀해졌다.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2016년 골판지 시장규모는 3조7000억 원 수준이다. 제지업계에선 골판지폐지 가격이 상승하며 덩달아 신문지폐지 가격까지 올랐다고 말한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좀비기업이 되며 버텨왔지만 2014년부터 원가수준으로 신문용지를 생산하고 있고 지금은 판매가격이 원가 이하다. 찍을 수록 적자다”라며 신문용지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제지회사도 있지만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는 것.

▲ 제지업계가 최근 신문사들에게 신문용지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신문사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14일자 몇몇 일간지의 모습. 신문지는 대부분 폐지를 녹여 만든다.
▲ 제지업계가 최근 신문사들에게 신문용지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신문사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14일자 몇몇 일간지의 모습. 신문지는 대부분 폐지를 녹여 만든다.
폐지가 오른 이유는 또 있다. 한 종합일간지 신문지국 관계자는 “폐지업체들이 과거에는 제지업체를 중심으로 폐지를 팔다가 최근부터 납품하는 곳을 다양화하며 조금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곳을 뚫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제지업체로 들어오는 폐지 물량 자체가 줄어들며 단가가 오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별도로 폐지 물량 자체도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는데 이는 신문지 내 전단지 감소와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좋은 시절도 있었다. 신문업계 황금기였던 2000년대 초 폐지가격은 100원 이하였다. 2002년 당시 신문용지는 140만 톤이었다. 하지만 올해 신문용지 규모는 58만 톤으로 60% 가량 줄었다. 용지 규모가 줄며 자연스럽게 유료부수도 줄었다. 2002년 조중동 유료부수는 481만부, 올해 조중동 유료부수는 275만부 수준이다. 신문업계가 쇠퇴하며 국내 제지회사 중 문을 닫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전주페이퍼는 올해 설비 공장을 팔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전주페이퍼·페이퍼코리아 등 제지회사는 △신문용지 수요의 감소 △원재료가 상승 등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각각 15일과 20일부터 신문용지 가격을 톤당 10%씩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신문사들에 통보했다. 업계에선 마지막으로 신문용지가격을 인상한 시기가 2011년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협회는 “용지가격이 톤당 10% 인상될 경우 신문사별로 연간 9억~30억 원씩 비용이 증가해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문용지 가격은 1톤당 70만 원 선(신문 1부 무게는 평균 300g)이다. 신문협회는 “제지사들이 신문용지 수요 예측을 잘못해 생산량 증가를 위한 시설확장에 과도한 투자를 한 결과 경영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잉 생산된 신문용지가 국내에서 수요처를 찾지 못해 원가로 해외에 수출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 신문용지가격이 오를 경우 신문사들은 우선적으로 발행부수 감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신문협회는 “신문용지 제조원가의 요인 중 국제유가, 환율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내렸고, 폐지는 반대로 가격이 올랐다”고 밝힌 뒤 “과잉시설 투자 등 제지사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경영손실을 신문사가 떠안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인상 반대 입장을 냈다. 그러나 제지업계는 신문사의 ‘고통 분담’없이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신문용지인상을 둘러싼 갈등은 역설적으로 추락하고 있는 신문업계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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