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파업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부당전보를 지시한 안광한 전 MBC 사장이 14일 검찰에 출석했다. MBC 사장급 인사가 피의자신분으로 소환된 첫 사례이다.

이날 오전 9시57분쯤 서울서부지검에 도착한 안광한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청사로 들어갔다. “노조 탈퇴 종용 인정하나”, “정권 지시를 받았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 안광한 전MBC사장이 14일 오전 10시께 피의자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서울서부지검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안광한 전MBC사장이 14일 오전 10시께 피의자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서울서부지검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영기)는 지난 9월 고용노동부가 송치한 MBC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70여 명의 MBC 직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검찰은 지난 22일부터 이틀 간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사장실, 경영국, 김장겸 전 사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전보 인사의 근거가 된 자료들을 확보했다. 13일 권재홍 전 부사장과 최기화 기획본부장에 이어 사장급 인사 소환 조사가 시작된 만큼 수사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올해 안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소환된 안광한 전 사장은 2012년 파업 당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의 부당전보를 진두지휘한 인물로 꼽힌다. 2014년부터 3년 동안 재직한 안 전 사장은 MBC본부 조합원으로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PD·아나운서 등을 직무 관련성이 없는 비제작·비보도 부서로 배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을 통해 최승호 PD·박성제 기자를 이유 없이 해고한 정황도 드러났다. 녹취록의 주인공인 백종문 당시 미래전략본부장도 14일 피의자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안 전 사장과 박근혜 정부의 ‘연결고리’에 대한 의심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비선’ 정윤회씨의 아들 정우식 씨가 MBC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과정에 안 전 사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안 전 사장과 정윤회씨의 ‘밀회’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기 직전 안 전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3급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MBC 사장에서 물러나면서 퇴직금·특별퇴직공로금을 받는 등 ‘황제전관예우’ 논란을 받기도 했다.

안광한 전 사장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은 안 전 사장이 재임 당시 인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겸 전 사장은 이르면 다음주 소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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