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해직자들이 복직해 MBC 재건 의지를 다진 11일, 언론노조 YTN지부는 ‘최남수 사장 내정자 저지’를 비롯한 공정방송 회복 투쟁을 선포했다. 지난 5월 YTN 수장인 조준희 전 사장이 물러난 지 7개월, 8월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가 복직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오히려 YTN은 파업을 예고할 만큼 상황이 악화됐다.

‘복직 기자’ 노종면은 최남수 사장 내정자가 제안한 보도국장직을 내던졌다. 국장직 수락 조건으로 제시한 노사 간의 ‘적폐 청산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노 기자는 최남수 체제에서는 보도국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구성원들은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지난 11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노종면 기자를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 지난 12월11일 노종면 YTN기자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12월11일 노종면 YTN기자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보도국장직을 거부하면서 ‘인사권 보장이 없으면 보도개혁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남수 사장 내정자는 ‘보도국장 인사권’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던데.

“보도국장 직선제와 임면동의제는 보도국장이라는 특수한 직위의 권한·책임을 제도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인사발령은 사장 명으로 내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보도국장이 하는 거다. 그분이 ‘미디어 기업의 기본 원칙을 무시했다’고 저를 비판한 것 같던데, 기본 원칙이라는 말을 그렇게 함부로 쓰면 안 된다. YTN 노사가 보도국 임면동의제를 왜 합의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 YTN은 사장 사퇴, 해직자 복직이 가장 먼저 이뤄졌다. 정상화가 늦어지는 이유는 뭔가.

“‘해직자 복직’은 구체제 인사의 상당수도 동의한다고 생각해왔다. ‘생존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 권력과 자리를 나눠 갖는 상황을 만들려는 세력이 존재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YTN과 MBC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MBC는 몇 달 전만 해도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이 회사를 지배하는 모순된 상황이었지만 그 모순이 한 번에 해결되는 상황이었다. YTN은 주요 모순이 수면 아래 가라앉아있었던 것 같다.”

- 모순이 가라앉아 있었다는 말의 의미는.

“해직자 복직 협상 얘기가 처음 나온 게 올해 4월이다. (사측이) 정권교체가 99퍼센트 확실한 상황에서 제안한 것이다. 당시에 안 받고자 했는데 한시라도 빨리 복직하는 것이 기다리는 동료들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에 협상했다. 사측 인사들은 해직자 복직의 주체라는 이름표를 원했던 것 같다. 자리보전용으로. 해직자 복직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노력했다는 걸 대외적으로 알려서 본인들 정체성을 규정하는 도구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조준희 전 사장이 자신의 직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해직자 복직 문제를 꺼내들었다고 판단한다. 그 카드를 우리에게 전달한 사람이 지금의 상무(김호성)와 기획조정실장(류제웅)이다. 그들은 조준희 사장의 연임을 모색했고, 자신들의 자리 유지를 모색했다. 김 씨는 ‘사장 안 할 테니 걱정 말라’는 취지로 상무가 됐는데, 사장직에 출마한 바 있다.”

김호성 상무는 조준희 전 사장 시절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됐고, ‘차명 투자 비리’로 사퇴한 이홍렬 전 상무의 빈 자리에 올랐다. 지난 6월 사장 공모에도 나섰지만 YTN 구성원들의 반발로 후보직을 내려놨다. YTN노조는 최 내정자와의 협상에서 김호성 상무, 류제웅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인사 적폐 청산’을 요구했다. ‘구본홍-배석규-조준희’ 체제 8년간 3년 이상 보직에 있었던 사람들은 주요 보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기자는 이러한 기준이 적폐 청산을 해야 할 조직의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12월11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1층에서 노종면 기자가 최남수 사장 내정자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12월11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1층에서 노종면 기자가 최남수 사장 내정자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노종면 기자가 생각하는 ‘적폐 청산’의 기준은 무엇인가.

