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이 15개월 만에 법 개정 과정을 밟았다. 언론은 “농가가 환영한다”는 반응과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한겨레는 지난달에는 표결 과정에서 부결된 개정안이 이번에는 표결도 없이 진행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향신문 역시 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 개정을 서둘러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 외 신문들은 “국민의 여론”이라며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다음은 12일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종합 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청탁금지법, 결국 손댔다”
국민일보 “‘돈 모으는 건 포기했어요’ 옥탑방 청년의 집 이야기”
동아일보 “‘저승사자’ 못쫓아낸 광역버스”
서울신문 “농축수산 선물 10만원, 경조사 5만원“
세계일보 “文 대통령 ‘사드, 中 안보침해 없도록 각별 유의’“
조선일보 “200만명 뛰어든 ‘거대한 투기판’”
중앙일보 “무한진화 AI 생태계 ‘한국은 쫓기는 토끼’”
한겨레 “미 쇠고기 수입 두배…농축산업 연쇄타격”
한국일보 “민생 외면한 ‘법 위의 법사위’”

청탁금지법이 허용하는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오른다.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뒤 첫 번째 시행령 개정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의 ‘3·5·10 규정’이 ‘3·5·5+농축수산물 선물비 10만원’으로 조정된다. 선물비 상한액을 5만원으로 유지하는 건 같지만 농축수산물과 원료·재료의 50% 이상이 농축수산물인 가공품에 한해 상한액을 10만원으로 올린 것이다. 

경조사비는 현금 상한액을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추되 화환(결혼식·장례식)을 추가로 제공할 경우 별도로 최대 5만원을 더할 수 있게 했다. 음식물 상한액은 여전히 3만원을 유지했다. 이후 입법예고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설 전에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청탁금지법 개정에 경향신문과 한겨레 외 다른 신문들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1면에 ‘청탁금지법, 결국 손댔다’라는 기사를 실었고, 한겨레는 ‘여론 반대에도 끝내 김영란법 후퇴시킨 정부’라는 사설로 정부 방침을 비판했다.

▲ 12일 경향신문 1면.
▲ 12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외에도 사설 ‘김영란법 개정, 서두른 것 아닌가’에서 “김영란법은 한국 사회를 크게 바꿔 놨고,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시민 80~90%가 김영란법에 찬성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가 법 시행 1년3개월 만에 서둘러 시행령을 개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특히 지난달 27일 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서 부결된 개정안을 일부 자구만 수정해 2주 만에 가결시킨 것은 내년 지방선거 때 농어촌 지역의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살 만하다”고 비판했다.

▲ 12일 경향신문 사설.
▲ 12일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 역시 사설에서 “법을 시행한 지 1년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무리수를 써가며 서둘러 손댈 일인지 안타깝다”며 “오랜 논의를 거쳐 진통 끝에 도입한 청탁금지법 취지를 훼손하는 데 이 법을 만든 기관이 앞장선 모습이니,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 12일 한겨레 사설.
▲ 12일 한겨레 사설.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 외에 한겨레가 문제로 제기한 것은 이번 법 개정 과정이다. 한겨레는 6면 기사 “농축수산물 선물 10만원 표결 없이 통과…논란 ‘불씨’”에서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법 완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제기하는 등 격론이 오갔는데도 표결 없이 ‘부대 의견’을 다는 방식으로 개정안이 가결돼 논란이 일 전망”이라고 썼다.

특히 이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전원위 회의에서 부결된 개정안과 같은 내용인데도 지난 회의 때와는 달리 투표 절차를 생략하고 ‘전원 합의’ 방식으로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시행령을 개정하려면 전원위 소속 위원 15명(위원장 포함 정부위원 7명, 외부위원 8명) 가운데 과반수가 출석해,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전원위에는 공석인 사무처장과 외부위원 1명(출장 중)을 제외한 13명의 위원이 참석했고, 법안이 가결되려면 7명 이상이 찬성했어야 한다.

▲ 12일 한겨레 6면.
▲ 12일 한겨레 6면.
하지만 전원위는 별도의 표결을 거치지 않아 찬반 의견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전원위에서는 박 위원장 등을 제외한 위원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정 찬성 의견(6명)이 과반인 7명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하지만 그 외 신문들은 법 개정이 여론을 감안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4면 기사 제목을 ‘경조사비 부담 5만원 줄어들자 관가 환영, 꽃 과일 농가 10만원 선물 가능해져 숨통’이라고 뽑았다. 조선일보는 6면 기사에서 “농축수산 및 화훼 농가의 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여론을 감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12일 중앙일보 4면.
▲ 12일 중앙일보 4면.
법 개정 과정에 대해서도 별 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1면 에서 “지난달 27일에는 과반이 안 돼 부결됐지만 이날은 비교적 순조롭게 회의 시작 2시간 만에 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 역시 “의결안은 전원위원 14명 중 외부위원 1명이 불참한 가운데 합의를 통해 의결됐다”고만 전했다.

▲ 12일 서울신문 사설.
▲ 12일 서울신문 사설.
최경환 의원,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구속영장 청구

검찰이 11일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이날 박근혜 정부에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던 2014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최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 의원이 남재준 국정원장 시절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하게 하고, 김병기 원장 때 상납액을 2배로 늘리는 과정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뇌물액이 억대인 데다 최 의원이 혐의를 전면 부인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최 의원은 국회의원의 회기 중이라 불체포특권에 따라 최 의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기 위해선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 12일 경향신문 1면.
▲ 12일 경향신문 1면.
또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이번이 세 번째다.

우 전 수석은 국정원에 지시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등을 불법사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과학기술계 인사와 진보성향 교육감을 뒷조사하도록 국정원에 지시한 혐의도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은 각각 지난 2월과 4월 국정농단 개입·방조 혐의로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한중 정상회담 앞두고 사드 갈등 우회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 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해 “서로 상대방 입장을 역지사지하면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진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중국 관영 CC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에 관해서 한국과 중국은 각각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는 이견을 의식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 채택도, 공동기자회견 개최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실질 협력을 강조하는 언론 성명을 각자 발표하기로 했다.

▲ 12일 한겨레 3면.
▲ 12일 한겨레 3면.

이에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빈방문과 정상회담의 격에 어울리지 않는 결정”이라며 “두 정상 간 세번째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드 갈등을 마무리 짓고 북핵 공조를 강화하며 관계 복원을 꾀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썼다.

▲ 12일 경향신문 사설.
▲ 12일 경향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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