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머리기사 제목. 

경향신문 “DJ 비자금이라 말한 적 없다고 입 맞춰달라”
국민일보 “논문에 ‘자녀 끼워넣기’ 전수 조사”
동아일보 “학교안 어린이집, 참 든든한데…”
서울신문 “대책 한 달도 안돼… 또 무너진 타워크레인”
세계일보 “문재인정부도… ‘낙하산 인사’ 답습”
조선일보 “‘5G 평창’ 땀방울 튀는 모습까지 360도 돌려본다”
중앙일보 “정상회담 코앞, 사드 이견 못 좁힌 한·중”
한겨레 “‘위험의 외주화’ 또 참사 불렀다”
한국일보 “변호사도 의사도 ‘기득권 사수 시위’

경찰, “대선개입 없어” 수사결과 국정원에 흘려

2012년 대선을 사흘 앞두고 경찰이 기습적으로 발표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중간수사 결과도 미리 국정원에 전달된 사실이 드러났다. 11일자 1면 한겨레 단독 보도다.

또 당시 국정원이 서울지방경찰청 등을 통해 경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았던 사실도 한겨레가 확인했다. 검찰은 11일 김병찬 서울용산경찰서장(당시 서울청 수사2계장)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 한겨레신문 11일자 1면.
▲ 한겨레신문 11일자 1면.
한겨레는 “국정원은 경찰이 2012년 12월16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몇 시간 전에 관련 자료를 팩스로 미리 받았다고 한다”며 “해당 자료는 ‘경찰의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경찰이 발표한 A4 4장 분량의 중간수사 결과 자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정작 당시 수사를 맡았던 수서경찰서는 국정원이 자료를 받은 시각보다 늦은, 오후 10시30분에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자료를 받아 30분 후인 오후 11시 언론에 기습 발표했다.

한겨레는 “검찰은 최근 경찰의 대선개입 수사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국정원에 유출된 경위를 조사하면서, 서울지방경찰청을 출입하던 안아무개 국정원 직원 등을 통해 이런 진술을 포함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경찰 수사 발표가 나온지 불과 11분 만에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 직원 개인의 인권이 철저히 짓밟혔음은 물론 국정원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경찰과 국정원이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겨레는 “검찰은 경찰의 조사 대상인 국정원에 미리 수사 정보와 그 결과가 전달된 것은 큰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하지만 검찰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의 공소시효(5년)가 임박한 점을 고려해, 김 서장을 11일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DJ 비자금’ 경향신문의 주성영 단독 인터뷰

주성영 전 한나라당 의원(59)이 2008년 ‘김대중 전 대통령(DJ) 100억원 비자금 의혹’ 사건 제보자인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59)으로부터 ‘입을 맞춰달라’는 회유를 받았다고 경향신문에 털어놨다. 주 전 의원 인터뷰는 경향신문 11일자 1면과 2면에 자세히 실렸다.

주 전 의원은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DJ 비자금 100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의혹을 공개했다. 이 사건 제보자가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 경향신문 11일자 2면.
▲ 경향신문 11일자 2면.

박 위원은 제보 사실을 부인하는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주 전 의원도 어처구니없어 한다”고 주장했지만, 주 전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최고위원이 DJ 비자금 사건 제보자로 언론에 공개된 후 여러 차례 나한테 전화를 걸어와 자기의 진술에 맞춰 이야기를 해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다”고 폭로했다.

주 전 의원은 “내가 ‘검찰에 기록이 다 있는데 어떻게 부인하느냐. 나는 언론과 접촉을 안 할 테니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박 위원이 (그 뒤로 언론에 해명하면서) 너무 나갔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기자회견에서 “경향신문 보도(12월8일자 1면)는 가짜뉴스”라며 “주 전 의원에게 DJ 비자금이라고 특정해 제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주 전 의원은 경향 인터뷰에서 “박 최고위원이 2006년 DJ 비자금 제보를 하겠다며 찾아왔고 이후 그의 사무실에 가서 100억원짜리 CD를 받아왔다”면서 “이제 와서 모른다고 발뺌하는 것도 모자라 가짜뉴스라고 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또 “처음에 CD를 줄 때는 중소기업은행 김모 부장한테 받은 것이라고 했는데 최근 전화를 걸어와서는 ‘모 대학 총장이 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며 박 최고위원의 거짓말을 폭로했다.

