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종합뉴스9’의 전원책 앵커가 방송 5개월 만에 하차했다. 발탁 당시 화제를 모았으나 발성 문제, 편파발언 논란이 이어졌고 시청률도 오르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원책 앵커는 8일 ‘종합뉴스9’에서 클로징 멘트를 통해 “오늘로써 메인뉴스 앵커에서 하차한다”면서 “지금까지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원책 앵커는 이날 멘트를 통해 언론과 야당에 대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권력이 이념을 함께 하는 같은 진영이라도 비판의 눈을 잃어서는 안 된다”면서 “언론은 권력자를 화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원책 앵커는 오프닝 멘트를 통해 “내일은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일년이 되는 날”이라며 “그때 분열한 보수야당은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살아 건강한 대안세력이 되어야 나라가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 전원책 앵커가 지난 8일 TV조선 '종합뉴스9' 마지막 클로징 멘트를 하고 있다.
▲ 전원책 앵커가 지난 8일 TV조선 '종합뉴스9' 마지막 클로징 멘트를 하고 있다.

변호사이자 평론가인 전원책 앵커는 지난 7월 TV조선 ‘종합뉴스9’ 앵커에 발탁됐다. 그는 JTBC ‘썰전’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등에서 입담을 과시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당시 TV조선 관계자는 “사투리 억양이 심한 말투 등 리스크가 큰 선택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일단 화제성은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TV조선은 전원책 앵커 하차 배경을 밝히지 않았지만 발성이 고쳐지지 않았던 데다 편파적 발언 논란이 이어졌고, 시청률이 오르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TV조선은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중징계)를 연 4건 이하로 유지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받게 되고 누적되면 재승인이 취소되기 때문에 심의에 민감한 상황이다. 

7월13일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이 취소되자 전원책 앵커는 “너무 옹졸한 처사”라며 “저 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린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같은 날 전원책 앵커는 오프닝멘트를 통해 “새벽 5시에 (특검이) 비밀 작전하듯 (정유라씨를) 승합차에 태워 데려온 것부터 석연치 않은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사회부 기자들에게 뭔가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원책 앵커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가 무죄가 되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도 무죄가 된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TV조선 보도본부 기자 80명이 성명을 내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설 정도로 근거가 취약했다.

▲ 지난 7월13일 TV조선 종합뉴스9 화면 갈무리.
▲ 지난 7월13일 TV조선 종합뉴스9 화면 갈무리.

다소 자극적인 비유도 이어졌다. 7월21일 전원책 앵커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군사회담, 적십자회담을 제안했음에도 북한이 묵묵부답이라는 상황을 설명하며 “짝사랑도 이런 짝사랑이 없다”고 표현했다. 8월9일 전원책 앵커는 “민주적 절차로 가해지는 다수의 폭정이 독재정에서 벌어지는 소수의 횡포와 무엇이 다를까요?”라며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다수의 폭정’에 빗댔다.

문제적 발언이 이어지자 TV조선측은 전원책 변호사에게 발언 수위를 낮출 것을 여러차례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논란이 되는 발언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TV조선이 급작스런 하차를 결정한 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상화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원책 앵커의 발언은 ‘패널’이 아닌 ‘뉴스 진행자’가 주관적인 입장을 강력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박근혜 정부 때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의 장성민 앵커의 발언이 잇따라 심의를 받는 과정에서 TV조선측은 ‘논평’이라고 주장했지만 방통심의위는 진행자로서 도를 넘은 발언이라며 제재했다.

방통심의위가 이르면 내달, 늦어도 2018년 1월에는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문제가 된 제작진을 교체하면 심의 때 정상참작을 요구할 수 있다. 실제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장성민 앵커 하차 이후 방통심의위는 진행자 교체를 이유로 제재 강도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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