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포털 규제’를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그러나 정책에 반영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 많다.

‘포털 규제’의 최전선에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포털 규제법안인 ‘뉴노멀’법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 1일 김성태 의원과 국민의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김경진 의원이 포털 규제 토론회를 공동주최하면서 ‘연합전선’을 폈다. 

‘뉴노멀법’의 쟁점은 두가지다. 네이버 등 포털을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과 경쟁상황평가를 통해 시장독점여부를 감시하고 제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이 포털에 방발기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이 경쟁상황평가에 포털을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 포털 네이버와 다음 로고.
▲ 포털 네이버와 다음 로고.

포털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하는 건 법적 정당성이 떨어진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지상파 및 유료방송사, 통신사를 대상으로 한다. 부담금운용평가단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성격을 △국가가 특정한 사업자에게 배타적 방송사업권을 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초과이익의 환수 △공공재인 전파자원을 이용해 수익사업을 영위하는 데 대한 요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가 ‘허가’를 하거나 공공재를 활용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기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포털은 종편과 같은 허가 사업자도 아니고, 통신사나 지상파처럼 전파를 쓰지도 않는다. ‘신고’만 하면 언제든 사업을 할 수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다. 따라서 포털에 대한 방발기금 징수 시도는 방발기금 징수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포털의 법적 지위를 바꾸자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희소한 자원을 쓰지 않은 포털에 대한 방발기금 징수 정당성이 마련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 9월 입법조사처 역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요청으로 작성한 ‘방발기금의 징수 현황·문제점·개선방안 입법조사 회답서’를 통해 “포털사업자에게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하는 것은 현재의 방송통신발전기금 관련 법체계와 목적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드시 방발기금을 징수해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공룡’ 포털에 사회적 책무를 부과하기 위한 기금은 다양한 방식으로 징수할 수 있다. 언론노조가 지난 대선 때 ‘미디어다양성기금’을 징수해 군소매체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게 대표적인 예다. 

오랜 기간 ‘기승전 방발기금’으로 논의가 이어지는 데는 통신사와 방송사가 방발기금을 내기 꺼려하는 상황에서 업계의 이해관계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쟁점인 ‘경쟁상황평가’를 실시하자는 주장은 시장 독점 상황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추진되고 있다. 경쟁상황평가는 각 시장별 현황을 분석하는 조사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이 같은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타당해보이지만 실제 포털을 대상으로 경쟁상황평가를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독과점 여부 판단의 관건은 명확한 시장획정에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및 통신시장경쟁상황평가는 TV방송, 유선전화,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사업 구분이 명확하고 전체 국민을 모수로 한다는 점에서 시장 획정이 비교적 쉽다.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시장점유율은 전체 이용자 대비 SK텔레콤 이용자 비율을 구하면 된다.

그러나 포털 대상 경쟁상황평가는 대상 획정이 매우 까다롭다. SK텔레콤 이용자가 KT로 이동할 수 있는 기존 시장과 달리 포털은 이용자가 여러 서비스를 중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다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해외 사업자도 섞여있다. 포털은 ‘뉴스’ ‘동영상’ ‘커뮤니티’ ‘전자우편’ ‘웹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를 떼어내 경쟁상황평가를 실시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문제다.

▲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 지난 10월 30일 오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 중 언론 기사 검색 순위 조작에 대해서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 지난 10월 30일 오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 중 언론 기사 검색 순위 조작에 대해서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실제 포털에 부정적이었던 이명박 정부 때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포털 규제 시도가 있었지만 여러차례 무산됐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2008년 공정위는 NHN(현재 네이버)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네이버를 검색, 커뮤니케이션, 커뮤니티, 콘텐츠, 전자상거래 등 5개 영역을 서비스하는 업체로 규정한 다음 매출 점유율, 검색 점유율이 높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 같은 결론을 끌어냈다.

그러나 법원은 “NHN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포털의 업무 영역을 한정짓는 것 자체가 인위적인 데다 서비스 전체 매출액과 검색 점유율을 토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선정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이유였다. 포털의 검색 점유율과 매출이 높은 것이 곧 포털의 수많은 서비스 중 특정 서비스의 ‘독점’근거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2012년 방통위는 포털 대상의 경쟁상황평가를 추진했으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포털의 시장구획을 정하는 건 불분명하다”며 난색을 표하면서 논의가 무산되기도 했다. 

한국 사업자들의 ‘앓는 소리’라는 점도 감안해야 하겠지만 방발기금 징수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모두 역차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방통위나 공정위는 해외 기업 대상 규제를 고민하고 있으나 사실상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로 해외 사업자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크다.

포털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막대한 이익을 싹쓸이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안은 정당성과 현실성이 결여된 정교하지 못한 정책을 반복하는 데 그치고 있어 생산적 논의와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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