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발생 매뉴얼 대로라면 연락·소화기분사·피신·응급 조치 담당이 있어야 한다. 근데 역사에 한 명만 있다. 사고가 나면 어쩌란 말이냐”(서울지하철 9호선 고객안전원 배아무개씨)

“역 직원이 한 명이면 쉴 수가 없다. 밥 먹으면서도 민원 때문에 정신없이 뛰쳐나갈 때가 부지기수다.”(고객안전원 아무개씨)

“새벽 2시 막차 근무를 끝낸다. 새벽 4시에 첫차 근무를 나간다. 아내, 자식들 보기 미안할 따름이다.”(기관사 송아무개씨)

30일 새벽 4시를 기점으로 서울시 지하철 9호선을 움직이는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인력 충원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다.

▲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영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9호선 노조는 다음달 5일까지 6일간 1차 경고 부분파업에 들어간다.ⓒ민중의소리
▲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영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9호선 노조는 다음달 5일까지 6일간 1차 경고 부분파업에 들어간다.ⓒ민중의소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울9호선 운영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 인도에서 파업출정식을 열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파업참가율은 100%다. ‘필수 유지 업무’ 인력을 뺀 266명이 전원 참가했다.

파업 참가 열기는 뜨겁다. 노조는 이날 출정식에 파업 참가 정원보다 더 많은 300여 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필수 유지 인력 중에서 오후 근무조인 직원들이 오전 시간을 내 첫 파업 집회를 찾은 것이다.

박기범 서울9호선 운영노조 위원장은 집회를 열며 “9호선이 지옥철이라는 오명을 우리 손으로 바꾸자”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그 오명 뒤에 9호선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출근을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졸면서 운전하고 식사시간에 밥먹다 말고 민원응대를 하러 뛰어나간다. 밤샘근무를 하고 아침 9시에 퇴근해서 당일 저녁 11시에 출근, 연속 밤샘근무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파업에 참가한 역무 담당 노동자 배아무개씨(39)는 “도저히 이 인력으로는 일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상시 역무 직원 한 명이 일하는 역사가 9호선엔 10개가 있다”며 “나머지 역사도 2명 수준이라 보면 된다. 시민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는 실정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년차 기관사인 송아무개씨(33)는 기관사들도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벽 2시 경 막차 업무를 마치고 바로 새벽 4시 첫 차 출근을 할 경우 다른 곳은 사이 휴식시간까지 근무시간에 포함하지만 9호선은 아니”라면서 “새벽 4시 출근이라면 사람이 적어도 전날 밤 10시엔 자야 한다. 인력 충원 좀 하자고 파업을 하는 것”이라 말했다.

노조 분석 자료에 따르면 9호선 1km 당 운영인력은 25명이다. 1~4호선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메트로(현 서울도시철도)는 66명, 5~8호선을 맡은 서울도시철도공사(현 서울도시철도)는 40명이다. 1인당 운송실적은 9호선이 26만 명 수준일 때 1~4호선은 16만 명, 5~8호선은 15만 명 수준을 보였다.

9호선 기관사들은 다른 호선에 비해 한 달에 평균 3~4일을 더 일하고 있다. 노조 자료에 따르면 전 서울메트로 기관사가 17.3일을 일하고, 전 서울도시철도 기관사가 16.3일을 일할 때 9호선 기관사는 20.3일을 일했다.

▲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영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에서 투쟁의 머리띠를 하고 있다. 9호선 노조는 다음달 5일까지 6일간 1차 경고 부분파업에 들어간다.ⓒ민중의소리
▲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영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에서 투쟁의 머리띠를 하고 있다. 9호선 노조는 다음달 5일까지 6일간 1차 경고 부분파업에 들어간다.ⓒ민중의소리

집회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기사를 검색하던 조합원들은 “출근길 지연” “불편 속출” 등의 기사 제목을 따라 읽었다. “종합운동장역은 아예 파업으로 인한 열차 지연이라고 방송하고 있대요” 등의 말도 들렸다.

