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경영진의 중앙SUNDAY 분사 방침에 중앙일보·JTBC 통합노조가 공식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오병상 중앙일보 편집인은 지난 6일 조직개편 설명회를 열고 중앙일보 소속인 중앙SUNDAY를 계열사인 중앙일보플러스 소속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인건비 부담을 줄여 젊은 기자를 확보하고, 중앙SUNDAY에는 돌파구를 만든다는 취지로, 시니어 기자 중심으로 중앙일보플러스를 보내면서 연봉 변동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중앙일보, ‘중앙SUNDAY’ 분사에 편집국 ‘술렁’)

오병상 편집인은 “중앙일보라는 큰 배는 이대로 항해하면 좌초된다는 게 너무나 명확하다”며 “짐을 덜어내고 일부는 옆 배로 갈아타자는 것”이라며 개편 취지를 설명한 뒤 “수십 년 일한 중앙일보에서 다른 소속으로 바뀐다는 것이 심정적으로 유쾌한 일은 아니겠지만 현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 중앙일보와 JTBC가 자리했던 서소문 사옥.
▲ 중앙일보와 JTBC가 자리했던 서소문 사옥.
이를 두고 12일자 중앙일보·JTBC 노보에 따르면 한 시니어급 조합원은 “그동안 중앙일보라는 자부심이 흔들린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왠지 모르게 발가벗겨진 기분”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노조는 “편집국 구성원들은 회사가 평시에 안이하게 대응하다 이제 와서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밝히며 우려를 드러냈다.

10년차 이하의 조합원은 노보를 통해 “(회사가) 젊은 기자들에게는 유리한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앞으로 비슷한 위기에 처했을 때 또 이런 일방통행식 해결책을 내놓지 말란 법이 없다”며 우려했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중앙일보플러스로 가게 될 시니어 규모가 30여명 수준이 될 거란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45세 이상 시니어 기자들은 중앙일보플러스 등 계열사로 가거나 이직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앙일보는 시니어급을 줄이고 디지털에 대한 이해가 밝은 젊은 기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기자직의 경우 45세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앙일보 내 시니어 기자들의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라는 게 내부 여론이다.

하지만 이번 일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데다 이곳에서 청춘을 바친 기자들을 사실상 ‘퇴물’ 취급하는 것이어서 편집국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미 중앙일보는 토요일자 신문 제작을 중앙SUNDAY로 대체하는 식으로 지면제작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중앙일보의 변화는 다른 종합일간지 편집국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언론계에선 중앙일보 경영진이 중앙일보 시니어 기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받기 시작했다는 미확인 정보가 한 때 돌기도 했다. 현재까지 권고사직 논의는 사실무근이다. 중앙SUNDAY로 옮기게 될 기자들의 경우도 사표를 내는 방식이 아닌 전배 형식이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에는 옛 중앙일보 서소문 사옥에 있던 배달소년상이 33년만에 철거됐다. 중앙일보의 한 명예조합원은 노보에서 “가뜩이나 싱숭생숭한 시니어 기자들에게 또 한 번 충격을 줄만한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ABC협회 부수공사에서 동아일보에게 뒤진 3등을 기록하며 또 한 번 편집국이 뒤숭숭했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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