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KBS 보도본부장을 지내며 불공정보도 논란 중심에 있던 이화섭 전 보도본부장이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 사장에 지원해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현재 공석인 아리랑TV 사장 자리에는 10여명이 지원했는데 이 중 이 전 본부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본부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지난 4월 공동 발표한 언론부역자 2차 명단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

2012년 2월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현 KBS 사장)에 이어 보도본부장에 임명된 이화섭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는 구성원으로부터 불신임을 받는 등 불공정 보도 논란에 휩싸였다. 이 전 본부장은 2010년 ‘추적60분’ 4대강 편 불방 사태, 2012년 8월과 9월 개최된 KBS 공정방송위원회 회의에서 장준하 선생의 유골 발견 뉴스에서 ‘독재’와 ‘유신’ 등의 표현을 뺀 것 등 정부 비판 보도를 막았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 1월에는 이 전 본부장의 문재인 캠프 합류 논란이 일어 언론개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당시 이 전 본부장과 같은 인사가 집권세력에 가담할 경우 언론개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전 본부장은 김기춘 아리랑TV 제작본부장과 마산고와 KBS 선후배 사이다. 아리랑TV 내부에서는 이 전 본부장이 사장에 오를 경우 아리랑TV가 KBS월드에 흡수·통합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사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김 본부장이 아리랑TV의 실세라고 볼 수 있다.

▲ 이화섭 전 KBS 보도본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 이화섭 전 KBS 보도본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김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아리랑국제방송지부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꾸려질 때 노조에서도 임추위 인사를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을 노조추천 인사로 제안했다. 이를 아리랑TV 관리부서인 문체부 쪽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김상훈 아리랑TV 사장 직무대행이 노조 추천인사를 거절했다고 김 지부장은 전했다. 김 직무대행은 이명박 정권 때 청와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인사다.

최근 ‘이화섭 아리랑TV 사장 내정설’이 세간에 떠돌았다. 미디어오늘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4일 이 전 본부장과 통화했지만 그는 “금시초문”이라며 사장 지원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언론노조 아리랑국제방송지부(지부장 김훈)는 11일 “아리랑TV에는 도덕적이고 국제방송 정상화 의지를 가진 사장이 필요하다”며 이 전 본부장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노조는 “예산은 삭감됐고 비정규직들의 대량 해고가 예고돼 있으며 안정적 재원 확보와 정상적인 국제방송을 위해 발의된 법안(아리랑국제방송원법)은 그 처리시기가 요원하다”며 “이번 아리랑국제방송사장 공모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리랑국제방송지부는 “어떤 이(이화섭)는 언론노조가 적폐인사 50인으로 선정한 언론부역자”라며 “아리랑국제방송은 지금까지의 잘못을 바로 잡고 바르고 정확한 공정언론, 대한민국을 해외에 알리는 정상적인 공영방송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 외에도 지원한 인사 중에는 박근혜씨 또는 각종 비위로 물러난 방석호 전 아리랑TV 사장 등과 관련한 자들도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아리랑국제방송지부는 “이번 공모에 지원한 대상자들 중 이러한 길을 같이 갈, 사장에 적합한 인물은 단 한명도 없다”며 “현재 지원한 대상자 중 누구도 아리랑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이들 중 누군가가 아리랑 사장으로 임명된다면 이는 아리랑국제방송을 망가뜨리고 대한민국의 국제방송을 파탄으로 이끌려는 시도로 간주해 어떠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이화섭 전 본부장에게 관련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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