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와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 간 협상이 7일 ‘결렬’로 끝이 났다. 앞서 YTN 구성원들이 제안한 노사 담판 요구를 받들어 박 지부장은 지난 5~6일 최 내정자와 만나 ‘언론 적폐 청산’에 대해 확답을 받고자 했다. 하지만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차기 보도국장으로 내정됐던 노종면 YTN 복직 기자가 7일 오후 “보도국장 내정자 지명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혀 YTN 사태가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모양새다.

당초 노 기자는 보도국장의 인사권이 보장되어야 YTN 보도국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 내정자가 보도국장 인사권 보장 요구에 거부감을 보였다고 알려지면서 YTN 보도국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 것이다.

▲ YTN 해직기자 3명은 지난 8월28일 복직했다. 2008년 10월 해직된 지 무려 3249일 만이었다. MB정부의 낙하산 사장에 맞서 공정방송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YTN 기자들이 복직 후 첫 출근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 YTN 해직기자 3명은 지난 8월28일 복직했다. 2008년 10월 해직된 지 무려 3249일 만이었다. MB정부의 낙하산 사장에 맞서 공정방송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YTN 기자들이 복직 후 첫 출근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노 기자는 7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최 내정자는 물론이고 사장 대행을 반년 넘게 하고 있는 김호성 YTN 상무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도국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며 “기본적인 조직개편도 보도국장 뜻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다. 혁신은 흉내도 내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노 기자는 “보도국장의 실질적인 인사권 보장도 이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보도국장 내정자 지명 과정에서, 그리고 이어진 ‘담판’ 과정에서 사장 대행도, 사장 내정자도 보도국장의 인사권 보장에 거부감을 보였다고 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 기자는 “보도국의 실질적인 독립이라는 ‘보도국장 임면동의제’의 기본 취지도 모르는 부적격자들이 사장 내정자이고 사장 대행인 상황이 우리의 불행”이라며 “힘들어도 보도국장 직을 수행하면서 하나씩 싸워서 쟁취하는 길을 모색해볼 수도 있겠지만, 더딜 뿐 아니라 소모적이고, 지금보다 혼란이 커질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노 기자는 “(최남수 내정자가) 부적격이 분명해 보이는데도 노조에 검증을 요구한 것이 후회스럽다”며 “이 싸움의 끝을 보는 것으로 후회를 털겠다”고 투쟁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노 기자는 “최남수 내정자에게 ‘적폐청산’ 의지가 있는지 노조위원장의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해달라”고 노조에 요구한 바 있다. 

언론노조 YTN지부도 7일 성명을 통해 “최남수 내정자와의 협상 결렬을 선언한다”며 “노조는 최남수 내정자의 실효성 있는 청산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협상에 나섰지만 스스로의 결정을 포기한 타성에 젖은 허수아비 행태에 실망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박진수 위원장은 최 내정자를 상대로 4번의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으나, 핵심 쟁점인 구본홍·배석규·조준희(전 YTN 사장들) 체제 하에서 3년 이상 보직을 맡았던 간부의 보직 임명 자격을 잠정 보류하자는 제안을 끝내 거부하고 본인(최남수 내정자)을 믿어달라고만 항변했다”고 밝혔다.

▲ 박진수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장, 김호성 YTN 상무,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 사진=미디어오늘
▲ 박진수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장, 김호성 YTN 상무,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 사진=미디어오늘
언론노조 YTN지부는 YTN 실세로 꼽히는 김호성 상무와 류제웅 기획조정실장을 겨냥해 “이 둘은 늘 피해자 코스프레로 여러 사람에게 양심적인 선배인양 식사 자리를 만들고 늘 억울하다는 항변을 한다”며 “보직이 직업이신 이분들은 조준희 전 사장 사퇴 이후 사측의 수많은 혼란을 야기하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 당사자들로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을 부추겨 회사를 혼란으로 몰고 가게 했던 장본인들”이라고 주장했다. 최 내정자에 조력하고 있는 두 사람이 YTN 인적 청산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YTN 지부는 “최남수는 눈치만 보고 흉내만 내려하는 소심하고 비겁한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졌다”며 “어떠한 적폐 청산도 어떠한 변화와 개혁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비로소 확인됐다. 모든 일을 상무에게 물어보고 기조실장의 답변을 기다려야 하는 꼭두각시가 YTN에 있을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고 비판했다.

최 내정자는 협상이 결렬되기 전인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재 좋은 결과 만들기 위해서 (노사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노조와의 거리가 많이 좁혀졌다. 현재는 한두 사안이 평행선이다. 협상 막바지까지 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으나 YTN 노사 간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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