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문제가 불거진 후 국회 안팎의 특활비 폐지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내년도 국회 특활비 총액은 72억2200만 원(예비금 포함)이 책정됐다.

올해 국회 특활비 예산이 88억800만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총액은 15억8600만 원 줄었지만, 이 감액분은 특정업무경비 등으로 전환돼 실제 감액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교섭단체 증가에 따라 교섭단체 지원 특활비는 3억 원 늘었고, 예비금 13억 원 중 특활비로 전환되는 6억5000만 원도 그대로다. [관련기사 :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목소리에도 내년 72억원 책정]

국회에서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 명목으로 쓰이지만, 용처를 확인하지 않고 현금으로 주기 때문에 개인 쌈짓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예산 감시 전문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지난달 2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국회 특수활동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진=세금도둑잡아라 제공
예산 감시 전문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지난달 2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국회 특수활동비 업무상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진=세금도둑잡아라 제공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회 특활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홍 대표가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이자 국회 운영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받은 월 4000만~5000만 원 남짓의 특활비 중 일부를 사적인 생활비로 썼다는 의혹 때문이다.

홍 대표를 고발한 예산 감시 전문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정보를 비공개하면서 자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는 국회 특활비 집행 전반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단지 홍 대표만이 업무상 횡령과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그 외에도 다른 범행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지난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특활비를 현금으로 받았어도 자금을 관리하다 보면 계좌 입출금 등 흔적이 안 남을 수가 없어 핵심 참고인들만 소환해도 충분히 조사할 수 있는 사건”이라며 “특활비 문제는 홍 대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용처를 들여다보면 목적 외 개인적 용도로 유용하는 경우가 많아 충분히 수사할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동안 한 번도 국회에서 쓰는 돈에 대해선 수사한 적이 없다”며 “국회 특활비 자체를 없애고 제도적으로 국회 예산 편성이나 의원 처우, 보좌진 규모 등을 정하는 독립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하 대표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세금도둑잡아라’는 어떻게 발족하게 된 건가?

“지난 10월 광주·전남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던 예산 감시 단체 ‘시민이 만드는 밝은 세상’ 활동가들과 전국 각지의 예산 감시 활동가들이 모였다. 정부 예산이 단순 낭비 수준이 아니라 부패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으려면 전국 지자체 부패와 국회, 중앙정부 예산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전문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만들게 됐다. 1996년 정보공개법이 시행되면서 예산 감시 활동도 20년 정도 됐다. 20년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국가를 상대로 고발과 소송도 제대로 하고 정부 예산 적폐를 청산해 보자는 취지다.”

-국회 예산부터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이유는 아무래도 국가 전체 예산을 총괄하기 때문인가.

“우리나라가 중앙정부 권한이 강하다지만 실제 예산 집행은 중앙과 지방이 4대 6이다. 돈 나가는 출구는 지자체를 통해 나가는 돈이 훨씬 많은데 제대로 감시가 안 되고 있다는 게 문제고 국회의원 문제와도 연결된다. 지역에 투입되는 예산 중 엉뚱하게 쓰이는 사업들을 보면 국회의원이 예산을 따와 지자체 예산과 매칭해 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전남 F1 자동차 경주장이 대표적인 사롄데 나중에 보면 예산이 다 날아가거나 건물을 지었는데 활용도 안 된다. 국회의원이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국비 예산을 따오는 게 있는데 제대로 된 사업에 따오는 게 아니라 예산 낭비가 될 수밖에 없는 사업이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업에 따와 결국엔 지역에서 문제가 터지는 경우 많다. 지역 적폐 청산을 최종 목표로 삼고 그 첫 단계로 모든 돈이 나오는 국회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려고 한다.”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사진=강성원 기자
▲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사진=강성원 기자
-최근엔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국회 특수활동비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2년 전에 이미 각하 처분된 사건인데 이번엔 수사가 제대로 될 거라고 보나.

