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 의원님이 말씀을 워낙 잘해주셔서 여기서부터는 팟캐스트용으로 전환하겠는데요. 예스 노로 답하세요. 바른정당과 통합 찬성한다? 안 한다? 자 이건 팟캐스트로 확인하세요.”

지난 2일 YTN라디오에서 방영된 ‘시사 안드로메다’의 한 대목이다. 이동형 작가, 박지훈 변호사, 홍상희 YTN 기자가 진행하는 이 방송은 ‘라디오 버전’과 ‘팟캐스트 버전’이 따로 있다. 1부는 라디오, 2부는 팟캐스트용으로 제작하고 중간 중간마다 팟캐스트용으로 전환하며 내용을 감춘다. 청취자들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팟캐스트를 찾게 된다.

효과는 입증됐다. 지난 7월 첫 방송을 한 ‘시사 안드로메다’는 12월5일 기준 팟빵 전체 랭킹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0위권 밖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김동희 팟빵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시사 안드로메다’를 “라디오 방송이 팟캐스트를 잘 활용하는 예”로 꼽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동 YTN사옥에서 ‘안드로메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홍상희 기자(디지털뉴스팀장)와 서정호 모바일프로젝트 팀장을 만났다.

‘시사 안드로메다’ 기획자이자 출연자인 홍상희 기자는 대담 프로그램 ‘국민 신문고’ 출신이다. “전 팀장 때 일을 했는데, 아이템에 제약이 많았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디지털은 잘 모른다. 그저 성역 없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홍상희 기자의 말이다.

▲ YTN 서정호 모바일프로젝트팀장(왼쪽)과 홍상희 디지털뉴스팀장. 사진=YTN 제공.
▲ YTN 서정호 모바일프로젝트팀장(왼쪽)과 홍상희 디지털뉴스팀장. 사진=YTN 제공.

당시 홍상희 기자는 플랫폼 확장에 관심이 많았던 서정호 모바일프로젝트팀장을 만나 디지털 콘텐츠의 가능성을 물었다. 서정호 팀장이 ‘된다’는 확신을 심어줬다고 한다. “아, 속았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됐다.” 홍상희 기자는 자신과 서정호 팀장이 사내에서 ‘약장수 남매’로 통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 기간 YTN은 후보자 인터뷰 코너인 ‘대선 안드로메다’를 모바일 콘텐츠로 제작했다. YTN ‘안드로메다 프로젝트’의 시초이자 YTN의 첫 모바일 전용 시사 콘텐츠다. “나는 어릴 때 안드로메다에서 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던 ‘국민 신문고’ 패널의 말이 홍상희 기자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짓게 된 이름이다. 정치인이라는 낯선 존재를 안드로메다로 표현하며 친근감을 주거나 희화화하기도 한다.

대선 국면에서 대선 안드로메다는 홍준표 후보 덕에 화제가 됐다. ‘설거지’를 하는지 묻자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 하늘이 정해놓은 것”이라고 답변한 것이 논란이 된 것. 모바일 콘텐츠 특유의 유연한 질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대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홍준표 대표가 많이 도와줬다. 영남고 후배와 영남고 후배 남편을 둔 기자가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마음을 열고 잘 해주셨는데.” 홍상희 기자의 말이다.

대선 이후 후속 콘텐츠를 고민하며 시즌2격인 ‘시사 안드로메다’를 제작했다. 이동형 작가, 박지훈 변호사와 함께 팟캐스트를 기획한 것이다. 홍상희 기자는 “‘대선 안드로메다’를 만들면서 사람들이 더 이상 정치를 뉴스로만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위트있게 표현해주는 걸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시즌2에서는 이런 측면을 살려보자. 정치인의 라디오스타 버전을 오디오판으로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라디오’와 ‘팟캐스트’를 병행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팟캐스트 버전으로만 제작하려 했는데 대선 안드로메다 때부터 ‘자원봉사’ 수준으로 일을 해온 패널들이 ‘라디오 플랫폼’을 활용할 것을 역으로 제안했다. 홍상희 기자는 “YTN라디오에 물어보니 그쪽에서도 팟캐스트와 라디오를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던 여론이 있어 협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시사 안드로메다 포스터.
▲ 시사 안드로메다 포스터.

서정호 팀장은 “네이버도 KT도 인공지능 스피커 만드는데 YTN도 음성에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YTN라디오의 한계와 장점을 인정하면서 만든 이원화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홍상희 기자는 “이런 배경은 잘 모르겠고 더 이상 TV를 보는 사람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시사 안드로메다는 ‘녹음’ 콘텐츠이기 때문에 편집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출연 때는 조윤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18번 호통을 치는 국정감사 영상을 편집해 틀었다. ‘웅장한 음악’ ‘코믹한 음악’ 등 상황에 따른 음악도 나와 재미를 더한다. 홍상희 기자는 “여기에 진행자 이동형씨를 비롯한 패널들의 자연스러운 진행이 힘”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를 지켜본 서정호 팀장은 “다른 진행자들도 그렇고 홍상희 선배도 모르는 건 정말 모른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한번은 미란다 법칙을 이야기하면서 ‘미린다’랑 헷갈렸다고 한다. “보통 라디오에서 기자들은 억지로 아는 척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전이 ‘몰라도 포장하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B급을 용인하면서 ‘모르면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친근하게 다가가고 엄숙주의에 대한 도전을 하는 건 YTN의 모든 부서가 나아갈 길이라고 본다.” 서정호 팀장의 말이다.

‘시사 안드로메다’는 ‘원 소스 멀티유즈’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한번 녹음을 하면 팟캐스트, 라디오 뿐 아니라 포털 글 기사와 동영상으로도 가공해 올린다. 다음 목표는 TV 진출이다. 홍상희 기자는 “YTN이 가진 자원을 동원해 극대화해보고 싶다”며 “오디오가 안정화단계라고 보고 이재명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출연한 내용을 편집해 돌발영상처럼 3분짜리 영상을 만들어 방송뉴스에 공급하는 것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으로 가지만 방송이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 서정호 팀장은 “핵심은 플랫폼의 공진화(Coevolution)”라고 강조했다. “보통은 각 사의 올드미디어 부서와 뉴미디어 부서나 계열사가 완전히 별개로 움직인다. 올드미디어인 YTN라디오와 YTN뉴스가 뉴미디어인 YTN온라인과 따로 놀았는데, 두 미디어의 단절을 지양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고 시청자에게 브랜드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안드로메다 프로젝트가 콘텐츠 코어 역할을 해 ‘공진화’를 하고 빅텐트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상희 기자는 “우리가 안드로메다에 있다. 어디로 갈지도 모른다”면서 “YTN은 TF도 만들고 문제를 개선하고 혁신하려 하는데 중심축은 아니지만 한 부분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YTN이 계속 쇠퇴할 것인가. 기계적 중립 보도하고 감동이 없는 방송을 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 또, ‘이건 정치부에서 해야돼’ ‘이건 라디오에서 할 수 있는 거야’라는 기존 조직의 인식을 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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