KBS 파업에 ‘고춧가루’ 뿌리는 한국경제신문

고대영 KBS 사장 퇴진과 비리 이사 해임을 촉구하며 지난 9월부터 총파업 중인 KBS 언론인들을 한국경제신문이 비난하고 나섰다.

한국경제는 11일자 2면 “변호사·교사·언론인도 ‘장외투쟁’ ‘밥그릇싸움’ 싸늘한 시선도”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새 정부 들어 확산되고 있는 전문직 노동자 파업의 원조이자 전범은 언론인들”이라며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지난달 해임되고, 최승호 신임 사장이 지난 7일 임기를 시작한 MBC 파업 사태가 대표적”이라고 보도했다.

▲ 한국경제 11일자 2면.
▲ 한국경제 11일자 2면.
한국경제는 이어 “파업기간에 언론인이 포함된 행동대는 방송국을 벗어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구여권’ 이사들의 직장과 대학으로까지 진격했다”며 “피케팅 시위는 물론이고 격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사퇴 압박전을 펼치며 전투력을 과시했다”고 전했다.

한국경제는 또 “KBS 노조 역시 지난 9월부터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KBS 역사상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새 정부 들어 법과 제도적 절차를 따르기보다는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광장 정치’ 행태가 심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전했다.

압권은 다음 문장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넘어선 과격행동도 적지 않다’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된 사안도 ‘적폐’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전문직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사만 봐서는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는 문장이다.

▲ 한겨레 11일자 사설.
▲ 한겨레 11일자 사설.

반면 한겨레는 11일자 사설로 방송통신위원회의 KBS 비리 이사 해임을 촉구했다. 한겨레는 “감사원이 ‘비리 이사’들에 대해 ‘해임 건의 등 적정한 인사조처 방안을 마련하라’고 방통위에 통보한 지도 2주가 훌쩍 넘었다”며 “그런데도 방통위는 지금껏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총파업은 2012년 95일 파업을 넘어섰고 오는 12일이면 파업 100일차를 맞게 된다.

최승호가 불편한 ‘보수 언론인’

중앙일보 논설주간이었던 허남진 아주경제 논설고문이 ‘최승호 체제 MBC’에 대한 칼럼을 썼다.

최승호 체제를 “맺힌 한(恨)을 품고 점령군이 되어 돌아온 최 사장 팀”이라고 규정한 허 고문은 “가뜩이나 강성 인사로 알려진 최 사장이라 그가 펼칠 ‘개혁’의 파장이 만만찮겠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며 “과연 그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한쪽에선 환호하고 다른 쪽에선 심각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칼럼은 ‘기계적 중립’을 가장하지만 자유한국당을 언급하며 인용하는 단어들은 ‘자극적’이다. 확인되지 않는 카더라 소문도 있다. “사장 후보자가 3명으로 압축되면서 MBC 주변에선 한때 온건합리파로 꼽히는 A씨가 가장 유력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다수의 MBC 출신 국회의원들도 A씨를 지지한다는 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용마 기자의 리영희상 수상 보도가 나오면서부터 분위기는 최 PD 쪽으로 돌변했다는 것이다. 복수의 MBC 출신 인사들의 전언이다.”

▲ 아주경제 11일자 허남진 칼럼.
▲ 아주경제 11일자 허남진 칼럼.
보궐 이사인 방송문화진흥회 김경환·이진순 현 여권 추천 이사에 대해선 “이번에 새로 임명된 방문진 이사 2명은 민주당에서 면접까지 실시했다고 전해진다”고 주장했고, 최 사장에 대해서는 “지난 시절 정권에 대한 비판의 칼날이 무뎌 신뢰를 잃었다는 게 MBC 내부의 자체 평가다. 그렇다면 신뢰 회복의 첫 단추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날 선 보도라고 본다”고 훈수를 뒀다.