=홍준표 대표가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을 보면 자기가 원내대표였을 당시 특활비 집행 관련자들의 확인을 거쳤다는 거다. 이번엔 정책위의장에게 월 1500만 원씩, 원내 행정국엔 700만 원씩 줬다는 등 구체적 액수까지 언급해 검찰이 의지만 있으면 그 관련자들을 조사하면 된다. 홍 대표 특활비는 ‘성완종 리스트’와 바로 연결돼 있고, 홍 대표의 자금을 관리하던 사람은 성완종 사건과 연결 고리가 있다. 지금 문무일 검찰총장이 2015년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이었는데 실제 그 당시 검찰이 홍 대표 자금 관리자를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홍 대표 특활비 횡령 혐의 사건은 성완종 사건과 같이 수사해야 했는데 창원지검에서 별건으로 각하 처분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또 특활비를 현금으로 받았어도 자금을 관리하다 보면 계좌 입출금 등 흔적이 안 남을 수가 없다. 핵심 참고인들만 소환해도 충분히 조사할 수 있는 사건이다.” [관련기사 : 검찰은 2년 전 홍준표 ‘특활비’ 횡령 의혹 왜 각하했을까]

-홍 대표뿐만 아니라 국회 전반의 특활비 책정과 집행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국회에서 특활비를 없애면 간단한데 쉽지 않은 게 특활비를 한 사람만 쓰는 게 아니라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정책위의장, 원내대표단 등 쓰는 사람이 많아 문제가 복잡하다. 누가 이걸 없애는 걸 결정할 건가. 특활비 문제는 홍 대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용처를 들여다보면 밥값 등 목적 외 개인적 용도로 유용하는 경우가 많아 충분히 수사할 근거가 된다. 지금 특활비는 성격에 안 맞는 것도 있고 의원들이 어디다 썼는지 확인이 전혀 안 된다. 나는 홍 대표의 특활비를 수사하다 보면 국회 특활비 전반의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입법 및 정책 개발비로 주는 특활비도 업무 때문이 아니라 자기 정치활동을 위해 썼다면 문제가 된다. 이런 것들을 포함해 진상조사가 되면 특활비도 폐지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회의장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국회 안에서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

지난 5월19일 MBC 뉴스투데이 리포트 갈무리.
지난 5월19일 MBC 뉴스투데이 리포트 갈무리.
-국정원 특활비 상납이 문제가 된 후 국회 안팎에서도 특활비 폐지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사적 횡령 의혹 외에도 특활비 관련 여러 의혹이 있다. 국회 예산도 전반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동안 한 번도 국회에서 쓰는 돈에 대해선 수사한 적이 없다. 감사원 감사에서만 몇몇 지적사항이 있었지 특활비까지 본 건 아니었다. 의혹만 많고 제대로 조사하거나 검증된 적이 없다. 법 개정도 대안이라기보다 하나의 면피용이다. 법 개정될 때까지 못 없애는 게 아니다. 특정업무경비 등 항목을 전환해 바꾸는 거야 예산 개혁 차원에서 국회가 결정하면 되는 거다. 국회 특활비 자체를 없애고 제도적으로 국회 예산 편성이나 의원 처우, 보좌진 규모 등을 정하는 독립 기구를 만드는 게 진정한 의미의 대안이다. 국회 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이런 문제를 다루고 국회법을 개정하면 가능하다.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면 국회 예산과 국회의원 처우 등을 독립된 기구가 정하도록 헌법에서 명시할 수도 있다고 본다.”

-청와대를 상대로 ‘세월호 7시간’ 관련 정보공개 청구 소송도 제기했는데 어떻게 진행 중인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가 있는데 기록들이 전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법원에서도 지지부진하게 묶여 있는 상태다. 소송을 제기하다 중간에 기록이 이관된 사례가 없어 법리적으로도 어떡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거리다. 결국엔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국회에서 탄핵된 대통령에 대한 기록물이 지정기록물로서 비공개할 가치가 있는지 특례 조항을 만들어 재검증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기록물법 자체가 탄핵을 예상 못 하고 제정됐는데 대통령이 탄핵되더라도 지정기록물로 못 보게 하는 것은 입법자들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말 상식적인 주장인데 국회에선 전혀 논의가 안 되고 있다. 권력을 가진 쪽이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아 기록물법을 만들었는데 제대로 기록을 남겼는지, 파기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박근혜 청와대 기록물도 황교안 전 권한대행이 지정했다고 비공개로 묶여 있을 게 아니라 독립적 기관에서 재분류 작업을 해서 재지정해야 한다. 이는 꼭 범죄행위 수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민 알 권리를 위해서도 법 개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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