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가 시간외 근무를 하거나 휴일 근무자에게 지급하는 특근매식비를 정부 지침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간 국회 특근매식비 집행액은 2015년 기준 약 15억 원가량이다.

국회는 지난 2007년에도 특근매식비 예산을 특근과 무관한 식대로 집행하는 문제점이 발각돼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요구를 받았지만, 이후 이와 관련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매년 유사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오늘은 예산 감시 전문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공동대표 이영선·이상선·하승수)가 국회 내 32개 부서와 위원회의 특근매식비 집행내역을 열람한 결과를 입수했다. 그 결과 국회사무처의 특근매식비 예산 집행이 허술하고 지침에 어긋날 소지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정한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라 국회 특근매식비 지급단가도 1인당 6000원이 기준이다. 하지만 국회 각 부서에서 쓴 특근매식비 집행내역을 보면 특근 인원이나 해당 부서 상근 인원을 고려할 때 금액이 지급단가를 훨씬 초과하거나 일부는 식비가 아닌 회식비로 쓴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국회 홈페이지
▲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국회 홈페이지
세금도둑잡아라가 일부 특근매식비 사용 내역만을 추려내 지출 증빙 서류와 대조해 본 것만 해도 지급단가를 초과해 식비를 결제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예를 들어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실은 지난 지난해 12월 여의도 모 고깃집에서 49만5000원어치를 먹었는데 이날 특근부에 기록된 인원은 18명이었다. 1인당 2만7500원꼴로 식비를 쓴 것이다.

이 외에도 국회사무처 국제국, 의사국 의안과·의사과·의정기록2과, 감사관실 등 여러 부서에서 특근 인원에 비해 훨씬 많은 특근매식비를 지출하고 있었다. 법제실의 경우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난 밤 11시 이후에도 특근매식비를 결제한 사례도 잦았다. 의정기록2과는 지난해 12월 여의도가 아닌 강서구 등촌동의 한 고깃집에서 총 143만 원을 썼는데 49만 원씩 두 번, 45만 원 한 번 등 총 세 번에 걸쳐 특근매식비 카드를 사용했다.

아울러 휴일이 아닌 평일 점심때 특근매식비로 식사를 한 사례가 있었으며, 정기적으로 국회후생복지위원회에서 식권을 대량 구매한 기록도 부서별로 다수 존재했다.

그러나 기재부 지침에 따르면 특근매식비는 정규 근무시간 2시간 전에 출근해 근무하거나 근무종료 후 2시간 이상 근무, 또는 휴일에 2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지급할 수 있다. 정규 근무시간(9시~18시) 중에는 특근매식비를 지급해선 안 된다.

감사원이 지난 2007년 국회사무처의 특근매식비 집행 내역 일부를 표본 조사했을 때도 국회에서 특근매식비가 부적정하게 쓰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결산검사보고에서 “국회에서 2006년도에 집행한 특근매식비 중 7월 120개 의원실 보좌 인력에게 지급한 6951만 원 중 52%인 3605만 원이 점심식대 등 특근과 관련 없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에 앞으로 특근매식비 예산이 특근과 관련 없는 식대로 집행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 요구했다”고 밝혔다.

올해(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검사보고에서도 국무조정실과 조세심판원, 보건복지부 등이 특근매식비를 외부 식당에서 집행하거나 청사 구내식당 식권 구매에 썼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국무조정실과 조세심판원은 구내식당 식권을 매월 구매해 직원들에게 나눠주거나, 외부 식당에 장부를 비치해 소속 직원들이 이용 금액을 일정 주기마다 일괄 결제하는 방법으로 2시간 이상 특근 여부와 무관하게 특근매식비를 집행했다.

보건복지부는 평일 근무시간 중에 피자 등을 배달시키는 등 총 134회에 걸쳐 3422만여 원의 특근매식비를 특근 시간이 아닌 일과시간에 정부구매카드로 썼다. 또 지난해 740회(1억9904만여 원) 구내 식권을 일괄 구매해 직원들이 사용하도록 하면서도 해당 식권이 점심시간에 사용되는지를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국회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특근매식비가 부정 집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1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특근매식비만이 아니라 국회 예산 전반에 대해 감사원이 제대로 감사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문제점이 지적돼도 개선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특근매식비는 사실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국회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등 다 문제인데 그나마 특근매식비는 사무처 직원이 쓰니까 공개된 것”이라며 “진짜 중요한 힘 있는 국회의원이 쓴 예산은 아예 공개하지 않고 감시 사각지대로 있는 게 문제 개선이 안 되는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하 변호사는 국회가 특근매식비 지출 증빙 서류도 처음에는 비공개했다가 이의신청을 하고서야 공개하는 등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국회라고 해서 예외를 둘 수 없는데도 다른 기관보다 정보공개를 안 하고 그동안 감사도 제대로 안 받고 특권을 누렸다고 봐야 한다”며 “감사원 등 감사기관에서 감사해야 하고 만약 범죄 혐의 있다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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