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대안미디어가 주목받고 있지만 출범 13년을 맞은 한국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지원은 또 다시 미뤄지고 있다.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공동체라디오 사업자들로 구성된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는 9일 성명을 내고 4기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공동체라디오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6일 장기적인 검토 끝에 공동체라디오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체라디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2018년까지 ‘공동체라디오 활성화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신규 수요 발생시 허가를 2019년도에 적극 검토한 다음 2020년에 방송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 공동체 라디오 관악FM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 공동체 라디오 관악FM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또한 방통위는 공동체라디오 활성화를 위한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직접 지원보다는 자생력 확보를 위한 간접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2009년 공동체라디오 정규방송 도입 시 필요한 재원은 사업자 자체조달(자율경영)을 원칙으로 의결한 데 대한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공동체라디오는 주파수를 쓰는 시민들의 미디어로 지역 민주주의 및 공론장을 활성화하는 대안 미디어로 해외에서 주목 받았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 시범사업이 결정되고 2009년 전국 7개 정규사업자가 선정됐으나 이후 지원이나 추가 사업자 허가가 일절 없었다.

송덕호 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이하 협회) 상임이사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통위가 2020년 공동체라디오 추가 도입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활성화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4기 방통위의 임기가 2020년까지인 상황에서 형식상 정책과제에 넣으면서 사실상 ‘미루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공동체라디오 확대를 미루는 표면적인 이유는 주파수 사용이 비효율적이고 혼신(주파수끼리 겹쳐 방송이 나오지 않는 현상)되거나 여유가 없다는 것이지만, 정부 입장에서 ‘낭비’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가 종합계획, 신규 수요 조사 등에 각각 1년씩 기간을 정한 데 대해 협회는 성명을 통해 “13년 동안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연구와 평가는 수없이 진행됐다”면서 “방통위는 물론 관련 기관에서 진행한 연구만 해도 10여건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과천정부청사에서 문재인 정부 방통위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6일 과천정부청사에서 문재인 정부 방통위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면서 협회는 “당장이라도 공동체라디오 수요조사를 한다면 적어도 50여 곳 이상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서울, 수원, 부산, 전주 등 현재 각 지역의 마을미디어에서 정식 사업자로서 주파수를 받지 못해 팟캐스트 방식으로 라디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4기 방통위가 공동체라디오에 ‘직접 지원’을 명시하지 않은 것 역시 협회는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한 배경에는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의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지원 대상’이 늘어나는 점을 꺼린 것으로 보인다.

송덕호 상임이사는 “영국에서는 공동체라디오를 위해 펀딩을 하고, 설립을 위한 대출을 해주는 등의 제도가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은 청취자 참여프로그램에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것 외에는 전혀 지원이 없다. 케이블업계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 받는데, 우리는 방발기금 지원도 없다”고 밝혔다. 방발기금은 정부가 허가하는 방송통신사업자로부터 돈을 받아 방송통신분야 공적 용도로 활용하는 기금이다.

협회는 성명을 통해 공동체라디오는 방송법에 ‘공익’과 ‘비영리’로 운영하도록 강제하면서도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공동체라디오는 재원을 자체조달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자체적으로 살아남으라고 하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협회는 “공동체라디오는 제3섹터에 해당하는 시민영역의 미디어”라며 “제3섹터에 맞게 직접 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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