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새노조) 총파업이 12일로 100일을 맞은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11일 강규형 KBS 이사에 대한 해임 절차에 돌입했다. 강규형 이사가 해임되고 KBS이사회가 재편될 경우 이르면 1월 고대영 사장 해임이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달 24일 감사원의 KBS 이사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감사 결과에 따르면 강규형 이사는 327만3300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감사원은 당시 비리를 저지른 KBS이사진에 대해 해임을 포함한 인사 조치 방안을 마련하라고 방통위에 통보했다. 

강 이사가 해임되고 여권 ‘보궐 이사’가 임명되면 5대6인 여야 구도가 6대5로 재편된다. 고 사장 해임은 시간문제다. 이를 두고 KBS 새노조는 12일 성명을 내고 “고대영과 그 부역자들에게 허락된 수명은 길어야 한 달 남짓이다. 지금이라도 결단하라”며 공영방송 재건을 위한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 12일 총파업 100일 전국조합원총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2일 KBS새노조 '총파업 100일 전국조합원총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 800여 명의 조합원들이 모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2일 언론노조 KBS본부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 나눠 준 '백일 떡'.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2일 언론노조 KBS본부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 나눠 준 '백일 떡'.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집행부가 나눠준 '총파업 100일 기념' 떡을 나눠 먹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집행부가 나눠준 '총파업 100일 기념' 떡을 나눠 먹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강규형 이사 해임 국면을 맞이한 KBS 새노조는 활기를 되찾고 있다. 12일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파업 100일차 전국조합원총집회는 ‘100일 축하 파티’ 분위기로 진행됐다. 전국 각지에서 800여 명의 조합원이 모여들며 자리에 앉지 못한 조합원들은 출입문 밖에 서서 동료애를 나눴다.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백일 떡’을 돌렸다. 사회를 맡은 이광용 아나운서는 “100일은 곰이 사람이 되는 날”이라고 전한 뒤 “지난 100일은 새노조가 공영방송 KBS를 진짜 국민의 방송으로 만들겠다고 싸운 날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방통위에 KBS 비리 이사 해임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 중이던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과 성재호 KBS본부장은 이날 단식을 멈췄다. 집회에 참석한 손관수 기자가 새노조 조합원을 대표해 “단식을 풀고 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더 대찬 투쟁에 나서주기를 부탁드린다”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성재호 본부장은 “이제 고대영 체제 몰락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완전한 승리의 교두보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앞으로가 더욱 더 중요하고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MBC에 지난 5~6년의 적폐가 쌓였다면 우리는 공사 창립 이후 지속적인 적폐가 단 한 번도 청산된 적 없다”고 강조한 뒤 “KBS의 DNA를 바꾸는 싸움을 현명하게 시작하자”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 12일 총파업 100일 전국조합원총회에서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과 성재호 KBS본부장들이 조합원들 앞에 섰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2일 총파업 100일 전국조합원총회에서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과 성재호 KBS본부장들이 조합원들 앞에 섰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경영진 퇴출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총파업이 장기화되며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대영 사장 해임이 당장 1월에 이뤄진다 하더라도 최소 한 달여의 기간이 남아있다. 오는 2월로 예정된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와 관련 KBS새노조 관계자는 “스포츠국 소속 조합원들은 총파업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서도 “평창동계올림픽 특별방송 준비는 지금도 이미 늦었다. 어느 정도 절충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파업 승리는 확신하지만 MBC가 빠르게 정상화작업에 나서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정상화’ 조바심이 있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도 문제다. 지난 5일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합원 ‘24시간 릴레이 발언’은 12일 오후 6시30분을 기준으로 무려 286명의 조합원이 참여했다. 오는 15일까지는 발언 순서가 정해져 있는 상태다. 새노조는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투쟁 방침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 12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새노조 '총파업 100일 전국조합원총회'. 조합원들 뒤로 평창동계올림픽 광고판이 보인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2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된 새노조 '총파업 100일 전국조합원총회'. 조합원들 뒤로 평창동계올림픽 광고판이 보인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총파업 100일' 축하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KBS 새노조 조합원들이 '총파업 100일' 축하 공연을 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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