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은 세월호참사 당일 침몰 상황을 최초로 신고한 단원고 고 최덕하 학생과 진우혁 학생의 생일이다. 두 학생들을 비롯한 희생자들 앞에 MBC 신임 이사진이 무릎을 꿇었다.

최승호 사장과 변창립 부사장, 정형일 보도본부장, 조능희 기획조정본부장, 구자중 경영본부장, 김종규 방송인프라본부장, 박태경 디지털기술사업본부장 등 7명의 MBC 임원들은 이날 오전 안산시 초지동 세월호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이사진은 이날 아침 첫 이사회를 마치자마자 이곳 합동분향소로 왔다고 설명했다. MBC ‘보도 참사’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MBC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보이다. 최승호 사장은 방명록에 “MBC의 잘못을 사죄드립니다”라고 새겼다.

▲ 13일 MBC 신임 이사진이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13일 안산시 초지동 세월호합동분향소에서 조문 중인 MBC 신임 이사진. 사진=노지민 기자
▲ 13일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에서 방명록 작성 중인 최승호 MBC 사장.  사진=노지민 기자
▲ 13일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에서 방명록 작성 중인 최승호 MBC 사장. 사진=노지민 기자
▲ 13일 최승호 MBC사장이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에 남긴 방명록.  사진=노지민 기자
▲ 13일 최승호 MBC사장이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에 남긴 방명록. 사진=노지민 기자

▲ 13일 안산시 초지동 세월호합동분향소에서 최승호 MBC 사장과 신임 MBC 이사진들이 무릎을 꿇고 조문했다.
▲ 13일 안산시 초지동 세월호합동분향소에서 최승호 MBC 사장과 신임 MBC 이사진들이 무릎을 꿇고 조문했다.

최 사장과 이사진은 흰 국화를 손에 들고 무거운 표정으로 304명의 희생자들과 눈을 맞췄다.

분향대 앞에 이른 최 사장이 무릎을 꿇자, 6명의 이사들도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분향소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416생명안전공원설립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하기도 했다.

조문을 마친 뒤에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면담을 가졌다.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 김영오씨는 “가족들은 단지 아이를 잃었을 뿐인데 종북 빨갱이가 됐다. 힘없고 약한 국민 편에서 진실만 보도해서 ‘청와대 언론’이란 오명 벗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8월 MBC 기자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국 간부들이 단식농성에 나선 김영오씨를 비난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폭로했다. 12일 방영된 ‘PD수첩’은 세월호 참사 보도에 박근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개입한 정황을 보도했다.

▲ 13일 세월호 유가족과 MBC 신임 이사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13일 세월호 유가족과 MBC 신임 이사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고 이재욱 학생 어머니 홍영미씨는 “죄송할 일을 만들지 말라”며 앞으로의 진상규명 과정을 제대로 조명해달라고 강조했다. 홍 씨는 “1기 특조위나 선체조사위를 보면 문제를 알 거다. 국민이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 과정 보고 희망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MBC내부 적폐 청산이 제대로 되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 김수진 학생 아버지 김종기씨(416가족협의회 사무처장)는 “해양수산부만 해도 장·차관 바뀌었지만 직원들은 그대로 있고, 결국 은폐 사건이 터졌다. MBC도 썩은 부분 도려내서 채널 고정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 '지성아빠' 문종택씨가 최승호 MBC사장과 생중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지성아빠' 문종택씨가 최승호 MBC사장과 생중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만나면 좋은 친구’에 대한 향수에 젖어선 안 된다. 국민의 소리를 담아 ‘만나고 싶은 친구’가 되도록 하라”는 날카로운 조언도 있었다. 416TV를 담당하고 있는 문종택(고 문지성 학생 아버지) 씨는 “MBC를 통해 아빠·엄마들이 카메라 놓을 수 있게 세상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분 가까이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능희 기획조정본부장은 유가족들이 하는 말들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적었다. 면담을 마친 조능희 본부장은 “‘만나면 좋은 친구’가 아니라 ‘만나기 전에 좋은 친구’가 돼야 한다는 말이 참 와닿는다”며 유가족들이 말한 부분을 잘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손수 만든 노란 리본을 이사진의 옷깃에 달아줬다. 노란리본 모양 스티커도 전달했다. 리본이 달리는 동안 구자중 경영본부장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손수건을 꺼내들기도 했다. “(리본이) 우리 아이들이라고 생각해달라”는 유가족의 말에 최 사장은 “차에도 달겠다”고 답했다.

▲ 13일 세월호 유가족이 MBC 신임 이사진의 옷깃에 손수 만든 노란 리본을 달아주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13일 세월호 유가족이 MBC 신임 이사진의 옷깃에 손수 만든 노란 리본을 달아주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구자중 MBC본부장이 자신에게 노란리본을 달아주는 유가족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구자중 MBC본부장이 자신에게 노란리본을 달아주는 유가족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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