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차원에서 원전 수출을 지원하겠다는 보도가 눈에 뜨인다. 대통령이 천명한 탈원전 정책과 모순되는 이런 행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책담론은 차치하고 필자는 여러 가지로 우려되는 바가 많다.

군사정권 시절 미국, 프랑스, 캐나다에서 원전이 도입될 때 커미션이 지급되었다는 보도가 한 때 있었다. 원전수출시 국제관례로 상대국 특수사정에 따라 다양한 커미션이 발생하는데, 만일 20조원 하는 UAE 원전수출에 10%만 해도 2조원이 커미션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이런 돈을 취급하는 분명한 기준이 없고 발생, 집행,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눈먼 돈이라는 것이다. 2009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한 UAE 원전수출은 설계오류 등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인 취약성, 재벌 특혜성 계약구조와 함께 불분명한 커미션과 폐쇄성에 따른 비자금 등 전 과정을 확실히 추적,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에 의한 2009년 원전수출 이후 원전산업의 최대 활황기를 맞이하고 정권 말기 2012년부터 터져 나온 원전비리 위변조 사건이 있다. 2013년 수사해서 박근혜 정부 시절 한수원 사장, 부사장, 본부장, 그 위로는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구속되는 조직적 사안임에도 한수원 임직원과 협력업체만 대거 50여명 구속하면서 2015년 용두사미식으로 수사가 중단된 것은 석연찮은 일이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것이므로 윗물에 잠복된 것을 지금이라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원전수출은 엔지니어링 기능이 필수적이다. 즉 설계자가 구매, 시공을 주관하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는 설계자가 직접 중소기업에 발주, 구매, 시공 전반을 “기술적으로 종합 관리”하고 기기나 부품, 건설공정을 기본단위로 나누어 중소기업이 수행 가능하고 중소기업의 전문화를 합리적으로 효율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월성 중수로원전의 경우 캐나다원자력공사가 EPC로 설치하였는데, 전문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공급망에 대기업은 없다. 설계자가 중소기업을 기술적으로 전문화하여 해외 수출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EPC사인 캐나다원자력공사의 공적기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설계기관인 한전기술은 인력지원이나 하청 용역업체이며 구매기능도 없다. 독점 한수원에 의해 구매를 주도하는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등은 설계자가 아니므로 하청 기술관리가 취약하여 부실 가능성이 높은 동시에 하청관리비 명목으로 착취도 가능한 특혜사업으로 비친다. 설계, 구매, 시공 등 전 과정이 기술보다 갑을관계와 돈으로 관리하므로 비효율적이며 특히 정경유착시 비리에 연루될 수 있는 취약한 구조이다.

▲ 2014년 8월30일 촬영된 우리나라가 최초로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의 건설현장. ⓒ 연합뉴스
▲ 2014년 8월30일 촬영된 우리나라가 최초로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의 건설현장. ⓒ 연합뉴스
이러한 구조에서 안전문제가 비롯하며 국가 예산도 낭비된다. 또한 안전현안으로 자료를 요구하면 무조건 (수출을 위한?)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며 제출을 거부하는 폐쇄적 행태를 보인다. 이것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제거되지 않는 뿌리 깊은 원전불안 요인 중 하나이다.

설계, 정비, 연구개발, 핵연료, 제조, 건설운영 등 분야별 독점체제는 원전산업 태동기 기술도입에는 효과적이었지만 EPC가 요구되는 해외 건설에는 기술적으로 취약하다. 경쟁상대인 웨스팅하우스, 아레바, 로사톰, 캔두에너지 등 모두 다 설계자가 EPC를 주관하며 효율적으로 종합 관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 비효율적인 형태의 산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UAE 원전수출 뿐 아니라 다른 원전 수출에도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요르단 연구로 수출의 경우 수출기업에 상당폭의 적자가 발생됐으며, 그중 상당액이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에 전가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차세대 소형 원자력발전소인 ‘스마트’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인 ‘스마트 파워’의 경우 2015년 1월29일 현판식에 김황식 전 총리까지 참석하는 등 주목을 끌었으나 무슨 역할을 하는지 불분명하다. 최근 테러단체가 UAE 바라카 원전에 미사일 테러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이에 대해 당국이 어떻게 설명했는지 들어본 일이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위험을 담보하는 원전수출 계약 조항조차 베일에 가려져 있다.

60년간 운전하는 동안 안전성 문제 등 여러 이유로 적자가 발생할 때 국민 돈이 무제한 들어가는 구조라면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적자 부도 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국제시장에서 이리 저리 팔려 다닐 수 있지만 만일의 경우 내수 국민기업인 한전, 한수원은 그럴 수도 없다.

따라서 수출만이 능사가 아니다. 비리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고 모두에게 보편타당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삼 강조하지만 전반적으로 감시를 강화하여야 하며, 동시에 원전안전의 불안요소인 비리가 싹틀 수 있는 산업구조 전반을 안전하고 투명하게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다.

▲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 연합뉴스.
▲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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