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뜨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이 최순실 게이트로 타격을 받으면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크게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 무역협회가 있다. 이중 전경련은 해체 아닌 해체 상황에 놓여 있다. 주요 대기업이 회원사에서 탈퇴하면서 전경련은 재계 대표선수 타이틀을 잃었다. 대신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경련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대한상공회의소의 역할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기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 기자단 가입 투표 결과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기자단에 들어가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자단 가입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뚜껑을 연 결과 기자단 벽은 실로 높았다.

대한상의 기자단은 매년 8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대한상의 세미나 포럼에서 가입을 원하는 매체를 상대로 투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년 동안 기자단 가입 투표가 통과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올해 8월에도 20개 매체가 기자단 가입 투표를 신청했지만 한 곳도 통과되지 못했다.

대한상의 기자단은 문호를 넓힐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 12일 이례적으로 기자단 가입 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무려 27개 매체가 대한상의 기자단 가입 투표를 신청했다. 인기가 높아진 대한상의의 위상이 반영된 결과다.

30개 매체로 이뤄진 기자단은 매체별로 찬성표를 던지는 형식으로 투표한 결과 이번에 통과된 매체는 단 1곳, 조선비즈 뿐이었다.

대한상의 기자단 30개 매체는 중앙일간지와 주요경제지, 연합뉴스, 지상파3사, MBN, YTN 등이다. 이번에 기자단 문호를 확대 개방하자며 투표가 이뤄진 것은 통신사와 종편, 그리고 인터넷 매체가 추가로 기자단에 들어올 경우 풀 취재를 쉽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호를 개방하자는 기자단과 대한상의 취재 필요성이 높아진 기자단 가입을 원하는 매체가 서로 필요충분조건이 맞아 떨어지면서 가입 매체수가 많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을 깨고 단 1곳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투표에서 떨어진 매체는 기존 기자단이 임의적으로 설정한 기준에 따라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 케이블 언론사 기자는 “가입을 하기 위해 각오라든지 매체 소개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없는 상황에서 그냥 형식적으로 가입할 매체를 받고, 임의적인 기준에 따라 입맛에 맞는 매체를 선별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담합이라고 밖에 말을 할 수가 없다. 이번엔 다른 언론사도 기대를 많이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고 어이가 없었다. 담합으로 인해 자유로운 취재 환경을 보장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다른 한 기자도 “재계 정상급들이 대한상의에 오면 풀을 해야 하고, 연간 행사도 풀을 해야될 상황이 오니 방송사와 통신사의 기자단 가입 요청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기자단 30개사 중에 인터넷 매체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단에 가입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접촉하고 내부에서도 연락드리고 문자도 돌렸다. 다른 매체는 매체 이름을 붙인 음료수를 기자실에 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자기들이 밀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고 원래 하던 대로 하겠다는 건데 이럴려면 뭐 하러 투표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대한상공회의소 홈페이지
▲ 대한상공회의소 홈페이지

그러면 조선비즈는 좁은 문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었을까. 조선비즈는 지난해부터 기자단에 가입하기 위해 기자단 내부 행사를 따라다니며 기존 기자단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단에 속해있는 매체의 기자는 조선비즈에 대해 “조선비즈 기자의 경우 활동적으로 대한상의 기사를 많이 썼고, 기자단과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해왔다. 실질적으로 언론사 영항력도 크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상의 기자단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특혜는 없고 다른 기자단처럼 해외 출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자실도 마음대로 이용한다”며 “저희가 판단하기로 기자단 가입 투표를 요청한 언론사들 중 자격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았다. 생전 들어보지 못한 인터넷 매체가 있고, 대한상의 기사도 쓰지 않은 매체가 절반이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입 기준이라고 하면 출입처 기사 생산, 기자수, 연혁 등 이런 것이고 산업통상부 기자단이 44개사 매체인데 산자부 가입 언론사라고 하면 그런 자격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오히려 다른 기자단은 가입 기준이 더 까다롭지 않느냐. 종편도 통과가 안됐는데 전체 다른 정부 부처 기자단 상황을 보더라도 가입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사도 가입하려면 다 넣어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전부 통과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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