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욕 좀 먹더라도 반영해 달라’ 동료 민원예산 욱여넣은 국회” 기사(12월 4일 오후 7시)는 현재 “‘좀 해주셔요, 좋은 사업 아닙니까’ 동료의원 민원예산 욱여넣은 국회”(12월 5일 오후 2시)로 수정됐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 서울신문 수정 전 기사(왼쪽)와 수정 후 기사(오른쪽)
▲ 서울신문 수정 전 기사(왼쪽)와 수정 후 기사(오른쪽)
해당 기사는 지난 11월13일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이 ‘국회의원태권도연맹’에 보조금 3억3000만 원을 신규 편성해달라는 민원성 예산 책정을 비판했다.

당시 운영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과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국회의원태권도연맹에 3억3000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재차 요구했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이를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회의 중 ‘법인 설립 허가 후 3년이 경과된 법인의 사업실적을 평가하여 국고보조금 교부대상을 결정한다’는 원칙에 맞게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국회의원태권도연맹은 올 6월에 등록됐기 때문에 국고보조금을 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규 사업이고 필요성을 감안해 원래 요구였던 3억3000만 원이 아닌, 1억1000만 원만 예산을 책정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과정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희가 욕을 먹지요. 이번에 제대로 방향 잡고 욕을 좀 먹지요. (중략) 기준과 원칙을 지키느라 이렇게 했다고 해야지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발언을 했다. 회의 말미에 박 의원이 “위원들이 동료 위원들이나 이쪽의 싫은 소리를 좀 듣고 위원장님 의견에 따라서 원칙 세우고 이렇게 가는 게 맞다”고 한 말을 생각하면 ‘욕을 먹자’는 말은 예산을 따지 못해 외부에서 욕을 먹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의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서울신문은 첫 기사에 제목을 “‘욕 좀 먹더라도 반영해 달라’ 동료 민원예산 욱여넣은 국회”로 뽑고, 본문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저희가 욕을 먹지요’라면서 (최도자 의원에) 동조했다”고 썼다. 최도자 의원에 반대한 박용진 의원이, 최도자 의원에 동조한 것으로 기사가 나온 것이다.

▲ 서울신문 수정 전 기사(왼쪽)과 수정 후 기사(오른쪽)
▲ 서울신문 수정 전 기사(왼쪽)과 수정 후 기사(오른쪽)
박용진 의원이 서울신문에 항의하자, 서울신문은 1시간 정도 후에 박용진 의원 발언 부분을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이번에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며 예산 편성을 반대했다”고 수정했다.

하지만 이미 해당 기사는 인터넷에 노출된 후였고 기사에는 “민주당이 이런 식이면 민주당에 표는 없다. 적폐 청산하라고 밀었지 적폐 쌓으라고 밀었냐”, “남의 돈 가지고 인심 쓰듯이 ‘제가 욕을 먹지요’라니”, “박용진은 국민의당으로 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박용진 의원은 5일 미디어오늘에 “너무 억울하다”며 “분명히 회의록에 최도자 의원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오보를 써놓고 그냥 수정하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면 되는 일이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오보가 상당 시간 노출이 됐고, 오보로 인해 피해를 봤는데 서울신문 측에서는 사과도 없다”며 “저는 대변인 출신인 국회의원이라, 빠르게 언론사에 전화해서 대응했지만, 초선 의원이나 일반 국민들이 오보 피해를 봤다면 더 큰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서울신문의 사과가 없다면 검토를 통해 법적 대응 등을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신문 측은 “수정요구를 받고 즉각 수정했고, 오해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했다”며 “4일 통화할 때 박 의원의 수정 요구를 모두 들어줬는데 왜 이제 와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바로 잡습니다’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않고 기사 수정만 한 것에 서울신문 측은 “인터넷 기사가 1시간 가량 잘못 나갔지만 항의를 받은 후 즉각 수정해 지면에는 제대로 나갔고, 지면 기사가 아니라서 ‘바로 잡습니다’를 게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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