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국가정보원이 주요 방송사들에 ‘반값 등록금 집회’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0일 2011년 국가정보원 2국 소속 근무자들과 관련 보도 담당자들을 국정원법 위반과 업무방해죄로 고발한 바 있다. 고발 대상자들은 소환 조사에 응하겠다면서도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당시 국정원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보도 담당자 가운데 한 명인 박승규 전 KBS 사회부장(현 KBS스포츠국장)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박 전 부장은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정원 연루 의혹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박 전 부장은 “검찰이 조사를 했으니까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 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국내 정치 공작을 지휘한 의혹을 받고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9월26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돼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국내 정치 공작을 지휘한 의혹을 받고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9월26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돼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앞서 경향신문은 2011년 6월9일 국정원이 작성한 ‘반값 등록금 시위 관련 보도 협조결과(방송)’ 문건을 보도하며, KBS·MBC·SBS·YTN·MBN 등 주요 방송사 간부들이 국정원의 반값 등록금 집회 보도 자제 요구에 협조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국정원 문건을 보면, 박 전 부장은 2011년 6월8일 국정원의 보도 자제 요청에 “(반값 등록금) 시위 양상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일방적인 대정부 비판으로 흐르는 등 문제점이 많다. 금일 뉴스에서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온다.

당시 채문석 YTN 사회부장(현 YTN사이언스TV국장)은 미디어오늘에 검찰 측에서 연락이 온 것은 없다면서 자신의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채문석 전 부장은 “(국정원 측에서) 누가 나한테 물어보고 그런 게 없다”며 “시위나 그런 쪽 기사는 사건 데스크에게 일임했다”고 말했다. 자신은 반값 등록금 보도 자체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30일 고발된 당시 방송사 간부들은 고대영 KBS 사장(전 KBS 본부장), 박승규 전 KBS 사회부장, 임창건 전 KBS 보도국장, 문철호 전 MBC 보도국장, 전영배 전 MBC 보도본부장, 채문석 전 YTN사회부장, 김홍규 전 YTN보도국장(현 YTN라디오 상무) 등 10여 명이다. ‘국정원 문건’을 확보한 서울지방검찰청 국정원 수사팀은 피고발인들을 차례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가 지난 9월28일 총파업 25일차 결의대회에서 고대영 사장 퇴진 피켓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가 지난 9월28일 총파업 25일차 결의대회에서 고대영 사장 퇴진 피켓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해당 방송사 구성원들은 국정원 연루자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지난달 20일 성명을 통해 “국가 안보를 담당해야 할 국정원이 보도 통제에 나선 것은 국정원법을 위반한 것이며, 국정원과 KBS가 특정 보도를 누락시키려고 공모한 행위는 어떠한 권력도 보도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한 방송법을 어긴 범죄”라며 “검찰의 즉각적이고 강도 높은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도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국정원 보도지침을 여실히 따랐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이명박·박근혜의 언론장악 기간 동안 YTN은 수많은 부역 행위를 했다. 내부 적폐 청산은 조직을 살리고 미래로 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일벌백계’라는 기본 원칙으로 책임자들은 죗값을 치르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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