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원회의 특별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사형제 폐지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언급하며 국제 인권 원칙에 따른 기준과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7일 이성호 위원장과 이경숙 상임위원 등과 오찬을 갖고 특별 업무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인권위가 존재감을 높여 국가 인권의 상징이라는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한동안 침체되고 존재감이 없었던 만큼 뼈아픈 반성과 함께 대한민국을 인권 국가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다짐으로 새출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인권위가 국제 인권 규범의 국내 실행 기관인 만큼 국제 기준 권고 내용인 사형제 폐지와 양심적 병역 거부 사안의 경우 국제 인권 원칙에 대한 기준과 대안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향후 사형제 폐지와 양심적 병역 거부 논쟁에 불을 당길 것으로 보인다. 두 사안의 경우 첨예하게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의 경우 최근 잇따라 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한 “인권위 권고 사항을 정부 부처가 이행할 수 있도록 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시 알려주면 적극 챙기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권위 권고 사항을 따르라고 강조해왔는데 이번 발언은 정부 부처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향도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지난 12월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종교지도자들과 간담회장인 인왕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지난 12월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종교지도자들과 간담회장인 인왕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호 위원장은 업무보고에서 “지난 1987년 이후 30여년간 국내 인권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해 지금은 새로운 인권 환경에 최적화된 인권 보장 체계 구상이 필요하다”면서 사회권 등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 인권 기본법, 인권 교육 지원법, 차별 금지법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인권위 구상에 적극 공감을 표시하고 인권위가 인권기본법과 인권교육 지원법 등 법 제도 마련에 주도적으로 나서달라고 말했다.

인권위 특별업무 보고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며 지난 2012년 3월 이명박 정부 이뤄진 보고 이후 5년 9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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