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1970~1980년대 부산에서 사람들을 강제로 가두고 인권 유린을 벌인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7일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형제복지원 피해 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 회복 등 구제를 위해 ‘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법률안(형제복지원 특별법)’의 조속한 법률 제정을 촉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된 형제복지원 특별법을 지난해 7월 다시 대표 발의했다.

인권위는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을 “지난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걸쳐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거리에서 발견한 무연고 장애인, 고아 등을 격리 수용하고, 폭행·협박·감금·강제노역·학대한 인권 침해가 제기되고 있는 사건”으로 규정했다.

또한 “지난 1975년 7월25일 부산직할시(현 부산광역시)는 형제복지원과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내무부 훈령 제410호) 및 부산시재생원설치조례에 따라 부랑인수용 보호위탁계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부산시 경찰, 군청 직원 등은 부랑인들을 단속해, 형제복지원에 이들의 신병을 인수·인계했다”고 전했다.

▲ 국가기록원 기록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은 매년 20여억원의 국고 지원을 받는 한편 원생들을 무상으로 노역시키고 부실한 식사를 제공해 막대한 금액을 착복했다. 사진=형제복지원사건진실규명을 위한대책위원회 제공
▲ 국가기록원 기록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은 매년 20여억원의 국고 지원을 받는 한편 원생들을 무상으로 노역시키고 부실한 식사를 제공해 막대한 금액을 착복했다. 사진=형제복지원사건진실규명을 위한대책위원회 제공

인권위는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사건을 한 시설의 일탈이 아닌 국가의 책임으로 명시했다. 인권위는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은 부랑인의 수용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없었던 점, 내무부 훈령 제410호, 부산시재생원설치조례 등에 따라 보호위탁계약을 체결했던 점, 해당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이 미흡했다는 증언 등을 종합 고려해보면, 당시 헌법에 비춰 보더라도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장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과거 국가기관의 직·간접적인 인권 침해 문제로 지금까지 진상규명 및 구제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으나, 인권위는 국회에 발의된 형제복지원 특별법의 조속한 논의를 통해 법률이 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지난 2008년 1월14일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국가기관과 그 종사자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강제실종보호협약을 비준·가입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형제복지원 피해 사건의 경우 수용자 가족에게 적절한 연락을 취하지 않고 강제 격리하거나 수용됐던 점, 내무부 훈령 제410호 등에 따라 수용됐으며, 관리·감독이 미흡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강제실종보호협약의 강제실종 개념에 부합한다”며 “특히 인도에 반하는 실종범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재권고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 회복 등이 이뤄지고 향후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며, 향후 형제복지원 특별법 입법 과정 및 강제실종보호협약의 비준가입 과정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은 지난달 7일부터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 등을 요구하며 노숙농성 중이다. 사진=한종선씨 페이스북
▲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은 지난달 7일부터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 등을 요구하며 노숙농성 중이다. 사진=한종선씨 페이스북

한편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들은 지난달 7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형제복지원 특별법 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 등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노숙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농성 중인 피해생존자 한종선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권위 권고에 대해 “(국가가)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이라며 “이제라도 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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