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중심 온라인 콘텐츠 규제 방향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불법 정보 등 최소한의 공적규제를 제외하고서는 자율규제와 공적규제가 협업해나가며 자율 규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13일 서울 강남구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오픈넷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가 주최한 ‘온라인 콘텐츠 자율규제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온라인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단체 스스로가 규제 주최가 돼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율규제는 정부규제 내지 법적규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온라인 콘텐츠를 심의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게시물(포털 등), 게임물, 확률형 아이템, 웹툰 등 분야에서 자율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율규제의 장점에 대해 △당사자들에 의해 시행되기에 손쉽게 규제할 수 있다는 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 △국제적 흐름에 맞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황 교수는 “사업자들이 자율규제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자율규제와 법적규제의 상호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13일 오픈넷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등이 주최로 연 '온라인 콘텐츠 자율규제 현황과 과제' 토론회가 서울 강남구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 13일 오픈넷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등이 주최한 '온라인 콘텐츠 자율규제 현황과 과제' 토론회가 서울 강남구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웹툰 자율규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자율규제를 하면 창작자들에게 더욱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만화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인하 교수는 웹툰 규제의 방향에 대해 “어떤 내용은 유통돼선 안 된다는 식의 규제가 아니라, 어떤 연령대에는 유통돼선 안 된다는 식으로 가야한다”며 “자율규제가이드 기준을 마련할 때 연령등급을 도입하고, 연령 등급에 따른 자율분류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미 자율규제 체제 안으로 들어온 웹툰 제공 사이트들을 내용적으로 규제하는 방식보다, 아직 자율규제 체제로 들어오지 않은 수많은 불법 사이트들을 규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현재 성인인증을 하지 않고도 성인 만화를 볼 수 있게 하는 불법 웹툰 제공 사이트가 수백 개에 달한다”며 “이런 불법 정보를 어떻게 자율규제 체제 안으로 포섭할지가 방송통신심의위 등 법적규제기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기획팀 차장은 최근 위원회에 접수되는 시정요구가 크게 늘어난 사례를 언급하며 “모두들 자율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공적 규제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2년 7만 건 정도였던 불법 유해정보 시정요구는 2016년 20만 건이 넘었고, 2017년 상반기에만 8만4000여 건이 접수됐다.

김 차장은 “공적 규제인 심의 및 시정요구 건수가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훨씬 더 많고 다양한 형태의 자율규제 기구가 많아져야 공적 규제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규제와 공적규제의 조화를 위해 독일식 ‘규제적 자율규제’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독일의 정부 규제기관인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 등은 자율규제 기구를 승인하는 역할만 하고, 실제 내용 규제는 자율규제 기관들이 수행하고 있다”며 “한국은 콘텐츠 규제가 정부 규제기관에 의존하는 국가후견주의적 성격이 강한데, 심의의 주체를 자율규제 기관에 넘겨주는 독일식 방법을 참고해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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