이어 허 고문은 “PD수첩의 최 PD는 당시 MB정권을 뒤흔든 것으로 유명하다”며 “그때의 용기와 기세가 현 정권을 향해서도 똑같은 무게로 펼쳐져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은 현 정권과 새 지도부가 서로 ‘짬짜미’가 아니라고 믿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의 훈수가 무색하게 MBC 정상화를 알릴 신호탄인 PD수첩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을 첫 아이템으로 다룬다. 현 정부의 잘못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과 별개로,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한국사회에 남긴 적폐와 비리는 최우선 순위로 파헤쳐야 하는 시대적 과제다.

허 고문은 시민단체 ‘MB씨 4대강 비리수첩 제작단’이 지난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4대강 사업 찬동인사 인명사전’에 등재된 259명 인사 가운데 하나였다. 최승호 사장은 PD수첩 PD 시절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을 보도해 ‘안종필자유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김재철 매개로 검찰의 ‘적폐청산’ 비난

전성철 동아일보 사회부 차장은 11일자 ‘광화문에서’ 칼럼을 통해 김재철 전 MBC 사장을 언급했다. 검찰이 지난달 김 전 사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이었다. 전 차장은 검찰의 논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08년 4월 29일 피디수첩의 ‘광우병’ 편은 집권 초 이명박 정부에 큰 타격을 입혔다. PD수첩 방영 전 50%대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방송이 나간 후인 같은 해 6월에는 7%대로 급락했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MBC 등 방송사를 비롯한 방송, 문화, 예술계 인물과 단체를 ‘좌편향’ 세력으로 규정지어 탄압하기로 마음먹었다. 청와대로부터 이런 정책기조를 하달 받은 국정원은 그로부터 약 2년 뒤인 2010년 3월경 MBC를 친정부화하는 계획을 담은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은 곧 국정원 직원을 통해 김 전 사장에게 전달됐다. 김 전 사장은 2012년 12월까지 문건에 담긴 ‘좌파 성향’ 간부진 교체 등의 내용을 차례로 실행했고 그 결과를 국정원 측에 알려줬다. 따라서 김 전 사장이 한 일은 국정원과 공모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이 그린 ‘큰 그림’이다.”

▲ 동아일보 11일자 전성철 동아일보 사회부 차장 칼럼.
▲ 동아일보 11일자 전성철 동아일보 사회부 차장 칼럼.
전 차장은 “그런 연결고리로 김 전 사장을 국정원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는 다퉈 볼 부분이 많다”며 “김 전 사장이 MBC 사장으로서 한 일들이 국정원의 지시 때문인지, 국정원 소속이 아닌 김 전 사장이 국정원법 위반의 공범이 될 수 있는지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또 김 전 사장 구속영장 논리대로면 올 상반기까지 국정원 직원이 ‘연락관’으로 출입한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수장 중에 형사 처벌을 면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도 고민해 볼 문제”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를 지적하기 위해 김 전 사장 사례를 끌어다 쓴 것이다. 그러나 전 차장도 김 전 사장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고약한 노동법 위반 사범”이라고 비판했다.

전 차장은 “김 전 사장의 진짜 죄명은 25장 분량의 영장 범죄 사실 중 맨 마지막 두 장에 적혀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라며 “김 전 사장은 편성과 제작 방침 등에 항의하는 노조원들을 일방적 교육, 재교육 명령으로 직무 현장에서 몰아냈다”고 밝혔다.

전 차장은 또 “그(김재철)는 노조원들을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MBC 아카데미’에 보내 ‘샌드위치 만들기’며 ‘한류(韓流) 강의’ 따위를 수강하게 했다”며 “국정원 직원을 통해 ‘윗선’의 뜻을 전달받아 이를 3년여 재임 기간에 두고두고 실행했다는 혐의보다 더 구체적이고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김 전 사장의 구속영장 범죄 사실이 앞뒤가 바뀐 것은 ‘적폐청산’ 수사 프레임 탓이다. ‘국정원이 전 정권 적폐의 몸통’이라는 틀을 우선시하다 보니 김 전 사장 같은 고약한 노동법 위반 사범이 정치범이 되는 것이다.”

국정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못마땅한 보수 언론 입장에서 보면, “고약한 노동법 위반 사범”인 김 전 사장은 보수 진영 생존 논리를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한 처지로 전락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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