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판단되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뒤 “국가 핵무력이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국제 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오히려 북한이 ‘핵 완성’을 이유로 평화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정보원이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수사권을 폐지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간첩 조작과 인권침해 사례를 보였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다만 자유한국당 등이 반대하고 있어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선일보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사안과 연관시키며 국정원 개정안을 반대했다. 

30일 아침에 발행하는 주요 종합 일간지는 일제히 북한 미사일 관련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경향신문 “김정은 ‘핵무력 완성’ 선언…북·미 대화 떠보기”
국민일보 “백악관 겨냥한 미사일… 北, 美와 맞짱 협상 전략”
서울신문 “트럼프 30일 추가제재… 모든 가용 수단 동원”
세계일보 “北 핵무력 완성 선언…美 전역 사정권“
조선일보 “北, 美전역 때릴 수준까지 왔다”
중앙일보 “북한, 끝내 백악관 사정권 … 트럼프 ‘우리가 해결’”
한겨레 “북한 ‘핵무력 완성’ 선언…교착된 북-미관계 흔드나”
한국일보 “북한 핵무력 완성 선포, 백악관도 사정권”

▲ 30일 동아일보 1면.
▲ 30일 동아일보 1면.
북한은 29일 낮 정부 성명을 통해 이번에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을 ‘화성-15’형이며 “29일 새벽 2시48분(한국 시각 3시18분) 평양 교외에서 발사됐으며 정점고도 4475㎞, 사거리 950㎞를 53분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9월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이후 75일 만이다.

로버트 매닝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초기 평가 결과 이번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국의 대북 접근 방식을 바꿀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원유 등 유류 제품의 수출 차단이나 대폭 축소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조선일보 1면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정책 기조에 대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크고 강력한 군대를 건설하고 있다"고 했다.

▲ 30일 조선일보 1면.
▲ 30일 조선일보 1면.
문재인 대통령은 북의 도발 직후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강력한 제재와 압박’ ‘군사역량 강화’ 등을 지시했다. 그러면서도 “긴장이 격화되어 불행한 사태가 발현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해 나가겠다”며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은 이를 두고 북한이 북-미 교착 국면을 탈피하는 강수를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아시아 순방을 하고, 이어서 시진핑 중국 주석의 특사인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을 했으나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방북을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하게 되자, 9년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다만 북한이 오히려 ‘과업’을 끝냈다며 평화공세로 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북한 핵의) 실제 기술적 완성도나 실전 배치 가능성과는 별개로, 김 위원장이 1월1일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에 이를 수 있는 아이시비엠이 마감 단계에 있다”며 밝힌 ‘과업’을 종료했다는 ‘정치적 선언’”이라며 “북한이 역설적으로 김 위원장의 ‘핵·경제 병진 노선’ 완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추가 도발을 중지하고 평화 공세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 30일 한겨레 1면.
▲ 30일 한겨레 1면.
반면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북한의 평화 공세에도 우려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북이 더 이상의 핵실험과 ICBM 발사 중단을 조건으로 대북 제재 해제와 주한 미군 철수를 들고 나올 수 있다”며 “김정은의 이른바 '핵을 가진 평화 공세'는 우리 사회의 좌파 세력과 연계돼 심각한 남남 분열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썼다.

국정원에서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수사권 이전하는 개정안 나왔다

국가정보원이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발표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간첩 조작과 인권침해 사례를 보였던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다만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이 개정안에 반대했다. 

국정원은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자체 개혁안을 보고하고 “정치관여 등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적폐와의 단절을 통해 오로지 국가안보 및 국익수호에만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짐하기 위해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국내정보 수집과 정치 개입의 근거로 활용된 ‘국내보안정보(대공·대정부전복)’ 개념을 삭제하고 정보수집 범위를 △국외 및 북한정보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 등으로 명확히 했다.

국정원은 대공수사권 이관과 관련해 “국가안보 관련 수사 역량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형법의 내란·외환죄 △군형법의 반란죄 및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국가보안법 위반과 북한과 연계된 안보침해 행위에 대한 정보수집을 직무범위로 추가했다.

▲ 30일 한겨레 8면.
▲ 30일 한겨레 8면.
국정원은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는 “검찰·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충분히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영역”이며 “양심의 자유 침해 우려 등 위헌 논란이 지속돼온 점을 고려해 정보수집 범위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북한이 호시탐탐 적화통일을 노리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제1 기능인 대공수사권을 없애는 것은 절대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은 국정권 개혁과 관련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한겨레는 ‘역대 가장 진전된 개정안’이라고 평가했지만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를 ‘누가 한다는 대안도 없이 국정원 간첩수사 손뗀다’로 뽑았다.

▲ 30일 조선일보 1면.
▲ 30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현실적으로는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는 쉽지 않다”며 “국정원을 담당하는 정보위와 법률안 심사를 총괄하는 법사위 위원장을 자유한국당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고 썼다.

또한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국정원 손 뗀다는 간첩 수사 누가 한다는 말인가’에서 “국정원 수십 년 역사에서 그늘도 많았지만 안보의 한 축을 맡아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우리는 북한이라는 최악의 폭력범죄 집단과 대치하고 있다. 그들이 핵까지 가지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기관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설득 과정이 있어야 하고 국민적 동의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 ‘국정원 대공수사 폐지로 안보에 구멍 뚫려선 안돼’에서 “어설픈 개혁이 대공 역량을 약화시키면 국가 안보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며 “미국 시스템 도입은 실정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썼다. CIA가 해외에 전념하는 것은 연방수사국(FBI)이라는 강력한 방첩조직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경향신문은 이번 개혁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며, 개정안 통과를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에서 “국정원 개혁은 높은 자정 의지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실천에 옮겨야 가능한 일”이라며 “시민들이 국정원의 자정 다짐을 듣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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