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시 6개월에 걸쳐 영진전문대 수사를 담당하고 재판을 담당한 주임검사가 저였다. 저 역시 구형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학을 방문해 ‘이렇게 좋은 대학에 와보고 싶었다’고 한 게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학교에 직접 경위를 물어 봤다.”

지난 2014년 대구 영진전문대학 횡령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삼성 뇌물 사건’ 항소심에서 당시 ‘부적절한 방문’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대통령의 영진전문대 방문 배경으로 최순실을 거론했다.

특검팀은 13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항소심 13회 공판에서 “2014년 9월15일 박 전 대통령이 대구에 가서 어디를 방문하고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해 사전에 최서원(최순실씨 개명 후 이름)과 얼마나 교감이 있었는지 추단할 수 있다”며 영진전문대학 횡령 사건 및 대통령 대학 방문 관련 보도 기사를 증거로 제출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혐의 등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혐의 등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소리

2014년 9월15일은 파면 당한 대통령 박근혜씨와 이재용 부회장이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5분 여 동안 독대한 날이다. 특검팀은 같은 날 이 부회장 독대와 영진전문대 방문이 이뤄진 것을 두고 박씨의 동선 배후에 최씨의 입김이 있음을 추측한 셈이다.

2014년 9월15일 당시 대통령의 영진전문대 방문 경위는 의혹에 휩싸여 있었다. 대통령 취임 후 최초 방문한 대학이 특별한 방문 사유가 없는 인지도가 낮은 대학이었을 뿐더러 대학 설립자 최달곤씨가 당시 학교와 학교법인 공금 32억원을 횡령해 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방문은 건설사를 운영했던 최씨의 삼남이 학교가 발주한 공사를 독식해 벌어들인 공금 45억원을 횡령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당시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비리대학에 사회적 면죄부를 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 ‘대학에 대한 정보와 지역정서를 모르고 방문지를 결정한 것 같다’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특검팀 소속이자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호승진 검사는 이날 증거를 설명하며 “단순히 언론보도만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며 “당시 제가 대구지검에 근무하고 있었고 지역에서 얼마나 의아해 했는지를 알고 있다. 문제는 이 시기가 더욱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 검사는 “사실 이 자리(공판) 계신 분들께 여쭙고 싶은데 대구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아니면 사실 잘 알지 못하는, 인지도가 높다고 볼 수 없는 대학교”라며 “대통령이 취임해 처음으로 방문한 대학이 이 곳이다. 당시 지역에서도 깜짝 놀랐다”고 강조했다.

대학 방문 경위는 2여 년 후인 2016년 11월 경 최순실씨 등의 국정농단 사태 실마리가 밝혀지면서 일부가 드러났다.

최씨는 1988년 이 대학 조교수이자 대학 부설 유치원장 부원장을 맡았다. 최씨의 전 남편이자 박씨의 전 보좌관인 정윤회씨도 해당 대학 시간강사로 위촉된 바 있다. 최씨의 의붓오빠인 조순제씨는 대학 설립 초기 설립자금을 빌려준 영남투자금융의 전무로 근무했다.

대통령 방문이 있은지 9일 후인 9월24일, 검찰은 최달곤씨에게 횡령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징역 4년을 구형했고 이후 10월10일 법원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호 검사는 당시 주임검사로서 대학에 직접 확인해 본 결과 “관계자들도 너무 갑작스럽게 방문 연락을 받아 단 몇 시간 내에 준비하느라 어려웠다고 애로를 토로했다”면서 “심지어 주변에서는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던 게 아니냐는 부정 반응까지 나왔다”고 지적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에 “대통령이 대학 방문했다는 게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했다는 어떤 증거가 되고, 이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특검이 낸 공모관계 증거를 보면 공모 부분 입증 증거가 빈곤함을 특검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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