이들이 파업에 돌입한 이유는 인력 충원을 중심으로 한 근로조건 개선 협상 결렬 때문이다. 9호선 노조는 노조가 설립된 후부터 지난 7월까지 근로조건, 임금 개선 등의 문제를 두고 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지난 7월1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으나 조정이 수포로 돌아가며 지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지난 9월 조합원 파업 찬반 투표율 87.96%, 찬성률 85.34%로 파업 지지 의사를 확인했다.

파업권은 지난 28~29일 교섭이 결렬되면서 발동됐다. 노조는 지난 28일 인력 49명 충원(△승무 16명 △역무 15명 △기술 15명 △관제 3명)을 요구하며 2017년까지 절반을 충원하고 2018~2019년 해마다 25%씩 충원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메트로9호선은 인력 15명을 2018년 불상의 시기까지 충원하는 계획을 제시해 양 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교섭은 지난 29일 밤 8시와 10시 두 번에 걸쳐 재개됐으나 결렬됐다. 노조는 결렬 전 21명 인력충원 수정안을 제시해 2018년까지 50%, 2019~2020년 간 순차적으로 25%씩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사측이 30일 자정까지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아 이날 새벽 파업권을 발동했다.

“민영화 폐해” 주장까지 나와

“프랑스 식민 노선이라 생각한다.” 발언자로 나선 김시문 9호선 노조 지부장은 9호선 운영 구조에 대해 “9호선 운영 회사를 소유한 프랑스 회사는 8억 원을 투자하고 수년간 수백억 원을 가져 갔다”고 비판했다.

9호선 운영권은 교보생명, 동부화재, 삼성생명 등 13개 보험·금융사가 공동 투자한 주식회사 '서울시메트로9'가 갖고 있다. 서울시메트로9는 운영 업무를 다시 주식회사 '서울9호선운영'에 위탁했다. 서울9호선운영은 프랑스계 회사 RATP Dev와 Transdev가 지분을 50%씩 각출해 만든 RDTA가 지분 80%를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현대로템이 소유하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은 RDTA은 8억 원, 현대로템은 2억 원 등 총 10억 원이다.

▲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영노조 총파업 출정식<br /></div></div>
                                <figcaption>▲ 서울 지하철 9호선 운영노조 총파업 출정식<br> 현장에 조합원들이 가지고 나온 피켓. 사진=손가영 기자</figcaption>
                                </figure>
                                </div><br><p></p><p>서울시는 운영권을 서울시메트로9에 30년 동안 위탁하며 적자 금액 보전을 약정했다. 서울시메트로9는 서울9호선운영에 위탁한 운영기간 10년 중 전반기 5년은 700억 원을 기본관리운영수수료로 지불한다. </p><p>노조는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RDTA가 2015년에만 당기순이익 약 29억 원 중 82%에 해당하는 24억 원을 배당액으로 가져갔다”면서 “이런 식으로 RDTA는 2009~2015년 간 234억 4800만 원을 배당액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p><p>박 위원장은 열악한 노동조건 등의 배경에 이같은 민영화 구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리감독권이 있는 서울시는 서울시메트로9와 계약 관계에 대해선 말할 수 있지만 시행사나 프랑스 운영사와는 어떤 관계도 없다고만 한다”며 “9호선에는 노동착취, 외화유출, 납품 비리 만이 판을 치는 치외법권인 사기업적 모순만 존재한다”고 발언했다. </p><p>집회 현장에선 “9년을 참았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다. 역무직원 배씨는 “9년 동안 같은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회사는 의견을 완전히 묵살하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p><p>9호선 노조는 지난 1월25일 설립됐다. 2009년 7월 9호선 ‘개화-신논현’ 구간이 개통된 지 7년 6개월, 연수로는 8년 만이다. 이번 파업은 9호선 개통 후 이뤄진 최초 파업이다. 노조는 오는 12월5일까지 6일간 1차 경고파업을 진행한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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