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사건 등으로 대한성공회에서 조기 사임한 김근상 전 주교가 여전히 CBS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가운데, CBS 내부에서 김근상 이사장 퇴진 운동이 본격화됐다.

김근상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11일부터 목동 CBS 사옥 로비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이진성 전국언론노조 CBS지부장은 “비리 문제로 조기 사퇴한 김근상 신부가 CBS로 와서 법적 대표를 맡는 것을 지난 반년 간 반대해왔다”며 “성공회 역시 김근상 신부가 CBS 이사 자격이 없다고 공식 결정을 내렸는데 이사장은 물러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진성 지부장은 “김근상 이사장이 퇴진한 후에도 CBS 이사 자격에 대해 그 어떤 것도 명시하고 있지 않는 인사 규정을 바꿔야 한다”며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인데 CBS 역시 그 개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 이진성 전국언론노조 CBS 지부장이 목동 CBS 사옥 1층 로비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이진성 전국언론노조 CBS 지부장이 목동 CBS 사옥 1층 로비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김근상 CBS 이사장은 지난 4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에서 조기 사퇴했다. 김 이사장은 구리요양원 횡령과 달개비 레스토랑 불합리 계약 등 문제로 논란의 중심이 됐고, 성공회 역시 이에 책임을 물어 임기보다 3개월 빠른 사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김근상 이사장은 지난 6월 CBS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이에 CBS 내부에서는 계속해서 이사장 퇴진 운동을 벌여왔다. 이진성 지부장은 “김근상 이사장은 성공회에서 실추된 개인 명예를 CBS에서 회복하고 싶어 한다”며 “CBS 이사장이 개인을 위한 자리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성공회에서 김근상 전 주교가 조기 사퇴한 후 김 전 주교에게 CBS의 이사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음에도, 김 이사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다는 데 있다. 성공회 측은 이미 지난 9월20일 공문을 통해 “CBS 파송 이사를 이경호 주교로 교체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김근상 이사장 측은 법률 검토를 한다며 아직까지 그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이에 성공회는 7일 다시 한 번 공문을 보내 “이사 교체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외면하는 것은 교계가 또 한 번 세상의 놀림감으로 전락할 잘못”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CBS 재단이사회 임원회는 오는 15일 성공회의 공문을 바탕으로 김근상 이사장의 거취에 대한 안건을 검토할 예정이다. 12일에는 해당 안건을 임원회에 올릴지 결정하는 회의가 목동 CBS에서 있었으나, CBS지부가 반대 시위를 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재단이사회가 회의 장소를 임의로 변경했다. CBS 지부 조합원들은 목동 CBS 사옥 5층에서 집회를 열고 “김근상 이사장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 12일 전국언론노조 CBS 지부 조합원들이 이사회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던 목동 CBS 사옥 5층에서 김근상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이사회 회의는 노조의 시위 소식을 듣고 임의로 장소변경을 해 CBS 사옥에서 열리지 않았다. 사진=정민경 기자
▲ 12일 전국언론노조 CBS 지부 조합원들이 이사회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던 목동 CBS 사옥 5층에서 김근상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이사회 회의는 노조의 시위 소식을 듣고 임의로 장소변경을 해 CBS 사옥에서 열리지 않았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날 집회에 참석한 박재홍 CBS 아나운서는 “MBC가 정상화되고 있고, KBS의 정상화도 눈앞에 있다. 그런데 종교개혁 500주년에 오히려 퇴행하는 CBS를 보며 참담함을 느낀다”며 “성공회도 거부하는 김근상 이사장이 하루빨리 퇴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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