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4일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조건’ 뺀 틸러슨, 북·미 대화 분수령”
국민일보 “美 ‘무조건 대화’…김정은 받을까”
동아일보 “‘난징학살 동병상련’ 사드앙금 지우기”
서울신문 “美국무, 北에 ‘무조건 만나자’ 파격 제안”
세계일보 “‘무조건 만나자’ 손 내민 美…‘핵완성’ 외친 北”
조선일보 “美 ‘북한 마지막 기회다, 조건없이 대화하자’”
중앙일보 “김정은 ‘핵무력 완성’ 틸러슨 ‘무조건 대화’”
한겨레 “틸러슨 ‘북한과 조건없이 대화’…협상 문턱 낮췄다”
한국일보 “한미 FTA ‘농산물 추가 개방’ 여지 남겼다”

과거 정권 적폐, 청와대 수석 뇌물사건 등 서울중앙지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수사 피의자들이 잇따라 석방되거나 영장기각되고 있다. 13일 서울중앙지법은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둘 다 “객관적 증거자료가 대체로 수집됐고 혐의사실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도주 우려가 없다”는 취지다. 법원은 ‘군 댓글 공작’ 혐의를 받는 김관진 전 국방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도 구속적부심에서 풀어줬다. 맥도날드의 불량 패티를 납품한 혐의를 받은 맥키코리아 임직원들의 구속영장도 법원이 기각했다.

▲ 14일자 서울신문 만평
▲ 14일자 서울신문 만평

전 전 수석에 대해 법원이 “뇌물 범행이 의심되지만 죄책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기각사유를 밝히자 검찰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다툴 여지가 없는 사건은 없다”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기각 사유”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최근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수사가 충분할 경우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 수사가 부족하면 ‘혐의에 다툼이 있다’는 식이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기준이라는 말까지 검찰 내에서 나오는 상황”이라고 검찰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일보는 “법원 내에서는 영장 발부를 신중하게 하는 기류가 형성된 것은 일부 사실이라는 말도 흘러나온다”며 “지난해 말부터 법원 정기 인사가 있었던 올 2월까지 법원이 국정농단 관련 피의자들에게 거의 예외 없이 구속영장을 전격적으로 발부해 온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당시 법원은 1기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최순실씨 등 관련자 8명에 대한 구속영장 중 7건(87%)을, 박영수 특검이 청구한 17건 중 13건(76%)을 발부할 정도로 발부율이 높았다고 한다.

이 신문은 “중요 사건마다 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법·검 갈등을 겪기보다 법원이 기각 사유를 보다 명확하게 밝히거나, 검찰 쪽 주장대로 영장항고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2010년에도 영장항고제 도입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수사 편의를 위해 인권을 희생시키는 제도’라는 주장에 밀려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고 전했다.

▲ 14일자 중앙일보 만평
▲ 14일자 중앙일보 만평

잇따른 검찰의 영장청구 기각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신문은 관련 소식을 전하며 제목을 “전병헌 두 번째 영장도 기각…체면 구긴 檢”이라고 뽑았다. 국민일보는 관련 소식 기사의 제목을 “김태효마저 구속실패…‘李 빠진’ 檢의 칼”이라고 정했다. 李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리킨다.

조선일보는 관련 소식 기사제목을 “영장 기각돼도 또, 또…검찰 ‘구속 집착증’”이라고 뽑으며 “현 정권 인사인 전 전 수석 수사는 현직 검사와 변호사 자살로 검찰의 이른바 ‘적폐 수사’가 비판을 받자 언론에 공개됐다”며 “전 정권 수사에서 영장에 집착한다는 보복 수사 비판을 누르기 위해 현 정권 인사에 대해 같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시각이 있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의 영장 재청구 관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며 “구속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검찰이 피의자 구속을 수사 성공과 검찰 권력의 바로미터로 여기는 경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불구속 수사 원칙은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의 기본원칙”이라며 “구속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재판에서 혐의 입증을 충실히 하면 된다”는 이주원 고대 로스쿨 교수의 코멘트도 덧붙였다.

또한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사설 “적폐 수사 영장 기각률 평소의 2배, 무리한 수사의 결과”에서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검찰의 적폐 수사 과정에서 12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26명은 발부됐다”며 “영장 단계만 따지면 32%, 구속적부심까지 치면 37%가 법원의 석방 결정으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전한 뒤 “이는 지난해 전체 구속영장 기각률 18%의 2배 가까운 수치로 검찰 수사가 얼마나 무리한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 14일자 경향신문 만평
▲ 14일자 경향신문 만평

조선일보는 “법원은 김관진 전 장관 석방을 계기로 구속 남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어디 기각해 보라’는 식으로 영장을 계속 청구하고 있다”며 “인터넷 여론 압박을 판사가 견디겠느냐고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를 “법을 가장해 휘드르는 폭력”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지난해 구속된 3만여명 중 실형 선고받은 사람이 71%이고 나머지는 집행유예 이하 형을 받은 사실, 무죄나 법 적용 잘못에 따른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사람이 205명이나 되는 점 등을 언급하며 “억울한 구속을 당한 사람의 원한은 하늘을 찌른다”며 “그런데도 검사들은 아무 책임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펼친 주장은 타당해 보이지만 결국 정권교체 이후 적폐청산이 강하게 진행된 분위기에 제동을 거는 효과를 가져온다. 중앙일보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중앙일보는 사설 “잇따르는 영장기각, 적폐 수사 무리수 때문 아닌가”에서 “김태효 전 기획관의 영장마저 기각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가 차질을 빚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사이버사 문제를 MB까지 연결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한 것이라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검찰이 법원 결정에 반발해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언급하며 “익숙한 수순, 영장청구→법원의 기각→검찰의 반발, 정치권과 네티즌들의 판사 인신공격→영장 재청구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벌써 포털 댓글에서는 영장 기각을 결정한 판사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법원은 ‘무죄 추정 및 방어권 보장 원칙’ 아래 불구속 재판을 강조하는 추세”라며 “검찰이 이런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다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적폐청산’ 같은 정치적 수사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적 사건이라고 해서 인권 보호 정신이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며 “무리한 인신 구속 대신 증거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수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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