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그룹 뉴스 실험실 ‘뉴스래빗’은 지난 8월 서울교통공사 부정승차 관리 실태를 조명했다. 서울교통공사가 부정승차에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대응하고 있음이 데이터에 나타났다. 운임이 수익의 90%에 육박하는데도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취재 결과 서울교통공사는 ‘세월호 여파’를 부정승차 단속량의 핑계로 내세울 만큼 도덕적으로도 해이했다.

이 기사는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 수백 건을 받았다. 댓글을 면면히 살펴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기사 내용에 눈길도 주지 않고 쓴 댓글이 대부분이다. 독자는 애써 분석한 데이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니 데이터 저널리스트로서 고민이 든다. 왜일까. 독자는 왜 데이터 저널리즘 콘텐츠를 안 볼까.

인터랙티브? 무겁고 지루하다

데이터 저널리즘 콘텐츠는 어렵다. 한 가지 사실만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기존 기사와 다르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복잡한 인과 관계를 찾아 의문을 제기한다. 데이터 속 인과 관계가 어렵다고 설명을 안 할 순 없다. 글로 풀자니 설명이 장황해진다.

대부분 언론사가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계기다. 방대한 데이터, 복잡한 인과 관계, 장황해지는 글을 ‘꾸미기’ 위해서다. 계기가 이렇다보니 콘텐츠가 무겁고 지루해진다. 기자의 기획과 결과물을 훼손하지 않고 방대한 데이터까지 넣어야 하니 화려한 디자인과 모션에 점점 더 기댄다.

거대한 결과물을 당장 CMS와 호환하기 어려우니 개발자, 디자이너를 활용해 별도 페이지를 구성한다. 제작 경험이 조직에 내재화되지 못한 채 더 크고 화려해지기만 하는 이유다. 기존 뉴스 유통 플랫폼과의 접근성도 나빠진다. 별도 페이지를 모바일 친화적으로 구성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독자가 모바일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달 가능한 경로는 많지 않다.

‘건 바이 건’ 콘텐츠 잘 만들자? 만드는 사람만 나가 떨어진다

인터랙티브 웹 기술에 기반한 데이터 저널리즘 콘텐츠 제작이 반복될수록 기자의 역할이 모호해진다. 데이터는 분석가가, 시각화는 디자이너가, 편집은 개발자가 한다. 이 중 어느 한 구석에도 일가견이 없으니 ‘PM(프로젝트 관리자)’도 못 된다. 기자는 어떻게 표현될지도 모를 내용을 취재하고, 써서 넘길 뿐이다. 상호 이해가 없으니 데이터, 웹 페이지, 텍스트 기사의 유기성이 떨어진다.

한편으론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지쳐간다. 가뜩이나 작은 모바일 화면에 많은 텍스트를 포함해야 하니 표현에 제약이 많다. 기자의 텍스트를 꾸미는 역할에 불과하다보니 모션이나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가 내용과 맞지 않는다. 이런 표현의 막막함을 매번 새로 겪어야 하니 노하우가 쌓일 리 없다. 제작 경험 내재화의 부재가 불러오는 악순환이다.

기자 역할 및 언론사 생산 구조 변화가 핵심

기자는 완벽한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 개발자, 디자이너, 분석가의 영역을 이해해야 한다. 텍스트를 넘어 콘텐츠 기획안을 고안해야 한다. 제작 과정에서도 지시가 아니라 제안을, 분업이 아니라 협업을 해야 한다.

언론사도 함께 변해야 한다. 기자가 표현 방식을 이해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도록 CMS를 개편해야 한다. 개발자, 디자이너, 분석가를 저널리스트로 인정하고 유기적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일회성 기획에 그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데이터를 수집 및 관찰해야 한다. 텍스트를 뒷받침하기 위함이 아니라 데이터 자체가 뉴스가 될 수 있도록 서비스,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데이터로 말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독자는 데이터에 관심 갖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 저널리스트로서의 고민, 뉴스래빗의 지향점, 같은 일을 하는 또 다른 누군가의 어려움일 것이다. 콘텐츠 제작에 급급하기보다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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