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커뮤니티 회원이라는 이유로 SBS 라디오 러브FM ‘배성재의 텐’ 막내 작가 김아무개씨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동한 일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SBS_막내작가_강요하차’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제작진을 비판하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9월7일 카카오TV에서 진행된 ‘배성재의 텐’ 녹화 방송 중 이말년 웹툰 작가가 모니터 화면을 보고 김 작가에게 “‘여성시대’도 하시는 거예요?”라고 물은 일이었다. ‘여성시대’는 포털사이트 다음에 있는 대규모 여성 커뮤니티다.

▲ SBS 러브FM '배성재의 텐' 홈페이지 갈무리.
▲ SBS 러브FM '배성재의 텐' 홈페이지 갈무리.
이와 함께 지난달 30일 김 작가가 개인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방금 너 때문에 여성 인권이 한 50년 쯤 후퇴했다”고 적힌 미국 드라마 캡쳐 사진을 올리고 연예인 한서희씨를 팔로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를 알게 된 남성 청취자들은 김 작가가 가입한 카페가 남성 혐오 성향이 있는 사이트라며 라디오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 청취자 게시판과 라이브 채팅 댓글 등에서 작가의 하차를 요구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배성재 SBS 아나운서는 지난 5일 카카오TV 생방송을 통해 “‘배텐’은 남자분들, 여자분들 누가 듣든 즐거운 방송을 하려 하지 편을 가르거나 한쪽을 노엽게 하려는 목적을 가진 적이 한번도 없다”며 “그런 사람들로만 구성이 돼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김 작가는 지난 7일 해당 프로그램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다. 김 작가는 “작가라는 특성상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여러 커뮤니티에 가입돼 있다”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은 친구와 개인적인 일로 통화를 한 후에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올린 사진”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나는 남성 혐오자가 아니”라며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했다.

제작진은 같은 날 김 작가를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지난 1년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작가와 함께하며 문제되는 발언이나 행동을 전혀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이번 논란이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며 “작가가 이번 일로 인한 책임감과 부담감 때문에 자진 하차를 밝혀왔으나 고민과 회의 끝에 오늘부로 타 프로그램으로 이동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작가가 먼저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혔지만 제작진 회의 후 하차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이동하는 것으로 결론을 낸 것이다.

▲ 트위터 '#SBS_막내작가_강요하차' 해시태그 검색 결과 갈무리.
▲ 트위터 '#SBS_막내작가_강요하차' 해시태그 검색 결과 갈무리.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한 라디오 작가는 이에 대해 “방송작가라는 직종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제작진에서도 해당 작가가 명백하게 잘못한 점은 아니라는 부담이 있어서 그냥 하차시키기 보다는 상생하는 결정을 내리려고 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의 청취자 게시판과 트위터, 페이스북에서는 제작진에 항의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SBS_막내작가_강요하차’, ‘#SBS_막내작가_부당해고’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특정 커뮤니티 이용자라는 게 밝혀졌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옮기게 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researchyeeun’이라는 트위터 이용자는 “세계에선 지금 남성의 성범죄가 연이어 폭로되며 여성들의 발언권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한국은 3개 방송국이 여성이 SNS에 여성 인권을 언급하고 여성 커뮤니티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해고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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