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서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판한 이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진 판사는 지난달 말 김관진 전 국방장관에 이어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에 대해 잇단 석방 결정을 한 신광렬 수석부장판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일부 언론은 ‘징계해야 한다’는 법원 내 목소리를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반론도 있다. 잘못된 판결에 대한 비판은 재판이라 해도 예외없이 적용돼야 하며, 김 판사의 비판은 일관돼 있다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동진 인천지법 형사3부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의 3회에 걸친 구속적부심 석방결정에 대해 “나는 법이론이나 실무의 측면에서 동료법관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위 석방결정에 대하여 납득하는 법관을 한 명도 본 적이 없다”며 “내가 법관으로서의 생활이 19년 째인데, 구속적부심에서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이렇게 법조인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특정한 고위법관이 반복해서 하고 있는데, 그 법관의 권한행사가 서울시 전체의 구속실무를 손바닥 뒤집듯이 마음대로 바꾸어 놓고 있는데 이것을 비판하는 것이 왜 정치행위라는 식으로 폄훼되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조인들은 알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벌거숭이 임금님을 향하여 마치 고상한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일종의 위선”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목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김 대법원장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같은 날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나는 신임 대법원장님이 해당 이슈에 대하여 침묵했어야 한다”,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들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이 대목이 실린 글은 페이스북에서 내렸다.

▲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 사진=김동진 페이스북
▲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 사진=김동진 페이스북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일 열린 고 이일규 전 대법원장 추념식과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 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행위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신광렬 수석부장판사의 결정을 비난하는 여론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해 김 부장판사는 5일 새벽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제가 대법원장님께 너무 무례한 발언을 함부로 떠들어댔다는 자책감이 든다”며 “낯이 뜨거워서 여러 법관들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고 썼다. 그는 “더구나 대법원장님의 발언이 일부 언론에서 왜곡되었다는 말들도 이따금씩 보여서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했는가라는 생각마저 든다”며 “그래서 대법원장님에 관한 글은 내리려고 합니다. 너무 송구하다”고 썼다.

그러자 TV조선과 중앙일보 세계일보 등이 잇달아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전원책 변호사는 4일 밤 TV조선 ‘전원책의 오늘 이사람’에서 “신광렬 부장판사도 그런(신상털기) 수모를 감내해야 했다”며 “보다 못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걸 경고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 말 어디가 잘못되었는가”라며 “기록을 보지도 않은 김 판사는…절대선을 말할 수 있는 신이라도 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판사가 이념에 경도되어 진실을 보는 눈을 잃게 되면 그 판사의 판결은 추악한 전단지가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세계일보도 5일자 사설에서 “해당 사건 기록을 보지도 않은 판사가 다른 재판부 결정을 평가하는 자체가 거의 볼 수 없는 일”이라며 “여론 재판이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묻게 된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언제부터인지 법원 내에서는 정치적 발언들이 소신 발언처럼 받아들여지는 풍조”라며 “판사들이 제아무리 사법개혁을 외치더라도 정치 성향의 판사들이 활개 치면 사법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도 지난 4일자 사설 ‘동료 판사를 ‘벌거숭이 임금님’에 빗댄 어느 판사’에서 “자신의 판결에 가하는 평가는 부당한 간섭이라고 반발하면서 다른 판사의 판단은 ‘위선’이라고 단정하는 건 위험하다”며 “다른 판사의 결정을 정치적으로 재단하는 법원 내부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온 듯하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판결을 정치라고 생각하는 판사가 있다면 법복을 벗고 정치에 뛰어드는 게 본인이나 국민을 위해 낫다”고 썼다.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다며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한 뉴스도 있었다. TV조선은 지난 4일 ‘현직 판사, 구속적부심 석방 공개 비난…“징계사안”’이라는 기사에서 한 부장판사의 말을 빌어 “반복적인 강령 위반은 고의로 볼 수밖에 없다”며 “무거운 징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판사도 “내부 게시판도 아닌 SNS에 다른 재판부를 비난한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TV조선은 전했다.

▲ 지난 4일 저녁 방송된 TV조선 저녁뉴스 중 전원책의 오늘 이사람 코너. 사진=TV조선 뉴스영상 갈무리
▲ 지난 4일 저녁 방송된 TV조선 저녁뉴스 중 전원책의 오늘 이사람 코너. 사진=TV조선 뉴스영상 갈무리
대법원은 아직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중표 법원행정처 홍보심의관은 김동진 부장판사의 신광렬 판사에 대한 비판과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글의 타당성, 김 판사에 대한 징계 계획 여부 등을 미디어오늘이 질의하자 문자메시지 답변을 통해 “공보관실에서 ‘타당성 또는 견해를 묻는 사항, 징계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답변을 드리기 곤란한 점 양해 바랍니다”라고 답했다.

언론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페이스북 글을 쓴 김동진 부장판사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 인천지법 형사3부 재판장실 관계자는 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화를 안받겠다면서 일절 (취재요청을) 사절하고 있다”며 “멘트를 안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김 부장판사는 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언론 보도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저에 대하여 ‘정치판사’, ‘코드판사’라는 용어로 위험한 인물 취급을 하던데,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판사”라고 썼다.

같은 판사 출신이면서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동진 부장판사는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며 “법관이 정치적이어서는 안되지만, 일관된 기준과 원칙, 균형감을 갖고 밝히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기록도 안보고 신광렬 수석부장판사의 석방결정을 비난했다는 전원책 변호사 등의 주장에 대해 박 의원은 “김동진 부장이 얘기하는 것은 똑같이 영장을 본 영장전담판사와 8일 만에 다시 영장을 본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석방결정이 왜 다르냐는 것”이라며 “그것이 국민들이 볼 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징계를 해야한다는 법원내 일부 주장을 전한 TV조선 보도와 관련해 박 의원은 “국정농단을 거쳐서 촛불이라는 주권자의 행동, 국민의 행동, 직접 민주주의 행동의 근거는 민주주의”라며 “법치주의도 민주주의의 보장책일 뿐이다. 과거 나치즘, 파시즘 스탈리니즘 모두 법치라고 했다. 법이라는 것은 민주주의 토대위에서 민주주의를 목적으로 한 법치여야 한다. (민주주의 법치의 근간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이며, 어느 누구도 비판과 평가에 예외가 있을 수는 없다. 주권자인 국민을 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