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통과… 복지 예산 줄여 지역구 나눠먹기

국회가 6일 새벽 자유한국당의 표결 보이콧 속에 총 428조8339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정부 원안 428조9714억 원에서 1375억 원이 깎였다.

특히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도입 시기가 애초 계획했던 내년 4월과 7월에서 모두 9월로 미뤄지는 등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이 원안보다 약 1조5천억 원 줄었다. 반면, 예산안 심사 막판에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 관련 예산이 대거 끼어들면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이 약 1조3천억 원 늘었다.

당초 정부는 SOC 예산을 작년에 비해 4조4000억 원(20%) 줄인 17조7000억 원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집요한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정부 SOC 예산은 정부안에 비해 늘어나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겨레는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보통 심사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늘어나지만, 올해는 과거에 비해 정부안보다 평균 3~4배 늘어났다”며 “애초 문재인 정부가 2017년도 예산보다 사회간접자본 예산 규모를 줄여 국회에 제출한 이유도 있지만, 심사 과정에서 여야의 지역구 사업 예산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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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전북 남원·임실·순창)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순창 밤재터널 및 임실 옥정호 수변도로 건설 사업 예산과 관련해 “기재부 담당 예산국장이 힘들다고 고개를 흔들길래, 그렇다면 예산 합의를 통째로 깨버리겠다고 압박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런 지역예산 챙기기는 이 의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4, 5일까지도 예산안을 막판 심사·정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는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막바지 분배로 분주했다”며 “여야 예결위 간사의 지역구 관련 예산도 속속 증액됐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이유로 예산 삭감, 선별 복지 행정력 낭비 우려

반면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문재인 정부의 보편적 복지 확대 기조와 관련된 예산들은 정부안보다 삭감됐다.

복지 예산으로 분류되는 내년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144조7000억원으로 확정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통과한 2017년도 예산보다 복지 예산이 11.7% 늘어났지만, 애초 정부안(146조2000억원)보단 약 1조5000억원 줄었다.

만 5살까지 모든 아동에게 주려던 아동수당이 여야 협상 과정에서 ‘소득 상위 10%’ 가정의 아동을 제외하는 선별적 지급으로 바뀌고, 기초연금 인상도 내년 4월에서 9월로 미뤄지며 관련 예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20171206_한겨레_아동수당 '선별'의 덫…90% 기준 혼란, 행정비용도 부담_정책 03면.jpg
경향신문은 “아동수당 지급 시작 시기도 ‘지방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반발 속에 내년 7월에서 9월로 미뤄졌다”며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아동수당이 결국 선별적 복지 성격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미국·멕시코·터키·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고, 20개국에서는 소득과 관계없이 전 계층에 수당을 준다.

경향신문은 “‘모든 아이들을 위해 주는 돈’이 선별적으로 주는 돈으로 바뀐 만큼 예산은 조금 줄었으나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 온 국민의 소득을 조사해 상위 10%를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라며 “시스템을 만들고 몇 달간의 연구용역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간단치 않다. 소득 변화 등을 고려해 매년 소득기준선을 다시 선정해야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 내에는 공무원 증원 숫자가 2500여 명 줄고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과표 구간이 2000억 원 이상에서 3000억 원 이상으로 상향된 점 등에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은 “하지만 일자리 안정자금, 아동수당 도입 등 청와대가 중시하는 중요한 부분을 관철시켰고, 여야가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 관계자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야당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나마 여야 합의로 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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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한밤 중 본회의장 몰려와 소동 “정세균 사퇴하라”

5일 오전 11시부터 시작한 본회의가 차수도 변경하며 6일 새벽까지 이어지게 된 이유는 전날 합의문에 서명했던 자유한국당이 하루 만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어깃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날 오후 9시50분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상정하자,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의장석으로 몰려가 “물러가라”고 소리치는 등 소란을 피우고 회의 진행을 가로막았다. 한국당이 빠진 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만 모인 채 본회의를 열어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하고 있다고 따진 것이다.

이에 정세균 국회의장은 “오늘 오전 11시부터 11시간 동안 의총을 한 거 아니냐. 항의할 입장이 아니다. 이제라도 본회의에 참여하라”고 질책했다. 애초 이날 오전 11시에 예정돼 있던 본회의가 한국당 의총 때문에 취소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겨레는 보도에 따르면 한밤 의총을 마치고 본회의장으로 입장한 한국당 의원들은 자신의 자리 대신 단상 앞으로 모여들며 계속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정 의장이 소득세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키자 한국당 의원 70여 명은 “정세균은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더욱 거세게 항의했다. 정 의장은 결국 밤 10시30분 “원내대표 간 협의로 30분간 정회를 선포한다”며 한국당에 다시 한번 시간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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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개된 본회의에서 정 의장이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자 한국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는 대신 ‘사회주의 예산 반대한다!’라고 쓴 A4 용지를 각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대한다”, “부끄럽게 생각해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 중에서는 주호영·신상진 의원이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고, 김현아 의원은 기권했다.

정 의장은 “예산안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한 여야 모두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우리 국회가 더 이상 신뢰를 저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적폐 수사’ 이제 이명박·박근혜가 핵심

문무일 검찰총장이 5일 “적폐 수사를 연내에 끝내겠다”고 밝히면서 이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조사와 사법처리 여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군의 정치공작에 관여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40억여 원을 뇌물로 받아 어디에 사용했는지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사이버사의 정치관여 활동 등을 이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 보고하고 지시받았다는 김 전 장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뜻을 김 전 장관에게 전달한 김 전 비서관까지 조사한 만큼 이제 이 전 대통령 조사 시기와 방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이 전 대통령에게는 군형법상 정치관여와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검찰로서는 이 전 대통령의 공범으로 구속했던 김 전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최근 법원의 구속적부심을 거쳐 풀려난 점이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적폐청산 수사는 박씨와 ‘친박계’인 한국당 최경환 의원 조사가 남아 있다. 검찰은 박씨가 전직 국정원장들에게 받은 40억 원을 어디에 썼는지 추적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서울 내곡동 사저 구입비, 미용 시술비, 탄핵심판 변호사 비용 등이 의심받고 있다”며 “검찰은 뇌물 용처 조사를 마무리한 후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조사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출석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구치소 방문 조사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20171206_조선일보_145일째, 검사 87명 매달린 적폐수사… MB 조사가 관건_종합 03면.jpg
하지만 현재 수사 상황으로 볼 때 두 전직 대통령 관련 주요 사건을 연내에 종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아직 각 부처에서 검찰로 넘어오지 않은 사건도 있고, 이제 막 수사 의뢰된 사건도 있다”며 “문 총장이 이날 ‘중요 부분이 아닌 나머지와 서두르지 않아도 될 부분은 뒤로 넘겨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 아니냐는 의혹 관련 사건도 아직 고발인 조사만 마친 상태로 수사를 연내에 마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내다봤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는 것은 기소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여러 번 소환하지 않고 모든 혐의를 검토한 뒤 한 번만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수사 상황으로 볼 때 이 전 대통령을 연내에 소환하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등 정부 부처의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도 계속 수사를 의뢰할 가능성이 커저 검찰 수사는 더 확대될 전망”이라며 “또 여권에선 박근혜 정부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의 경찰 인사 개입 의혹, 롯데월드타워 건립 특혜 의혹, KBS 등 방송 장악 의혹 등 10여 개의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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