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폐지(타 기관으로 이관) 개정안에 대해 조중동 등이 연일 종북-간첩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대공수사권 폐지 안을 국정원에 건의한 국정원 개혁위원회 정해구 위원장이 국정원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이 같은 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해구 위원장은 특히 국정원이 수사권과 정보수집권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같은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일자 1면 ‘“수사권 없으면 정보수집 어렵고, 정보가 없으면 수사도 불가능”’에서 전직 국정원 간부와 전직 공안 검찰 간부, 전직 공안 검사 등의 입을 빌어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면 간첩들이 활개칠 것이라 주장했다. 조선은 “국정원 수사권을 폐지한다면 대한민국 내 간첩과 종북 세력들에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 “간첩은 고도의 훈련을 받고 은폐돼 활동하는 사람들인데 정보 수집과 수사가 연계돼야 잡을 수 있다”(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 1차장을 지낸 염돈재 건국대 초빙교수), “정보 수집과 수사 주체가 분리되면 정보 판단 문제에서 단절이 발생한다”(전직 검찰 고위간부) “기관이 분리되면 협조가 제대로 되겠느냐”(국정원 대공수사실무를 담당했던 간부) 등의 주장을 소개했다.

조선은 “PC방 간첩들은 PC방에서 중국의 중간 서버를 통해 북한에 보고하는데, 증거를 확보하려면 그 순간을 포착해 바로 수사를 해야 했다”며 “요즘처럼 간첩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북한에 전송하는 시대에 현장에서의 빠른 판단과 수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전직 국정원 대공수사관계자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짜 사설에서 지난 2013년 ‘이석기 사건’이 3년 내사를 진행한 끝에 적발했으며, ‘왕재산 사건’도 국정원 요원들이 중국 등을 오가며 정보를 수집한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수사와 정보가 분리되면 수년에 걸쳐 정보를 수집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간첩을 포섭해 역이용하는 ‘역용공작(逆用工作)’도 어려워진다”고 썼다.

그러면서도 조선은 “정보와 수사를 분리하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며 “하지만 그런 실험을 하더라도 때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국정원이 여야와 아무 상의도 없이 덜컥 보고했다는 혼선을 강조했다. 동아는 같은 날짜 5면 머리기사 ‘‘대공수사권 폐지’ 협의도 없이 덜컥 발표… 정치권 “국회 우롱”’에서 “대공수사권 폐지는 올해 7월 국정원의 추진 방침이 처음 알려질 때부터 ‘정치적 화약고’로 꼽혀왔다”며 “그런데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당일 국정원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갑작스레 보고를 했다”고 전했다. 의사일정에도 없었을 뿐 아니라 야당 정보위원들에겐 사전에 대강의 내용은커녕 일정조차 귀띔이 없었다고도 이 신문은 썼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개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정해구 위원장은 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수사권, 정보수집권을 구분하자는 것이 가장 큰 요지였다”며 “권력을 다 갖고 있으면 문제가 생긴다. 다른 나라도 다 그렇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한국의 경우 정보기관이 정보수집권과 수사권을 다 갖고 있어서 효율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때문에 자꾸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한 기관이 이런 권력을 다 독점하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방안의 핵심가치”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효율성 문제에 대해 “협조 시스템을 잘 만들면 된다”며 “국정원이 대공 정보수집을 하고, 보안정보는 경찰도 수집을 한다. 국정원과 경찰이 수집을 하고, 대공수사권은 이전해서 이를 맡을 기관이 받아서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어느 기관이 수사권을 받을지도 정해놓지 않고 수사권 이관부터 하느냐는 비난에 대해 정 위원장은 “국정원 개혁위가 어느 기관으로 가져가라는 것까지 얘기할 수는 없다. 그것은 개혁위의 논의 범위 밖이라 거론하지 않았다”며 “청와대가 계획을 세워서 경찰 등에 이관하면 되는 것이지, 심각한 문제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정해구 국정원 개혁위원회 위원장. 사진은 2013년 3월24일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 위원장 시절 기자간담회 장면. 사진=연합뉴스
▲ 정해구 국정원 개혁위원회 위원장. 사진은 2013년 3월24일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 위원장 시절 기자간담회 장면. 사진=연합뉴스
정 위원장은 “이관하는데 시간이 1년 정도 걸린다면 대공수사 공백 동안 잠정적인 조치를 하면 된다”며 “그리고 수사권 문제 전반은 공수처 설치와 지방경찰-자치경찰 분리 문제,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와 함께 전반적으로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나 그와 관련된 종합적 개혁안이 나올 때까지 국정원 개혁위가 안을 내놓지 않을 수는 없다”며 “개혁위가 한시적인 기구이기 때문에 대공수사권 문제에 대한 방안을 제시한 것이고, 이를 청와대나 국회가 만들어가면서 조정하면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간첩 검거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정 위원장은 “정보수집권과 대공수사권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행사하다가 유우성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며 “두 권한을 같이 갖고 있으면 이런 사건이 계속 터진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권력을 독점하면 문제가 생긴다”며 “인권침해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수사권과 정보수집 분리를 가장 큰 원칙으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효율성과 인권침해를 비교할 때 인권침해 문제가 더 크다”라며 “어느 기준을 갖고 일할 것인가. 분명한 원칙은 인권침해 없도록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유우성 사건의 경우 국정원이 벌인 인권침해 사례가 명백하게 드러난다”며 “그것 외에도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간첩이라고 잡아넣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서 재심해서 무죄선고 난 것이 얼마인가. 굉장히 오랫동안 간첩단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돼 왔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그런데도 조중동이 수사권과 정보수집권 분리가 계속 문제라고 한다면 아예 국내 정보와 수사를 한국형 FBI로 만들면 된다”며 “국정원에서 정보와 수사권을 분리해서 문제라고 한다면, 국내 보안정보까지 다 떼내어서 수사권과 함께 이를 받을 수사기관에 줄 수도 있다. 그럼 미국처럼 된다. CIA처럼 해외 것은 국정원이 하고, 국내 것은 FBI처럼 새 기관이 하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위원장은 “효율성을 문제삼으면 대공수사권과 대공정보수집권을 갖고 나와서 한국형 FBI를 만들고 국정원은 국내파트를 완전히 빼는 것”이라며 “그에 비해 이번 안이 온건하게 했는데도 문제라면 더 원칙적으로 국내 파트를 완전히 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정원은 보안정보 수집권을 보유하고 있다. 국정원법 제3조(직무)의 1항의 1은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작성 및 배포” 등의 권한이다. 그러나 여기에 해당하는 정보를 누구에 대해서 어디까지, 어떤 방법으로 국정원이 수집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1일 “대공정보란 어떤 정보이고, 어떻게 수집하고, 누구의 정보인지 등 관련 부서를 통해 확인해봐야 한다”며 “확인 뒤에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2017년 12월1일자 1면
▲ 조선일보 2017년 12월1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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