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포스트 슬로우뉴스는 ‘가짜’였다. 네이버가 슬로우뉴스의 이름과 콘텐츠를 무단도용한 ‘네이버 포스트’ 계정에 ‘공식 인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포스트에는 슬로우뉴스 구성원들도 모르는 ‘슬로우뉴스’라는 이름의 ‘공식 인증’ 계정이 있었다. 이 계정은 “IT웹진 슬로우뉴스 온라인저널”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실제 슬로우뉴스의 뉴스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네이버 포스트는 모바일 환경에 맞는 콘텐츠 블로그 서비스로 언론사들은 카드뉴스형 콘텐츠를 주로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해당 계정에는 슬로우뉴스 뿐 아니라 IT전문매체 아웃스탠딩의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아웃스탠딩측이 슬로우뉴스에 콘텐츠 무단전재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슬로우뉴스 ‘사칭 계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 '슬로우뉴스' 사칭 네이버 포스트. 제목 옆에 파란색 인증마크는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 '슬로우뉴스' 사칭 네이버 포스트. 제목 옆에 파란색 인증마크는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뉴스 콘텐츠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해당 계정에 네이버가 부여한 ‘공식 인증’ 마크가 붙어 있었다는 사실에 슬로우뉴스측은 황당해하는 상황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걸까. 네이버 관계자는 “포스트 계정 중 메인판과 연결된 주제는 해당판의 담당자들이 공식인증 등록을 맡아왔다”면서 “슬로우뉴스 등 네이버 뉴스검색제휴사에 대해 일괄적으로 올해 초 계정을 등록했는데 사칭인 걸 인지하지 못한 실수였다”고 밝혔다. 포스트 계정 중 제휴매체가 있는지 확인 후 등록하는 과정에서 사칭계정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칭 계정’이 만들어진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지만 네이버가 확인 없이 공식 인증한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진혁 슬로우뉴스 편집위원은 “네이버가 모든 사칭 계정들이 만들어지는 걸 막는 건 어렵다는 걸 십분 이해한다. 모든 사칭계정을 모니터링하고 막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공식 포스트로 인증해준다는 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네이버가 정해놓은 절차에 검수를 진행한 후에, 다른 사용자에게 ‘이 계정의 주인은 믿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칭 계정 발견 후 신고 절차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슬로우뉴스측에서 사칭 계정 문제를 지적하며 처음 신고한 때는 지난 7일이지만 13일 현재까지 계정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네이버 콘텐츠에 대한 신고 시스템은 ‘게시글’에 한정하기 때문에 도용계정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가 마련돼있지 않았다. 수십개에 달하는 무단 전재 콘텐츠를 신고하기 위해서는 개별 콘텐츠를 하나하나씩 따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슬로우뉴스는 신고 후 게시글 하나만 삭제되자 네이버에 계정 전체에 대한 삭제 요청을 했지만 아직까지 계정은 유지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칭계정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공식 인증’은 일단 제외한 상태”라며 “해당 포스트를 운영하는 쪽에 왜 이렇게 운영이 됐는지에 대해 소명을 요청한 상태이고 답변이 오지 않으면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의 구제 절차에 관해 민노 슬로우뉴스 편집장은 “포털의 임시조치제도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이처럼 입증이 가능한 문제제기가 있는데도 신속하게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 점이 아쉽다”면서 “피해 정도나 유형에 따라 구제 절차가 달라져야 한다. 지금 방식은 가해자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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