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에서 다시 공정언론 회복 투쟁이 시작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는 11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서 ‘YTN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최남수 사장 내정자와 사내 적폐인사 퇴출을 위해 끝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9년 중 3년 이상 보직을 맡은 간부들에 대한 보직 보류(최 내정자 표현으로 ‘배제’)’를 요청했지만 최 내정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노사협상을 제안한 이는 보도국장 내정자로 지명됐던 노종면 기자였다. 그는 노사협상 결렬로 보도국장 자리를 거절했다.

이날 노 기자는 “(내 제안으로) 노조의 투쟁을 더디게 한 건 아닌가 하는 후회도 밀려왔지만 좀 돌아가더라도 단단히 하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박진수 지부장이 힘든 자리였겠지만 (최 내정자와) 대면해서 많은 것을 확인했고, 함께 갈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11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1층에서 노종면 기자가 최남수 사장 내정자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1층에서 노종면 기자가 최남수 사장 내정자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노 기자는 “보도국이라도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전술적이고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지만 보도국장 하나 세워서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조직개편도 못할 것이고 보도국장의 인사는 경영진의 방해를 받을 것이다. 보도국원들을 담보로 한 싸움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 박근혜 정권 시절 YTN에서 보직을 달고 후배들을 외면했던 이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012년 4월 YTN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고, 선배 5명이 기명성명을 냈습니다. 해직자 복직 문제를 언급했고, 정말 고마웠습니다. 두달 뒤 회사의 징계가 발표됐습니다. 그 뒤 짐을 짊어지겠다고 약속했던 그 때 선배들 어디서 뭐하셨습니까. 배석규(전 사장)가 내민 보직의 유혹을 뿌리쳤습니까. 승진하고 보직직급 높아졌습니다. 임원자리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내려오십쇼. 그만하십쇼.”

비대위에는 YTN노조 전·현직 집행부인 현덕수·노종면·권석재 기자와 기자협회·기술인협회·보도영상인협회 등 직능단체, 2009년 이후 입사자인 13기 이하 조합원들도 다수 속해있다. 

마케팅국 소속인 김명섭 조합원은 “공정방송만큼 YTN을 값어치있게 팔 수 있는 상품은 없다”며 “시청자들은 YTN 공정방송에 목말라있고, YTN은 이를 해결해주지 못해 시청률도 하락하고 광고도 판매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콘텐츠-광고의) 순환 구조에 대해 몸으로 체험했다”며 “YTN의 보도가 정상화되는 것이 YTN이 정상화하는 것이고, YTN의 미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수 지부장은 최 내정자가 과거에 쓴 칼럼을 언급했다. 그는 “내정자가 쓴 칼럼에 보면 ‘위대한 부자의 아름다운 선행, 이명박 대통령은 재산을 헌납해서 존경받는 부자들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유탄 맞고 YTN은 지난 9년을 비참하게 살아왔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YTN에 지원했고 누가, 왜 YTN에 오게 했는지 울분이 차오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측 인사들은 자리를 고민하고 노조는 미래를 고민하느냐”고 꼬집었다.

박 지부장에 따르면 최 내정자는 MBC 최승호 사장이 ‘MBC 재건위원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CBS 인터뷰 내용을 박 지부장에게 언급했다. YTN도 ‘YTN 미래발전위원회’의 결정에 따르자는 제안이다. 이에 박 지부장은 “최승호 사장이 제일 먼저 한 일이 앵커를 교체하고 보직간부자들 근무지 이동이었다”며 “(YTN은) 3년 보직했던 간부들 근무지 이동시키는 것도 아니고 기준을 만들 때까지 잠시 보류하자는 것이었는데 이마저도 최남수 내정자가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11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1층에서 YTN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최남수 내정자와 언론적폐인사 퇴출을 위해 끝장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11일 오전 서울 상암동 YTN 사옥 1층에서 YTN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최남수 내정자와 언론적폐인사 퇴출을 위해 끝장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 내정자는 지난 10일 자신의 과거 칼럼에 대해 “기자가 쓰는 글은 당시의 시점과 주어진 정보 등 제약조건 아래서 작성된다”며 “그러다보니 한참 시간이 흐른 후인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문제시되는 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당시 상황이라는 한계가 존재했지만 신중하지 못한 관점이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헌납 관련 칼럼에 대해 최 내정자는 “제 글은 ‘MB어천가’의 의도로 쓰지 않았다”며 “분배 개선을 위해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고 나눔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제 소신이어서 ‘따뜻한 자본주의’를 강조하는 내용의 칼럼을 쓰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서 보니 좀 지나쳤던 점을 인정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최 내정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의혹 수사가 한창일 때인 2009년 4월 “‘노 전대통령과 다이아몬드의 역설’… 비극”이라는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회갑 선물로 1억 원짜리 시계를 받았다고 하지요. 서민들로서야 입이 짝 벌어질 일인데요. 1억짜리 시계는 다른 시계보다 시간이 훨씬 더 정확해서 그렇게 비싼 걸까요”라고 썼다.

이에 최 내정자는 “지적을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칼럼도 사려가 깊지 못했음을 인정한다”며 “하지만 이 칼럼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언급하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던 노 전 대통령의 선언 등을 강조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글을 쓸 때 미래의 시점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 성찰해보고 표현을 절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비대위 출범에 대해 YTN은 11일 오후 “최 내정자는 김호성 상무와 류제웅 실장의 거취 문제를 포함해 노조의 요구를 상당폭 수용한 전향적인 제안을 전달했고, 추가적인 대화에도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한 바 있다”며 “그렇지만 노조는 월요일 오전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다가 비대위를 출범하면서 파국으로 이르는 길을 선택했다”고 노조를 비판했다. 

이어 “노사가 합심해 곳곳에 산재한 적폐를 질서있게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기도 벅찬데 이렇게 다시 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그럼에도 회사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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