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 2018년 예산이 올해에 비해 50억 원 가량 줄었다. 국회가 지난 5일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확정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반 회계 예산으로 신청한 108억 원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비정규직 대량해고 등 제작비 대폭 삭감이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비정규직·프리랜서 인력에 대한 임금은 제작비 항목으로 계산된다.

아리랑TV는 1999년(국내방송 개국 시점은 1997년) 정부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 홍보를 목적으로 국제방송교류재단 기금 700억 원을 통해 설립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매년 60억 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낼 정도로 재정 구조가 취약하다. 2017년 기준 한해 예산은 584억 원으로 지난해 619억 원 대비 5.7% 감소한 금액이다.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아리랑국제방송 본사.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아리랑국제방송 본사. 사진=장슬기 기자

이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으로 받은 돈이 2017년 기준 369억 5000만 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있는 아리랑TV가 약 60% 재원을 방통위로부터 받는 이원적 구조는 경영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게 한다. 게다가 42억 원의 국제방송교류재단 기금이 올해로 고갈됐기 때문에 올해도 부족했던 예산이 대폭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 방통위가 방발기금 10%(37억 원)을 삭감하기로 해 내년도 예산이 올해와 비교했을 때 총 87억 원이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문체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나왔다. 내년도 예산안이 결정되면서 방발기금 37억 원 삭감안은 철회됐다. 따라서 올해와 마찬가지로 약 369억5000만 원이 지원된다. 하지만 국제방송교류재단 기금 전입금 부분 등 50억 원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제작 프로그램이 대폭 폐지되고 비정규직 200여명 이상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아리랑TV 구성원들 인건비도 11억 원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 아리랑TV 기획팀 관계자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방통위에 방발기금을 부족한 인건비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방통위에서 해당 요청을 거절할 경우 아리랑TV 구성원에 대한 인원 감축도 불가피하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아리랑국제방송지부(지부장 김훈)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매일 점심시간마다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아리랑TV 예산확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아리랑국제방송지부 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아리랑국제방송지부(지부장 김훈)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매일 점심시간마다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아리랑TV 예산확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아리랑국제방송지부 제공

아리랑TV 구성원들은 그간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 앞에서 지난 9월1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점심시간마다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아리랑국제방송지부(지부장 김훈) 집행부는 청와대가 아리랑TV의 이원적 구조를 해결해 달라며 지난 9월4일부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김훈 지부장은 “청와대 1인 시위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며 “문체부 앞 집회도 계획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막는 등 방송 정상화 방안으로 문체부가 다른 명목의 예산을 아리랑TV 지원 예산으로 돌리는 방법이 꼽힌다.

아리랑TV 기획팀 관계자는 “문체부가 다른 기금을 이용해서라도 지원을 해주면 좋은데 기금 고갈분에 대한 복구가 안 되고 있다”며 “문체부도 그동안 도와준 게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리랑국제방송지부는 5일 “문체부는 예산 문제 해결 방안을 즉각 제시하라”며 “무능력·무책임한 문체부는 아리랑국제방송 주무부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리랑국제방송지부는 “37억 원 증액분(방발기금 몫) 중 문체부 예산은 단 한 푼도 없다”며 “여전히 주무부처인 문체부의 아리랑TV 지원 예산은 0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체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권한만 행사하는 갑질 주무부처로 남게 될 것”이라며 “과연 아리랑TV가 계속 문체부 산하기관으로 남아있는 게 맞는가”라고 덧붙였다.

현재 민법상 공공기관인 아리랑TV에 대해 아리랑국제방송원법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차라리 문체부가 아니라 방통위 소관으로 이전하는 게 아리랑TV 발전을 위해 낫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리랑국제방송지부는 문체부에 △아리랑국제방송 부족 예산 해결 방안 제시 △아리랑국제방송 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다.

이어 “문체부가 위 요구에 즉각 대답하지 않거나 해결 방안이 적절치 못할 경우 국제방송 정상화와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문체부 타도 및 주무부처 이전 투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언론노조도 6일 “문체부는 아리랑국제방송 대량 해고를 막고 정상화를 위한 대책에 나서라”며 “이제라도 문체부는 아리랑국제방송의 추가 지원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재부와 국회 역시 문체부의 대책 마련을 돕고 나아가 아리랑국제방송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법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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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문체부 방송영상광고과 관계자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예산 사정이 좋지 않다”며 “현재 논의되는 건 없다”고 답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다른 기금을 관장하는 (문체부 내 다른) 소관부서와 협의를 해야 한다”며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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