“국정원으로부터 ‘반값등록금 보도 협조’ 받았다는 간부가 지금 YTN 사이언스TV라는 예산 6~70억 원 집행하는 조직의 수장이다. YTN 해직사태 당시 인사 담당이었던 류희림씨는 얼마 전까지 YTN 자회사 사장을 했다. 현 경영진이 류 씨에 대해 조사 활동 하나라도 했나? 아무런 조치 취하지 못한 게 조준희 체제이고 거기에 부역했던 사람들이다. 사측이 말하는 ‘실질적인 청산’, 예컨대 배임·횡령이 드러나면 형사 조치하거나 징계하는 등 여러 가지 결과는 한참 뒤에 나올 거다.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구체제에서 상대적으로 오래 보직을 맡았던 사람들은 빠지라는 것이다. 적폐 청산이 필요한 조직의 가장 기본적인 인사 기준이다. YTN 보도가 불공정하고 정치 편향적이었으니 책임 있는 사람은 일단 보도에서 배제하자는 것이다.”

노조가 ‘최남수 저지 투쟁’을 선포하자 최남수 내정자는 노조측에 ‘김호성·류제웅 문제를 전향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변화에 노 기자는 최 내정자가 자신의 철학 없이 휘둘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오히려 비판했다.

“자기가 생각이 짧았다, 노조 요구 받겠다고 했다. 김호성 상무 날리겠다는 얘기인 것 같다. 류제웅 실장은 6개월 쓰겠다고 했다. 시정잡배 흥정도 아니고, 누가 ‘가이드’를 해줬나? 불과 며칠 전 입장이 노조 반발에 쉽게 바뀌는데 앞으로 그 사람이 철학이라고 주장하고 원칙이라고 내세우는 걸 어떻게 신뢰하겠나.”

- 재협상 여지를 보였다고 볼 수 있지 않나.

“말뿐인 약속이 아닌, 그 사람의 개혁 의지를 보고 싶었다. 노조와의 협상에서 최남수 내정자는 ‘본인의 원칙이다, (인사 관련 협상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며 거부했다. 이제 선의의 피해자를 만든다는 것 아닌가. 혼란이 이어지니까 협상을 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본인 자리가 흔들리기 때문에 ‘다 들어주겠다, 사장만 시켜달라’는 비굴한 제의를 했다고 판단한다. 노조가 최남수 임명을 막겠다고 공헌했고, 나도 주주총회를 막는 데 조합원으로서 열심히 참여할 거다.”

- 주주총회 저지에 대한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주식회사의 논리를 늘 얘기한다. 2008년도 구본홍 사장 선임 과정에서도 주주권 행사를 인정하라고 했고, 배석규를 날치기로 임명할 때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지난 9년 동안 이른바 ‘투쟁기간’을 겪고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자유 시장경제에서 ‘무도한 세력’인 거다. (웃음) YTN이 언론사이고 공기관이 YTN 주주이기 때문이다. 사회 변혁, 언론 정상화를 요구했던 시민 누구도 최남수 같은 사람을 사장으로 받아들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김호성, 류제웅과 동거하라고 요구하지 않을 거다. 이사회를 새로 구성해서 YTN 경영진을 새로 뽑아야 한다.”

▲ 지난 12월11일 노종면 YTN기자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12월11일 노종면 YTN기자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강경하고 원칙적인 대응만 고집하는 건 아닌가.

“지금까지의 과정을 짚어보면 강경하다는 말은 앞뒤가 안 맞는다. 최남수 씨는 볼 것도 없이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지만 사장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고 언제까지 갈등의 시기를 겪어야 하느냐는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우장균 선배가 길을 연다는 심정으로 협상의 조건을 제안했고, 나도 보도국장 지명을 계기로 좀 더 구체적인 협상을 요청했다.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YTN처럼 질긴 투쟁을 한 사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노조가 사전에 반대했던 사람을 박근혜표 이사회가 찍어왔는데 해직자들이 어떻게 협상하냐고 비판하면 할 말이 없다. 그래서 협상을 네 번 했다. 지금 단계에서 최남수를 받으라는 건 2008년도 구본홍을 받으라는 것보다 더 모욕적이다.”

-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지는 않나.

“출구전략을 고민했기에 우장균 기자와 제가 제안했고 노조도 분루(憤淚)를 삼키고 협상장에 나갔다. 최남수·김호성·류제웅 ‘일괄 배제’, 이사회 해체 말고는 길이 안 보인다. 오직 그것만 조속히 이뤄내는 쪽으로 지혜가 모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디 가는 것 같지만 오히려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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