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이하 새노조) 총파업이 역대 최장 기록에 접어든 8일 저녁,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새노조 파업집회 ‘돌리고(돌아와요 리셋 고봉순) 불금파티’가 열렸다. 지난 7월부터 시작한 ‘돌마고(돌아와요 마봉춘 고봉순)’가 시작된 지 스무 번째, ‘돌리고’로 전환된 뒤론 네 번째다.

새노조 조합원과 시민 3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는 최승호 신임 사장을 맞이한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도 참석했다. ‘돌리고’ 사회를 맡은 김홍성 KBS 아나운서는 김연국 본부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 무언가를 발견하고 손가락을 뻗었다.

“저 뒤에 MBC 카메라 아닙니까?” 김연국 본부장은 MBC 인사개편으로 보도국으로 돌아간 기자들이 집회를 취재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내일(9일) 메인 뉴스에 KBS 관련 소식이 나가게 될 거라는 김 본부장의 말에 집회 참여자들이 ‘촛불 파도’를 보이기도 했다.

▲ 8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 '돌아와요 리셋 고봉순-불금파티'에 참여한 새노조 조합원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8일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 '돌아와요 리셋 고봉순-불금파티'에 참여한 새노조 조합원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KBS 비리 이사 해임" 8일 KBS 파업집회 '돌아와요 리셋 고봉순'에 참석한 새노조 조합원들이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KBS 비리 이사 해임" 8일 KBS 파업집회 '돌아와요 리셋 고봉순'에 참석한 새노조 조합원들이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김연국 본부장은 “KBS라는 훌륭한 라이벌이 있을 때 MBC의 존재 이유도 커진다.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비리 이사진 해임을 촉구하며 이틀째 단식 중인 성재호 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총파업 신기록을 세우게 돼 ‘서글프다’고 말했다. 성 본부장은 “왜 파업 신기록이 촛불로 만든 문재인 정부에서 나와야 하는지 많이 서글프다. 방통위가 감사원으로부터 이사들의 해임을 요구 받은 지 만 2주가 지났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감사원은 KBS 이사진의 업무추진비 감사 결과, 사적사용으로 의심되는 시간·장소 등에서 지출하고도 업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은 ‘부정사용 의심’ 금액이 7419만3480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차기환 이사의 경우 가족을 위한 전자제품 구매, 강규형 이사는 ‘도그쇼’ 관람 등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성재호 본부장은 KBS가 방통위 재허가 심사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도 비판했다. 그는 “이인호 이사장이 박근혜 대통령 지령을 받아 KBS에 발붙인 게 2013년 가을, 고대영 사장은 2015년에 왔다. 이들이 온 3년 동안 공영방송 KBS는 낙제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5일부터 진행 중인 ‘릴레이 발언’에는 방송경영직 조합원들도 참여했다.

▲ 8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5일째 진행중인 조합원 릴레이발언에 경영부문 조합원이 언론노조KBS본부의 파업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8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5일째 진행중인 조합원 릴레이발언에 경영부문 조합원이 언론노조KBS본부의 파업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KBS 비리 이사 해임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 이틀째를 맞은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왼쪽)과 성재호 KBS본부장이 8일 오후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농성천막에 앉아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KBS 비리 이사 해임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 이틀째를 맞은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왼쪽)과 성재호 KBS본부장이 8일 오후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농성천막에 앉아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 옆에 4.16연대에서 설치한 세월호 참사 홍보 전시물에는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언론에 대한 가족들의 기록이 남겨져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 옆에 4.16연대에서 설치한 세월호 참사 홍보 전시물에는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언론에 대한 가족들의 기록이 남겨져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KBS 수신료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남정희 조합원은 “할머니 혼자 계시는 집에 방문한 적이 있다. 한 달 전기료가 1만 원도 안 될 때가 많은데, 그 중 수신료가 3분의 1”이라며 “이런 수신료를 사익을 위해 사용하는 KBS 이사들과 고대영 사장은 빨리 해임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팀 변호사’도 나섰다. 2011년 부당해고된 뒤 2년 전 복직했다고 밝힌 구창훈 조합원이다. 구 씨는 “4년 동안 떠났던 KBS에 돌아오니 자본과 권력에 길들어져 있었다”며 “KBS는 세상의 부당한 법인카드 이용을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하는 언론사이다. 왜 내 사용 내역을 밝혔냐고 말하는 이사님들은 참 대단하다”고 꼬집었다.

구 씨는 이어 “우리의 업보도 분명히 있다. 지난 9년 동안 더 처절하게 싸우지 못했던 것이 국민이 KBS를 외면할 수밖에 없게 한 분명한 요소인 것 같다”며 “다시 KBS가 국민의 품으로, 공정방송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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