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2008년~2017년의 수학능력시험 다음날 주요 일간지 1면 사진 50장을 분석한 결과, 1면에 수능 사진을 실은 일간지 모두가 여성 수험생이 등장하는 사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의 예외도 없었다.

2008년~2017년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일간지(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9군데에서 수능 다음날 사진에 남성이 등장하는 경우는 없었다. 수험생 성별도 치중돼있었지만 수험생의 보호자 성별도 여성에 치중돼 있었다. 

여성 수험생의 아버지로 유추되는 남성 보호자가 응원 차 방문한 경우는 50건 중 5건에 불과했다. 여성 보호자와 함께 여성 수험생이 찍힌 사진이 50건 중 28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적은 수다.

2017년의 경우 수능 다음날인 24일 주요 일간지 1면 사진 6장이 모두 여성 수험생의 사진이었다. 이날 조선일보,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세계일보, 경향신문, 국민일보 등 주요 일간지가 여성 수험생들의 사진이었다. 1면을 수능 사진으로 채우지 않은 동아일보, 중앙일보의 경우, 모두 10면에 수능 관련 소식을 배치했는데 이들 사진 역시 모두 여성 수험생이었다. 수험생과 함께 사진을 찍은 보호자의 경우도 모두 어머니로 여성이었다.

▲ 2017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 2017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2016년 1면 사진을 수능시험 사진으로 사용한 언론사는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다. 중앙일보는 여성 수험생과 함께 남성 보호자가 나오는 사진을 사용했다.

▲ 2016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 2016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2015년 수능 수험생의 사진을 1면으로 사용한 것은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로 5개 신문이며 모두 여성 수험생과 여성 보호자 사진을 사용했다. 다만 수험생 사진을 사용하지 않은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은 세월호 참사 학생들의 유품을 1면 사진으로 사용했다. 2015년은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단원고 학생들이 수능을 치렀을 해다.

▲ 2015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 2015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2014년에는 국민일보와 동아일보만 수능 수험생 사진을 1면으로 사용했다. 모두 여성 수험생과 여성 보호자의 사진을 사용했다.

▲ 2014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 2014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2013년은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가 1면 사진을 수험생 사진으로 사용했고, 역시 모두 여성이다.

▲ 2013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 2013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2012년은 국민일보만 1면 사진으로 수험생 사진을 사용했다. 광주 동아여고 앞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 2012년 국민일보 1면 수능 사진.
▲ 2012년 국민일보 1면 수능 사진.
2011년에는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가 1면 사진으로 수능 수험생 사진을 사용했다. 동아일보는 여성 수험생을 마중 나온 남성 보호자의 사진을 사용했다.

▲ 2011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 2011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2010년에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1면 사진을 수능 수험생 사진으로 사용했고, 모두 여성이다. 

▲ 2010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 2010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2009년은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1면 사진으로 수능 수험생의 사진을 실었다. 동아일보와 한겨레는 남성 보호자가 나온 사진을 실었다. 특히 2009년은 신종플루로 인해 분리고시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는 것이 이슈가 됐는데, 이 분리고사실마저 여고에서 찍은 것이었다. 국민일보와 한국일보는 여의도여고에서, 조선일보는 대전 둔산여고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 2009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 2009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2008년에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수험생 사진을 1면에 배치했고 모두 여성 수험생이었다. 국민일보는 여성 수험생이 부모님과 함께 있는 사진을 사용했다.

▲ 2008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 2008년 주요 일간지의 수능 사진.
왜 사진기자들은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여성 수험생들의 사진을 사용하는 걸까. 사진기자들은 관행적으로 여학생의 사진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A 사진기자는 “사진데스크가 100% 남성인 것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며 “사진 기자들 사이에서는 ‘여성, 아기, 반려동물 사진은 언제나 실패하지 않는다, 독자들도 더 선호한다’는 식의 선입견이 있어서 정형화된 사진이 나온다”고 말했다.

B 사진기자는 “촛불을 들고 있어도 아저씨가 아니라 예쁜 여자 분이나 아이들을 찍는 게 더 잘 먹히기 때문에 평소에도 고민이 있었다”며 “업계 용어로 ‘그림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관행적으로 여성들을 피사체로 두고 찍는다”고 밝혔다.

C 사진기자는 “세월호 참사 촬영을 갔을 때도 자주 우는 어머니가 있었는데 모든 사진기자가 그 어머니 앞에서 플래시를 터뜨려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다”며 “여성의 눈물이나 포옹 같은 것들이 독자의 감정을 건드린다고 생각하기에 그런 사진을 찍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정한 사회적 사건 앞에서, 언론은 이렇듯 ‘다양성’을 상실하고 특정 성별에 편중된 이미지와 프레임을 고집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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