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3사가 사상 초유의 재허가 탈락 점수를 받은 가운데 ‘제작 자율성 확보’가 향후 재허가 조건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8일 한겨레는 최근 마무리된 KBS, MBC, SBS 재허가 심사 채점 결과 SBS 647점, KBS1 646점, KBS2 641점, MBC 616점으로 3사 모두 합격점수인 650점에 미달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650점에 미달된 점수를 받은 방송사는 ‘재허가 취소’ 또는 ‘조건부 재허가’가 가능하다.

최근 청문 절차를 거치면서 재허가 심사 결과 650점 미만이라는 사실을 통보 받은 지상파3사는 충격이 큰 상황이다. 앞서 2013년 재허가 평가에서 지상파3사 모두 700점을 넘긴 바 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심사에는 지난 5월까지 사안들만 반영됐다고 한다. 파업 문제가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MBN보다 낮은 점수를 받게 돼 당혹스러운 분위기”라며 “특히 SBS의 경우 많은 개선을 했는데도 이런 결과를 받게 돼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KBS 관계자는 “현재 방통위에서 특정 사안들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답변을 제출하자 추가 답변을 요구해온 상태”라고 말했다.

▲ 지상파 3사 사옥.
▲ 지상파 3사 사옥.

어떤 문제 때문에 지상파 3사는 합격에 미달된 점수를 받은 것일까. 지상파 재허가 평가는 1000점 배점 중 △방송평가(400점) △방송 공적책임·공정성(250점) △방송 기획·편성·제작·공익성 확보 계획(150점) △경영·재정·기술적 능력(100점) △방송발전 지원계획(100점) 등으로 나뉜다.

방송평가는 기존 방송평가위원회가 실시한 점수를 그대로 반영하며 외부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된 ‘재허가 심사위원회’가 남은 600점에 대해 평가한 후 평균점수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안팎에 따르면 KBS와 MBC는 전체 400점 배점에 달하는 ‘방송 공적책임·공정성’과 ‘방송 기획·편성·제작·공익성 확보 계획’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제작 자율성’ 측면에서 형식적인 편성위원회 구성 및 운영, 부당징계, 보도개입 문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MBC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 역시 이 때문으로 보인다.

두 항목은 실적에 따른 일관된 점수 책정이 힘들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수’ ‘우’ ‘미’ ‘양’ ‘가’를 부여한 뒤 평균점수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기본점수를 보장받기 힘들다.

▲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비계량평가' 항목 평가방식. ‘방송 공적책임·공정성’과 ‘방송 기획·편성·제작·공익성 확보 계획’ 부문은 전체 비계량 평가다.
▲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비계량평가' 항목 평가방식. ‘방송 공적책임·공정성’과 ‘방송 기획·편성·제작·공익성 확보 계획’ 부문은 전체 비계량 평가다.

‘방송발전 지원계획’ 부문 역시 일정 부분 당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부문에서는 2013년 재허가 당시 재허가 조건·권고 사항을 중점적으로 심사하는데 KBS는 ‘자체 경영 합리화’ MBC는 ‘지역MBC 독립적인 경영보장’이 재허가 조건이었음에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3사 공통 조건인 ‘편성규약 공표 및 이행 강화’와 MBC 권고사항인 노사 문제 개선에 대한 ‘이행’도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 방송사는 ‘경영·재정·기술적 능력’ 부문 중 일부 항목인 △계약직 및 파견직 운영 현황 △투자실적 현황 △이사회 운영 현황 및 운영 실적 등에서 적지 않은 감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민영방송인 SBS의 경우 공영방송과 달리 소유 경영 분리, 경영 투명성 관련 세부 실적, 배당실적 등의 ‘현황’과 ‘개선의지’를 각각 평가받는다. 윤세영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사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하면서 ‘개선의지’는 보였지만 재허가 심사는 지난 4년 동안의 실적을 반영하기 때문에 ‘현황’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6일 4기 방통위 업무과제를 발표하면서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시 보도·제작의 자율성과 중립성, 공적책무 이행 의지 등을 엄정히 심사하고, 재허가‧재승인 조건에 대한 철저한 이행 점검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650점 미만 점수를 받은 사업자에게는 ‘재허가 취소’를 할 수 있지만 방통위가 이 같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은 없다. 방송사의 재허가·재승인을 취소할 경우 시청자의 시청권 피해, 소속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OBS, 지난 3월 TV조선이 650점 미만 점수를 받았지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따라서 방통위는 이들 방송사에 3년 재허가를 의결하면서 까다로운 ‘재허가 조건’을 부과할 계획이다. 방통위 안팎에 따르면 재허가 조건에는 △부당해직·징계 방지 △실질적 기능을 갖춘 편성위원회 운영 △독립제작 관행 개선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 ‘재허가 취소’등 단계적 제재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지상파 재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전체회의는 20일께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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